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강해 제3강] 헤노시스(Ἕνωσις)와 밥티스마(Βάπτισμα): 아담의 목을 치고 그리스도와 연합한 새로운 피조물
(본문: 로마서 5장 - 6장)
로마서 5장과 6장은 칭의를 얻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어떻게 죄의 지배력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거룩한 군대로 일어설 수 있는가를 증명하는 구원론의 거대한 산맥입니다. 더글라스 무(Douglas J. Moo)와 토마스 슈라이너(Thomas R. Schreiner)는 이 두 장이 인간의 개인주의적 도덕론을 철저히 깨부수고, 신자의 존재론적 소속이 '아담'에서 '그리스도'로 완벽하게 이동했음을 천명하는 우주적 대표성의 교리라고 묵직하게 주해합니다.
1. 카타크리마(Κατάκριμα)와 조에(Ζωή): 두 아담의 우주적 전쟁
바울은 5장에 이르러 칭의를 받은 신자가 누리는 화평과 영광을 노래한 뒤, 곧바로 기독교 신학의 가장 장엄한 '대표성의 원리(Federal Headship)'를 해부합니다. 인류 역사는 수억만 명의 개인사가 아니라, 단 두 사람, 즉 '첫째 아담'과 '마지막 아담(예수 그리스도)'의 거대한 역사일 뿐임을 논증합니다.
"그러므로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들어왔나니 이와 같이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으므로 사망이 모든 사람에게 이르렀느니라... 그런즉 한 범죄로 많은 사람이 정죄(카타크리마)에 이른 것 같이 한 의로운 행위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받아 생명(조에)에 이르렀느니라" (롬 5:12, 18)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존 머레이(John Murray)의 날카로운 통찰처럼, 우리가 아담의 후손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단순히 죄를 지을 경향성을 가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법적으로 아담과 연합되어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을 때 '내 영혼도 그 자리에서 함께 반역을 저질렀다'는 가차 없는 연대적 유죄 선고입니다. 그 결과 인류는 태어나자마자 사망과 정죄(카타크리마)의 노예로 전락했습니다.
"그러나... 한 의로운 행위로 말미암아!"
바울은 이 절망의 가문을 십자가의 피로 끊어버립니다. 마지막 아담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골고다 언덕에서 단 한 번 완전히 순교적 복종을 이루셨을 때, 그리스도와 결합된 모든 택자는 율법의 모든 저주를 통과하고 영원한 생명(조에)의 통치 아래로 강제 이주당했습니다! 이것은 내 행위의 완전함이 아니라, 나를 대표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함 때문에 주어지는 파격적인 승리입니다.
2. 순타포(Συνθάπτω)와 헤노시스(Ἕνωσις): 십자가 세례, 옛 자아의 완전한 참수
로마서 6장에 접어들며, 바울은 "은혜를 더하게 하려고 죄에 거하겠느냐?"라는 얄팍한 구원파적 방종주의자들의 모가지를 단숨에 쳐버립니다. 은혜를 깨달은 신자가 결코 죄에 머무를 수 없는 이유는 도덕적 결심 때문이 아니라, '존재론적 연합'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무릇 그리스도 예수와 합하여 세례(밥티스마)를 받은 우리는 그의 죽으심과 합하여 세례를 받은 줄을 알지 못하느냐 그러므로 우리가 그의 죽으심과 합하여 세례를 받음으로 그와 함께 장사되었나니(순타포)... 만일 우리가 그의 죽으심과 같은 모양으로 연합한 자(순퓌토스)가 되었으면 또한 그의 부활과 같은 모양으로 연합한 자도 되리라" (롬 6:3-5)
"그와 함께 장사되었나니(순타포, συνετάφημεν)!"
원어 '순타포'는 완벽하게 무덤 속에 매장되었다는 뜻입니다. 마틴 로이드 존스(D. Martyn Lloyd-Jones)는 이 구절을 강해하며 사자처럼 포효했습니다. "세례(밥티스마)는 단순히 물에 잠기는 의식이 아니다! 성령께서 우리를 예수 그리스도와 영적으로 완전히 접붙이시는(순퓌토스, 연합한) 기적이다!"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못 박혀 가시 면류관을 쓰시고 피를 쏟으시며 죽으셨을 때, 그분과 연합된 나의 그 더럽고 위선적이며 부패했던 '옛 자아(옛 사람)'도 2천 년 전 골고다 언덕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완벽하게 숨통이 끊어졌고 무덤 속에 매장당했습니다! 죄의 지배를 받던 나는 이미 죽어 장사 지낸 바 되었습니다. 시체는 주인의 명령에 반응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이제 죄의 노예노릇을 하려야 할 수가 없는 영적 신분적 변화를 겪은 자들임을 묵직하게 선포합니다.
3. 로기조마이(Λογίζομαι): 감정을 찢고 진리를 계산하는 영적 선포
바울은 옛사람이 죽었다는 이 위대한 객관적 진리를, 이제 신자의 주관적인 삶의 영역으로 가져와 가차 없이 적용하라고 명령합니다.
