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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하면 병원 안 가도 됩니다” 편식 권하는 의사들 기사

작성자작약|작성시간12.12.17|조회수106 목록 댓글 0

채식을 하면 고혈압과 당뇨병이 극적으로 호전되고, 암도 호전된다고 주장하는 채식주의자 의사들이 있다. 채식을 권하는 의사들의 모임 ‘베지닥터(VegeDoctor)’다. 이들은 고기, 우유, 채소 등 균형 잡힌 식단을 권장하는 다른 의사들과는 달리 ‘편식’을 권한다.
   
   베지닥터의 회장인 유영재(59) 상임대표(한양여대 치위생과 교수)는 채식 치료의 효과를 이렇게 소개한다.

 


   
   “한번 먹기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끊을 수 없다고 알려진 고혈압 약. 고혈압 약을 15년 동안 매일 두 번씩 복용하던 환자가 새로운 처방을 받고 한 달 만에 혈압 약을 완전히 끊었다. 10년 동안 당뇨병을 앓던 환자도 똑같은 처방을 받아 실천하자 열흘 만에 인슐린을 끊었다.”
   
   베지닥터는 2010년 8월 채식을 하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모여 만들었다. 6명으로 시작한 회원이 현재는 180명에 이르고 강원, 경기, 경북, 전라 등 지부 모임도 있다. 5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 국회헌정기념관에서는 전국 조직으로 공식 출범하는 창립총회도 열린다. 창립총회를 앞두고 대표인 유 교수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이탈리안 채식당 ‘러빙헛 어니스트’에서 만났다.
   
   유 교수는 17년째 비건(Vegan) 채식주의자다. 비건은 유제품과 달걀도 먹지 않는 철저한 채식주의자를 말한다. 유 교수는 20대부터 체중이 90㎏에 육박했고 술과 담배를 즐겼다. 여러 차례 금연과 단주를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인이 채식을 권해 시작했는데, 2주 만에 7~8㎏이 빠지고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채식을 시작하기 전 건강검진에서 지방간과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던 유 교수는 채식을 시작하고 두 달 후 혈액검사를 다시 받았는데, 그 결과가 너무 놀라웠다. 검사 결과에 쓰여 있던 ‘이 이상 건강할 수 없으니 지금 건강을 유지하십시오’라는 문구를 아직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이후로 유 교수는 ‘채식 전도사’가 됐다. 유 교수의 부인도 함께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데 유 교수의 집에서는 김치에 젓갈도 넣지 않는다고 한다. 이날 인터뷰 내내 유 교수는 채식에 대한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쏟아냈다.
   
   
   “당뇨·고혈압… 약보다 채식”
   
   유 교수는 50대에 접어들어 뇌경색, 고혈압,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친구들을 보면서 채식의 중요성을 다시 깨달았다고 한다. “선배 중 한 사람이 식도암 진단을 받았어요. 암에 좋다는 이것저것을 찾아 먹다가 채식을 시작하게 됐는데 병세가 금방 호전됐죠. 병원에서 3개월밖에 못 산다고 했는데, 6개월 만에 퇴원했고 암 진단 후 1년째부터는 다시 직장에 나갔습니다. 그러다 2년쯤 지나니까 기운이 회복되며 입맛까지 돌았답니다. 그런데 그 선배가 어느 날 전화를 걸어와 ‘유 원장, 우리 단백질 보충 좀 해야지’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형님, 지금 다시 고기 드시면 절대 안 됩니다. 큰일 나요’ 했는데, 그 전화 하고 일주일 만에 돌아가셨어요. 몸이 호전되니까 어느 정도 단백질 보충은 해야 한다면서 생선과 고기를 조금씩 드신 거예요. 완전히 회복된 상태가 아니었는데 다시 육식을 시작하니까 병이 급격하게 진행된 거죠.”
   
   유 교수에 따르면, 처음 베지닥터 모임을 가진 목적은 채식에 대한 학문적 이론과 바탕을 세워보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채식에 관심 있는 의사들이 모이니까 각자 겪었던 채식에 대한 의학적 경험을 털어놓는데 각자의 경험담 중에는 너무 놀라운 치료 사례가 많았다.
   
