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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동의보감’신형장부도(身形臟腑圖)의 비밀

작성자작약|작성시간12.10.11|조회수142 목록 댓글 0

동의보감’신형장부도(身形臟腑圖)의 비밀
 
 
 
▲ <그림1> 신형장부도(身形臟腑圖)
한국이 자랑할 만한 세계적인 의성(醫聖) 허준 선생의 대표작인 『동의보감(東醫寶鑑)』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한 책 중 하나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서점에 가보면 『동의보감』이라는 제목이 들어간 건강서적들을 상당히 많이 볼 수 있다.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한방 관련 건강서적 대부분이 제목에『동의보감』을 넣고 있다. 그러나 실제 내용을 읽어보면 대개는 『동의보감』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들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하도 궁금해서 출판사 직원에게 문의해 보았더니 『동의보감』이 들어가고 안 들어가는 것에 따라 판매량이 달라진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TV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동의보감』과 허준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연속극을 이미 세 차례나 제작하였고 매번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사실, 의사학(醫史學)적인 관점에서 볼 때 조선시대 역사를 통틀어 『동의보감』만큼 국내외에서 호평받고 여러 차례 출간한 책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내에서만 무려 25차례나 출간했을 정도로 『동의보감』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 일본 등 동양 각국에서 호평받은 국제적인 명작(名作)이다.

그러나 원래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있듯이 우리 국민 누구나 친숙하게 여기는 『동의보감』이건만, 실제로 이 책을 제대로 본 사람은 아주 드물다. 심지어 한의사들조차도 『동의보감』을 제대로 읽고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책 내용이 워낙 방대한 데다가 단순히 한의학뿐만 아니라 유가와 도가 심지어 불가의 이론까지 두루 접목한 허준 선생의 방대한 사유체계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동의보감』을 연구하는 학자들 중에는 한의사나 의사뿐만 아니라, 체육학자, 식품영양학자, 서지학자, 종교학자, 한학자, 동양철학자, 천문학자, 과학사학자, 요리 연구가, 식물학자 등등 너무나 다양하다. 거의 16세기 세계 최고의 백과사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 책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간단한 예를 들면 4000여 개 처방, 수천 가지 약용 식물, 동물, 광물 등이 등장하며 물의 종류만도 무려 수십가지를 구분하여 싣고 있다.

특히 이 책 첫장을 펼치자마자 등장하는 이상한 그림(?), 신형장부도(身形臟腑圖)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해부도(解剖圖)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엉성하고 마치 초등학교 학생의 거친 밑그림 같은 우스꽝스런 사람의 모습은, 현대의학에 비해 너무나 낙후되었다고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과학과 양방의학을 맹신하는 사람들은 신형장부도를 과거의 낡아빠진 해부도로 보기도 한다. 심지어 그들은 어떻게 이런 엉터리 해부학으로 사람을 치료했는지 의아해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한의학에 대한 무지에서 온 오해이다.
그렇다면 과연 신형장부도는 무엇이며 도대체 얼마나 중요한 그림이기에 ―원래 동양의 전통적인 저술에는 그림이 거의 없으며 이런 상황은 의서(醫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동의보감』25권에 나오는 그림이라고 해야 약물을 빼고 나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

― 첫머리에 등장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기 전에 우선 독자 여러분들은 <그림1>에 있는 신형장부도를 유심히 보아주기 바란다. 도대체 이 그림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자,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신형장부도에 숨어있는 비밀들을 한의학적인 시각에서 하나하나 풀어보도록 하자.

첫째, 신형장부도는 해부도일까?

신형장부도는 살아 숨쉬는 사람을 그린 것이다. 그러므로 눈을 뜨고, 코를 벌름거리면서, 입을 벌리고 있고, 배는 출렁출렁 호흡하는 모습을 그렸다. 양방해부도의 정적(靜的)인 구조와는 판이하게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이는 한의학에서는 본래 죽어서 고정되어 있는 사체(死體)의 구조보다는 정기신(精氣神)의 관점을 통해 인체를 바라보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기(氣)나 인간의 정신적인 측면인 신(神)을 강조함으로써 나타난 차이점이다.

즉, 한의학에서는 인체에서 정기신(精氣神)이 어떻게 생성되고 운행하는가가 중요한 문제이지 실질 장부의 생김새나 구조는 중요한 관심사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사실 중국에는 이보다 훨씬 상세하고 정교한 해부도가 이전부터 있었지만 당시 의사들은 해부도를 별로 중시하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사람을 보는 관점이 양방의학과 달랐기 때문이다.

