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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장거리 종주

가팔환초 왕복종주

작성자선제|작성시간24.01.04|조회수762 목록 댓글 26

카페 가입만 하고 회원님들 산행기를 보며 눈호강만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에 방장님과 회원 여러분들께 새해 인사 겸 장거리 산행기 올립니다. 1.3.저녁에 출근을 해야되므로 시간절약상  집 근처 산행지를 찾다 보니 가팔환초 왕복종주를 가게 되었습니다. 왕복종주가 실거리 80km이므로 돌아 오는 길에 무학산(8km), 대암봉(12km)까지 갔다 오면 100km가 되므로 2024.1.1.13:00에 생애 첫 나홀로 3자리 수 산행에 도전합니다

산행들머리 집 근처 대구혁신도시 나불지입니다.

14:42경 초례봉에 도착합니다. 날씨는 맑은데 미세먼지 때문인지 조망이  나오지 않아 못생긴 제 얼굴을 대신 올립니다. 매식을 할 수 있는 곳은 나불지에서 12km지점 능성고개 우정식당, 32km지점 한티재 휴게소 편의점이 있으나 한티재 휴게소 편의점은 현재 영업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우정식당 만이 매식을 할 수 있고 동계산행이라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배낭무게가 장난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장거리 산행을 하면서 배낭무게가 속도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고 고마우신 분들의 산행지원이 있어 중력의 부담없이 산행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산행은 다릅니다. 평소와 다르게 속도가 나지 않습니다. 18년간 4계절 골골이 수도 없이 오른 산인데 다른 산처럼 느껴집니다. 불안감이 엄습합니다.어김없이 마구니가  찾아옵니다. 니, 뭐  하노, 니 안된다, 집에 가자!  살짝 망설입니다. 그러나 지금 집에 가면 제 평생 3자리수 산행은 영원히 없다는 것을 직감합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가자. 이를 악물고 환성산으로 향합니다.

가야 할 환성산(우측),팔공주능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또 다시 부담감이 밀려옵니다.

매번 새미기재를 지날 때 마다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고려 태조 왕건은 이 길을 지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대구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새미기재에서 평광동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면 시랑리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원래 지명은 失王里랍니다. 공산전투에서 왕건이 견훤에게 패하고 도주할 때 여기서 추격하던 후백제 병사들이 왕건을 놓쳤다 하죠. 그래서 왕을 잃었다 하여 지명이 실왕리, 세월이 지나면서 발음이 연음화 되어 시랑리가 되었답니다. 충직한 신하를 잃고 복수를 다짐하며 눈물을 머금고 이 길을 지나 갔는지, 아니면 살기 위해 아무런 생각없이 무작정 뛰었는지, 저는 오늘 내일 이 곳에 다시 오기를 간절히 빌며 이 길을 지나갑니다.

16:40 환성산입니다.한가지 빗나간 예측이 있습니다. 겨울이라 물을 많이 먹지 않을거라 예상했는데 겨울 날씨  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와 배낭 무게 때문에 땀을 많이 흘려 갈증이 자주납니다. 수통은 1리터 병 두개를 준비하여 하나만 채우고 다른 하나는 우정식당, 아니면, 갓바위에서 보충하려했는데 벌써 다 먹어갑니다. 한티재휴게소에 자판기가 있지만 올 가을 가팔환초를 하면서 보니까 자판기가 고장이 나 있었습니다. 만약 지금까지 고장이 나 있다면, 의심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고 자꾸 부정적인 생각만 듭니다. 한티재에서 택시 불러 근처 식당에서 매식을 하든지, 그것도 안되면  화장실 수돗물이라도 마실 마음으로 용기 내어 진행합니다.

18:00경 능성고개 우정식당에 도착합니다. 평소 시간이 나면 나불지에서 우정식당까지 왕복산행을 해 온지라 면이 있는 사장님입니다. 오늘 메뉴가 추어탕이라며 푸짐하게 주십니다. 가격은 정식 8.000원, 막걸리 3.000원 입니다.

19:23 장군바위 명마산에 도착합니다.추어탕 덕분인지 가뿐하게 오릅니다

20:00 용주암 정문밉니다. 실물은 조명이 화려한데 제 휴대폰이 구식이라 야경이 잘 나오지 않네요

20:26 갓바위 부처님입니다. 등산 아니면 올라 올 일이 없고 올라 와도 시간에 쫒기 듯 휙 지나가는 곳인데. 오늘 만큼은 간절한 마음으로 삼배하며 부처님께 무사종주를 빌어 봅니다.   

