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사랑을 위하여
문정희
대장간에서
만드는 것은
칼이 아니라 불꽃이다
삶은 순전히 불꽃인지도 모르겠다
시가 어렵다고 하지만
가는 곳마다
시인이 있고
세상이 메말랐다고 하는데도
유쾌한 사랑도
의외로 많다
시는 언제나
천 도의 불에 연도된
칼이어야 할까?
사랑도 그렇게
깊은 것일까?
손톱이 빠지도록 파보았지만
나는 한번도
그 수심을 보지 못했다
시 속에는 꽝꽝한 상처뿐이었고
사랑에도 독이 있어
한철 후면 어김없이
까맣게 시든 꽃만 거기 있었다
나도 이제
농담처럼 가볍게
사랑을 보내고 싶다
대장간에서
만드는 것은
칼이 아니라 불꽃이다
<오라, 거짓 사랑아>
08.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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