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중성
이민자*
남들은 환하게 핀 얼굴만 보고
곱게 살았다고 말한다
그 말 뒤에는 보여주지 못한
가시 같은 시간이 숨어 있다
장미가 이유 없이 가시를 세우지 않듯
사람도 이유 없이 날카로워진 것이 아니다
너무 많이 찔렸고
쉽게 꺾였고
믿었던 손끝에서
피가 난 적 있었기에
나를 지키려고
마음에 가시 몇 개 세워 두었다
웃는 얼굴 뒤에는
울음 주름이 있고
괜찮다는 말속에는 혼자 삼킨
서러운 날들이 눅눅하게 남아있다
장미의 붉음도
화사해서 붉은 것은 아니다
한낮 볕에 데이고
비바람에 꽃잎이 찢겨도
피를 닮은 색으로
제 아픔을 덮는다
장미가 향기로 기억되듯
사람도 따뜻한 말 한마디로 기억된다
가장 아름답게
피는 날
꽃은 시들 준비를 한다
*이민자 시인은 시낭송가로 먼저 문학적 감수성을 인정받은 뒤, 2015년 한국여성문예원 주관 문학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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