즉, 신형장부도는 해부도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의 체내에서 정기신의 흐름과 오장육부의 운행을 그린 일종의 개념도이다.

둘째, 신형장부도는 왜 측면을 그렸을까?

얼핏 생각해도 장부나 인체의 구조를 그리려면 당연히 전면(前面)이나 후면(後面)의 그림이 효과적일 것이다. 실제 이 책이 나올 당시인 15~16세기에 나온 다른 많은 의서들에서는 인체 전면과 후면을 그려놓고 여기에 경락(經絡)의 순행노선과 혈(穴)자리를 표시한 그림을 그린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동의보감』과 같이 측면도만 그린 경우는 의학의 역사상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허준 선생의 신형장부도는 왜 굳이 인체의 측면도만 그렸을까?

신형장부도가 양방 해부도와 같이 인체내부의 구조들을 그린 것이 아니고 기존 한의학에서 설명하는 경락이나 경혈을 그린 그림도 아니라면 도대체 이 그림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

대답은 뜻밖에 단순한데 전면도나 후면도보다 측면으로 그릴 때 유리한 점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면 된다. 그것은 바로 인체의 전면과 후면으로 정기신(精氣神)이 운행되는 모습, 즉 이른바 주천(周天)순환을 그리기에 측면도가 적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유의 주천 그림은 의서보다는 도가(道家) 수련(修煉) 서적에 많이 등장한다. 어떤 의미에서 『동의보감』은 , 특히 신형장부도는 단순한 의서라기보다는 도가 수련서적에 가깝다.

이렇게 말하면 독자 여러분들 중에는 ‘그럼 한의학이 단전(丹田)호흡이란 말이냐?’고 되묻고 싶은 분들이 많을 것이다. 사실 한의학은 단순히 한약을 처방하고 침과 뜸을 놓는 치료방법을 모아놓은 기술서적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한의학의 뿌리는 『황제내경(黃帝內經)』이라는 도가(道家) 수련서에 있으며 실제로 역대로 유명한 대부분의 한의사들은 사실 도사나 승려 등 수련인이 많았다. 『동의보감』은 바로 이런 전통 위에서 조선 중기까지 전해내려온 모든 의서들과 도가 수련서적 등을 결합하여 새로운 인체관을 바탕으로 이룩한 독창적인 저작이다.

특히 허준 선생은 이전의 중국의서들과는 달리 정기신이라는 도가의 삼보(三寶)를 바탕으로 한의학을 새로운 차원으로 승화시켰으며 그 새로운 인체관의 핵심이 바로 신형장부도인 셈이다. 다시 말해서 신형장부도는 도가적인 사유체계를 바탕으로 한의학을 융합하여 새로운 관점에서 인체를 이해한 그림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신형장부도를 이해하는 문제의 핵심은 도가에서는 어떤 관점으로 인체를 보는가 하는 주제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도가에서는 사람의 인체를 소우주(小宇宙)라는 관점에서 파악한다.

즉, 소우주인 인체가 대우주의 모든 현상들과 대응(對應)한다는 사상인데 한의학에서 이것을 구체화한 표현이 바로 천인상응론(天人相應論)―하늘과 사람이 서로 대응한다는 이론으로 하늘의 변화가 인체에도 영향을 주며 역으로 사람의 일이 하늘에 영향을 준다는 사상―이다.

본래 도가 사상의 핵심은 수련을 통해 본성을 회복한다는 반본귀진(返本歸眞)에 있고 인체란 이런 수련을 할 수 있는 터전을 의미한다. 때문에 도가는 다른 어떤 수련보다 인체에 관심이 많았고 인체를 잘 다스려 작게는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나아가서는 더 고상한 인격체

―신선(神仙)―로 승화하는 데 관심을 둔다.

『동의보감』도 마찬가지 관점에서 사람이란 ‘수련을 통해 신선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존재’로 파악하며 신선이 되어 정기신의 운행이 원활하다면 인체에는 어떠한 질병도 없다고 본다.

즉, 사람은 원래 병이 없고 대자재(大自在)하고 자유로운 존재이지만, 사람이 후천적으로 육체를 갖고 태어난 후에는 육신(肉身)을 유지하기 위하여 먹고, 마시고, 쉬는 등의 활동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집착심이 생겨 나와 스스로 온갖 병을 초래할 뿐이라고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이것을 “(의학이란) 일찍 죽을 사람을 오래 살게 하며, 오래 사는 사람을 신선이 되게 할 수 있다.”라고 간단하게 정리하였다.