   베지닥터 회원들은 일단 채식을 하면 체중이 감소하며 몸이 가벼워지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진다고 했다. 이와 함께 채소의 섬유소가 혈관에 쌓여 있는 기름을 녹이면서 혈관이 넓어진다고 한다. 혈관이 넓어지면 혈압이 자연스럽게 내려가고 혈액순환도 잘된다. 이에 따라 피로감이 줄어들고 불면증도 해소되어 전체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베지닥터 회원인 대구의료원 신경외과 황성수 박사는 약물치료 대신 현미밥과 채식 위주의 식사법으로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황 박사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채식으로 암, 당뇨, 고혈압 같은 질병을 고친 사례가 무척 많다”면서 “치매 환자도 채식으로 호전된 경우가 있다”고 했다. 황 박사는 “채식을 하면 일단 피가 맑아지기 때문에 피부색이 좋아지고, 피부 탄력성도 높아진다. 아토피 같은 피부질환을 채식으로 치료하는 환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채식을 반대하는 의사도 많다. 등푸른 생선에 함유돼 있는 DHA와 EPA 같은 불포화지방산이나 고기에 함유돼 있는 단백질이 결핍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동료 의사들의 우려에 대해 유영재 교수는 “생선이나 고기에 들어 있는 이로운 단백질은 소량인 반면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이 대부분이고 더욱이 생선, 어패류 등은 중금속 함유에 대한 우려도 있다”며 “어류와 육류에 포함돼 있는 이로운 단백질은 균형 잡힌 채식을 통해서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뿐만 아니라 사육 과정에서 가축에게 투여되는 항생제와 성장호르몬 그리고 유통 과정에서 첨가되는 합성 첨가물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성장을 빠르게 하기 위해 가축에 투여하는 성장호르몬이나 여성호르몬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쳐 어린아이들의 성조숙증을 유발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밝혔다.
   
   
   “체질에 따라 채식 방법 다르다”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는 뼈, 근육, 두뇌의 발달을 위해 충분한 단백질 공급이 필수적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도 유 교수는 이견을 나타냈다. “우리 회원 중에 이철민 원장은 아이가 셋인데, 가족이 모두 1992년부터 채식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가장 어린 나이부터 채식을 시작한 막내가 지금 키가 제일 크고 가장 건강해요. 딸인데 키가 170㎝가 넘고 운동도 잘한다고 하더라고요. 채식을 하면 성장기 어린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생각도 옳지 않습니다.”
   
   흔히 골다공증에 사골국이나 동물성 단백질이 좋고 채식을 하면 노인이 됐을 때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견해에 대해서도 베지닥터 회원들은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채식을 하면 오히려 골다공증이 예방된다는 것이다. 동물성 단백질을 체내에서 분해하기 위해서는 칼슘이 필요하기 때문에 육류를 섭취하면 오히려 뼈의 칼슘량이 낮아진다는 게 베지닥터 측의 견해다. 따라서 현미 같은 통곡물을 통해 칼슘과 단백질을 얻는 것이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베지닥터 모임에는 한의사들도 많다. 녹용이나 자라 같은 동물성 재료가 보양식으로 소개되거나 약재로 쓰이는 현실에서 한의학에서도 채식에 대한 의학적 효과를 발견하고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남 고흥 두이비안 한의원 이우정 원장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한약재의 대부분은 식물성이고 동물성 약재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육식을 하면 잠깐 힘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뿐 그 이상 건강에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체질에 따라 채식 방법도 다르다”며 “간 기능이 센 사람은 뿌리채소를 많이 먹는 것이 좋고 폐 기능이 강한 사람은 채소의 잎, 가지, 줄기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베지닥터는 창립총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국민 건강을 위한 채식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유 교수는 “암, 당뇨, 고혈압 등으로 고통받는 국민이 줄어들고 그 가족들도 과도한 의료비 부담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우리 목표”라면서 “왜 채식이 좋은가에 대한 과학적 증명, 올바른 채식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국내외 단체와의 협력을 통한 채식 인프라 구축, 친환경 학교 급식에 대한 이론적 바탕 제공 등 국민 건강을 위해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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