순서대로 차근차근 정상석을 지납니다. 21:45 삿갓봉, 1.,2. 00:00 동봉, 00:21 비로봉, 00:59 서봉, 02:54 파계봉. 밤이  되니 정상석 부근은 기온도 차갑고 바람도 매섭습니다. 인사만 찍고 지나칩니다. 구간구간 결빙 구간이 있어 속도가 느려집니다.

정상석 부근은 기온이 낮지만 내려서면 봄 날씨입니다. 배낭도 무거워 땀이 많이 납니다.식수가 2리터 밖에 없어 목만 축일 정도로 마셔 갈증을 달고 산행을 합니다. 04:00경 한티재에 내려서자 우측에 불빛 3개가 보이는데 저한텐 중간에 작은 붉은색 불빛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자판기 불빛입니다. 기쁜 맘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순간 발걸음이 멈춰집니다. 멍해집니다. 현금이 없습니다. 현금 챙기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전에 비상시를 대비하여 배낭 윗주머니에  현금을 넣어 둔 적이 있어 혹시나 하고 이 집듯 뒤집니다. 역시나 입니다. 와! 입에서 욕이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휴대폰 명함집믈 뒤져 보니 언제 넣어 두었는지 모르는 천원짜리 지폐 3장이 나옵니다. 이거라도 있어 다행입니다. 자판기 앞에서 고민을 합니다. 생수 천원. 콜라 1600원. 게토레이 1200원. 콜라는 품절, 아직 식수가 1리터 남아 있어 가산바위 갔다 오면 한티재 카페는 영업중이므로 커피 한잔 사먹고 정수기 신세질 수 있어 게토레이 두개로 낙점합니다. 한개는 숨도 안쉬고 그냥 삼키고 다른 하나는 카스테라와 같이 먹을 양으로 아껴듭니다.

땀이 식으니  한기가 몰려 옵니다. 추위를 피할 곳을 찾다 보니 화장실 문이 열려 있습니다. 얼른 짐을 챙겨 화장실로 들어 가 맛있는 식사를 합니다. 평생 잊지 못할 식사입니다. 그리고 땀에 젖은 상의를 여벌 옷으로 갈아 입습니다.이때까지 칠칠치 못한 준비로 자신을 한탄했지만 여벌 옷을 가져온 건 신의 한수였습니다. 몸이 뽀송뽀송 해지니 원기가  회복되고 한기가 사라집니다. 04:40 가산산성으로 향합니다

06:13 치키봉에 도착합니다..

07:51 가산산성에 도착합니다. 그렇게 어려운 구간이 아닌데도 다리가 맘대로 말을 듣지 않습니다. 가산산성까지 가는데 몸이 천근만근입니다. 구름에 가려 일출을 보지 못했습니다.

가산산성에서 한티재로 가는 중, 영감님 한분을 뵙습니다. 인사를 하고 바쁘게 여쭤 봅니다. 편의점 영업 하는지, 내가 올라 올때는 열려 있던데, 이렇게 기쁜 적이 있었던가요. 무거운 몸도 개의치 않고 뛰어 가듯이 걸어 갑니다. 머리 속에는 시원할 맥주, 막걸리 밖에 없습니다. 10:50 기쁜 맘으로 편의점 문을 여는 순간, 기분이 싸해집니다. 문이 잠겨 있습니다. 영감님 확실히 보시고 말씀해 주시지, 얼핏 보시고 말씀하셨네요. 그래도 미련이 남아 편의점 테이블에 멍하니 앉아 있다 보니 11:00시에 카페 문을 여네요. 종업원에게 편의점  영업 물어보니 날 따뜻할때  카페 영업시간과 맞춰 영업하고 추울때는 안한답니다.영업시간은 10:00-20:00정도라 하네요. 카페에서 바닐라라떼 하나 시켜 준비한 카스테라와 먹고 식수 보충합니다. 참고로 한티재 자판기 음료수 가격입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바닐라라떼 덕인지 그렇게 무겁고 땡기던 다리가 출발때 처렴 가벼워집니다. 커피가 이완작용이 있다더니 그 덕인지 기분이 좋습니다. 이대로라면 목표달성 가능한데, 파계봉을 향해  갑니다.

12:32 파계봉에 도착합니다.

웬지 일이 잘 풀린다 싶더니 호사다마라고 아이젠고리가 떨어집니다. 사방이 전부 돌인데 망치질 할 돌은 없습니다. 아이젠 없이 진행합니다. 물도 눈도 얼음도 아닌 것이 아이젠 착용 하자니 거시기하고, 안하자니 머시기 합니다.

14:46 서봉에서 찍은 다시 가야 할 동봉과 갓바위 구간입니다.

15:17 비로봉으로 진행 중.지나 온 칼바위 구간입니다. 반반치킨도 아니고 딱 반만 상고대입니다.

15:40 동봉 상고대와 서봉 방항 풍경입니다.