"이와 같이 너희도 너희 자신을 죄에 대하여는 죽은 자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께 대하여는 살아 있는 자로 여길지어다(로기조마이)" (롬 6:11)
"죄에 대하여는 죽은 자요... 살아 있는 자로 여길지어다(로기조마이, λογίζεσθε)!"
이 단어는 4장에서 아브라함의 칭의를 설명할 때 쓰였던 바로 그 상업적, 회계학적 단어입니다. 제임스 몽고메리 보이스(James Montgomery Boice)의 묵직한 통찰처럼, '로기조마이'는 막연한 느낌이나 감정적 최면이 아닙니다. 내 감정과 형편은 여전히 죄에 패배한 것 같을지라도, 하나님의 장부에 "예수의 죽음이 곧 나의 죽음이요, 예수의 부활이 나의 생명이다"라고 기록된 그 십자가의 팩트(Fact)를 내 이성과 삶 속에 그대로 '계산해 넣고 확증하라'는 단호한 선포입니다!
우리는 죄의 유혹이 올 때 "죄를 짓지 않게 해 달라"고 구걸하는 자들이 아닙니다. 내 못 박힌 손과 발을 바라보며 "사탄아, 너의 노예였던 내 옛 자아는 이미 갈보리 십자가에서 예수와 함께 처형당했다! 너는 더 이상 죽은 시체인 나에게 소유권을 주장할 법적 권리가 없다!"라고 장부의 진리를 근거로 공격적으로 선포하는 자들입니다.
4. 두λος(Δοῦλος)와 하리스(Χάρις): 죄의 사슬을 끊고 의의 병기로 격상되다
이제 바울은 신자의 지체를 더 이상 죄의 썩어질 무기로 내어주지 말고, 의의 무기로 하나님께 던지라고 맹렬하게 촉구합니다.
"죄가 너희를 주장하지 못하리니 이는 너희가 율법 아래에 있지 아니하고 은혜(카리스) 아래에 있음이라... 너희 자신을 종(두로스)으로 내주어 누구에게 순종하든지 그 순종함을 받는 자의 종(두로스)이 되는 줄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이제는 너희 지체를 의에게 종(두로스)으로 내주어 거룩함에 이르라" (롬 6:14, 16, 19)
"너희가 율법 아래에 있지 아니하고 은혜(카리스, χάριν) 아래에 있음이라!"
레온 모리스(Leon Morris)의 주해처럼, 율법 아래 있는 인간은 죄의 유혹을 이길 능력이 없습니다. 율법은 정죄만 할 뿐 힘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십자가의 피로 부어진 '은혜(카리스)'의 통치 아래로 들어간 자는, 죄의 권세를 발로 밟아 짓부술 수 있는 성령의 폭발적인 권능을 공급받습니다.
우리는 이제 죄의 노예(두로스, δοῦλος)가 아닙니다. 십자가의 피 값으로 소유권이 완벽하게 하나님께로 넘어간 '의의 종'입니다. 내 눈과 귀와 손과 발(지체)을 더 이상 음란과 탐욕과 위선의 병기로 사탄에게 무상 대여하지 마십시오. 오직 나를 살리신 창조주 하나님의 영광과 복음 전파를 위해, 내 전 존재를 십자가의 제단 위에 맹렬한 '의의 무기(호플론)'로 던져드리는 거룩한 야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결론: 아담의 목을 치고 그리스도의 피로 군사 된 교회]
원종민 목사님. 기독교의 거룩함(성화)은 인간의 눈물겨운 도덕적 수양이나 처세술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율법주의적인 결심은 죄의 파도 앞에서 언제나 처참하게 무너질 뿐입니다.
우리는 본질상 첫째 아담의 썩은 족보에 묶여 정죄와 사망의 노예로 영원히 지옥의 불기둥으로 떨어질 찌꺼기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만왕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골고다 언덕에서 당신의 거룩한 육체를 찢으시고 피를 쏟아내실 때, 성령께서는 우리를 그리스도의 무덤 속에 함께 처박아(순타포) 우리의 그 구역질 나는 옛사람의 숨통을 완벽하게 끊어버리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아담의 자손이 아니라,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와 영원히 뼈와 살이 섞인 '새로운 피조물(헤노시스)'입니다! 이 십자가의 팩트를 장부에 계산해 넣으십시오(로기조마이).
강단에 선 주의 종들은 품위 있고 담백하게, 그러나 서슬 퍼런 말씀의 검으로 성도들의 옛 자아를 날마다 십자가에 못 박아야 합니다. 우리가 은혜(카리스)의 통치 아래 있으며, 죄의 노예가 아니라 세상을 정복하는 의의 군대임을 명확하게 선포하십시오. 그리스도와 연합된 이 압도적인 구원의 권능이 목사님의 강단을 통해 불길처럼 터져 나오기를 살아계신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강력히 선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