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약
박준*
열이 채 가시지 않은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에도
몸은 기운을 차려갑니다
그제 병원에 갔을 때는
환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하고
세번이나 물어 왔습니다
답을 할수록
왜 이름이 설게 느껴졌을까요
약국에 들러서
약도 받아 왔습니다
얼마간 먹어야 하겠지만
남길 수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알약마다 고운 색이
여전히 큰 위안이 됩니다
반쯤 남은 물컵 속으로
아침 빛이 듭니다
멀리서 온 것과
더 멀리 떠나야
할 것이
한데 뒤섞입니다
『마중도 배웅도 없이』, 창비 , 2025년, 14~15쪽
*83. 서울
창작과비평사 전문위원
08. <실천문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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