17:40 삿갓봉에 도착합니다.

19:12 돈도 없으면서 갓바위 자판기 앞에 앉아 쉬고 있습니다. 혹시나 아는 사람만나면 신세질려고.

갓바위에서 우정식당 사장님께 전화드려 늦으면 두시간 정도 걸리는데 식사할 수 있는지 여쭤보니 기다릴테니 내려오라 합니다.정말 감사합니다. 밥은 어제 오늘 우정식당서 먹은 두끼뿐입니다. 이마저 없었다면 종주는 불가능하겠죠. 21:35 우정식당을 나섭니다. 제가 나간지 얼마 안되어 사장님 식당 간판 불을 끕니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이제 무학산을 향해 갑니다.

전에 낮에 몇번 무학산 산행을 해 온지라 별 부담 없이 가던 중, 길을 잃어버립니다. 좀 지나서는 방향 감각도 잃어버리고 구글앱 지도로 현 위치 확인해 보지만 벌써 노안이 와 지도상 글씨가 안보입니다. 하는 수 없이 등로만 찾기 위해 위로 위로 능선을  향해 갑니다. 다행히 길이 보이지만 진행하면 또 길을 잃어 버립니다. 또 능선을 찿아 오릅니다. 시간이 없는데.. .. 무학산 포기하고 환성산으로 백 합니다. 

02:00 환성산입니다. 오늘 17:00에 출근해야 하는데 아직 21km 남았습니다. 다리는 버텨줄 것 같습니다. 집 사람이 좀 있으면 눈비 내린다고 빨리 오랍니다. 모든 것을 감안해 보면 휴식 없이 빨리 걸어도 9시간은 잡아야 할 것 같은데, 환성산 정상석에서 10여분 장고합니다. 휴가를 하루 더 낼까, 초례봉으로 갈까, 산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사람이 변할 뿐이지. 초례봉으로 향합니다.

 

04:00 초례봉에 도착합니다. 눈비가 휘날리다가 조금씩 눈이 쌓입니다. 옷이 다 젖습니다. 열정이 사라지니 한기가 밀려 옵니다. 등로가 눈으로 덮혀 처음 오는 곳 같습니다. 사진 한장 남기고 싶지만 잠도 오고 추워서 여유가 없습니다. 종종 걸음으로 뛰다가 몇번 미끄러집니다. 집까지 다리로 가고 싶었지만 24시 국밥집을 보고 다리가 지 맘대로 그리 향합니다. 식당 아주머니가 놀랍니다. 몰골이 흉칙한지라, 막걸리 세 사발을 숨도 안쉬고 마신 후, 집사람에게 전화합니다. 오라고, 

세자리 수 산행도 달성 못했고, 준비도 소홀한 산행이었지만 나름 최선을 다했습니다. 성공이 아닌 실패지만 상쾌하고, 식당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이 거지 같지만 안에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크고 뜨거운 것이 저를 받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담 산행때는 한층 더 발전된 모습으로 찾아 뵙겠습니다.끝으로 방장님을 비롯한 여러 선배님들의 산행기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몸은 같이 하지 않았지만 볼때마다 마인드트레이닝이 되었습니다. 산행의 새로운 세상을 보어준 여러분께 감시드리며 새해 항상 건강하시고 소원성취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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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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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선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1.05 감사합니다. 대간, 정맥, 과거길, 담대한 도전에 응원의 박수 보내고 있습니다. 정맥길 안전하게 마치시길 기원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작성자희야 | 작성시간 24.01.09 가팔환초 왕복 아니어도 힘든다고 알고 있는데 나홀로 이런저런 상념까지 잘보았습니다
    바오고 날궂으면 무조건 접어야지요
    보는내내 같이 걷는것 같네요
    너무 수고 많았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선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1.11 고문님이 걸어 오신 길에 비하면 보잘 것 없습니다. 차근 차근 걸어 오신 길 뒤따라 가보겠습니다.
  • 작성자백볼트 | 작성시간 24.01.23 혹시 저 기억나십니까?
    24년 1월 1일 오후 3시30분-4시 사이에
    환성산-초례봉 사이에서 뵌 것 같아서 댓글 남겨봅니다.

    진짜 왕복하셨네요. 고생하셨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선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1.24 아! 반갑습니다. 가입하셨네요. 무사히 잘 귀가하셨네요. 안그래도 우정식당 사장님이 가팔환초 하던 젊은 사람이 추어탕에 뜰깨가루인지 알고 산초를 쏟아 부으셨다고, 가다가 탈난거 아닌지 걱정을 하시더군요
    제가 잘가고 있으니 걱정마시라 했습니다. 기회 되면 산행 같이해요. 2월 초에 한번 더 갔다 올 생각인데 생각있으시면 멜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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