그러면 역으로 사람은 왜 병에 걸릴까? 『동의보감』에서는 신선이 될 수 있는 수련(修煉)을 하지 않기에 생로병사가 생겼으며, 건강한 인간이 될 수 있는 양생(養生)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온갖 질병에 시달리는 것이라고 여긴다. 즉, 사람이 스스로 병을 만드는 것이며 병균 등의 외부적인 원인은 부차적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의학의 성전(聖典)이라고 할 수 있는『황제내경』에서는 병이 발생하는 원인을 풍우(風雨)·한서(寒暑)와 음식(飮食)·거처(居處)·음양(陰陽)·희로(喜怒)라고 본다. 여기서 풍우와 한서란 비, 바람, 추위와 더위 등 외부 환경(여기에는 병균 등도 포함된다)의 변화로 말미암아 병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음식이란 말 그대로 음식을 잘 조절하지 못해서 생기는 병이고, 거처란 평상시 생활 습관이나 직업 등을 말한다. 음양이란 성생활을 의미하며, 희로란 감정이나 정서적인 원인에 의한 스트레스 등을 말한다.

여기서 비록 외부적인 원인으로 풍우와 한서를 나열하긴 했지만 다른 곳에서는 ‘정기(精氣)가 안에 있으면 사기(邪氣)가 침범할 수 없다’라고 하여 근본적인 원인은 내부에 있음을 강조하였다. 즉, 사기(邪氣)가 아무리 강할지라도 인체에 저항력이 충분하다면 병이 생기지 않는다는 논리이다. 이와 같이 한의학에서는 인체 내적인 조화와 균형을 중요시한다.
그러면 이제 이런 배경 지식들을 가지고 다시 한번 신형장부도를 보자.

배꼽을 중심으로 물결모양으로 호흡하는 파동을 그려놓았고, 등에는 위에서부터 옥침(玉枕)관, 녹로(??)관, 미려(尾閭)관이라고 하여 주천(周天) 순환 시 가장 통과하기 어려운 세 가지 관문을 그려놓았다. 또 머리 부분을 보면 뇌(腦)를 수해(髓海)라고 하여 골수가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중시함을 알 수 있으며, 뇌 중앙부위를 특별히 니환궁(泥丸宮)이라 하여 우리 몸의 진짜 주인인 원신(元神)이 거처하는 궁궐이라고 표기해 놓았다.

다시 한번 요약하자면 신형장부도는 도가의 수련에 필요한 정기신이 운행되는 주천 순환을 나타내기 위하여 측면도를 그린 것이다.

ː셋째, 신형장부도에는 왜 팔다리가 없을까?

신형장부도를 처음 접할 때 현대인들이 아주 의아해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팔다리가 없다는 점이다. 요즘 사람들은 긴 팔과 다리를 마치 미인의 척도인 양 아주 중시하지만 옛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팔다리가 긴 것보다는 몸통이 긴 것을 귀하게 보았다. 왜냐하면 근본[本]인 오장육부가 들어 있는 곳은 몸통이고 사지는 가지[末]에 불과하기 때문에 근본이 튼튼한 것을 귀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본래 이런 식의 그림은 의서보다는 도가(道家) 양생(養生)이나 수련(修煉)서적에 자주 등장한다. 의서에서는 경락의 순환을 중시하므로 팔다리가 아주 중요하지만 수련서적에서는 팔다리가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면 팔다리를 빼고 그린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가장 근본을 이루는 뿌리를 장부(臟腑)로 보며, 팔다리는 일종의 부속기관으로 본다. 즉, 생명을 이루는 근본적인 요소가 아니기에 생략한 것이다.

또한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정기신(精氣神) 운행의 관점에서 볼 때 이른바 소주천(小周天) 순환--소주천이란 우리 몸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경락인 앞면의 임맥과 뒷면의 독맥을 하나로 이어서 소통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소주천이 통하게 되면 질병이 사라진다고 하여 도가 수련에서 아주 중시하는 개념이다--을 표현할 때, 팔다리가 있으면 그림을 분명하게 표현하기 어렵다. 중복되거나 겹치는 부분이 생기므로 아예 과감하게 팔다리를 생략한 것이다.

ː넷째, 신형장부도는 정(精)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보통 정력(精力)이란 말을 많이 사용하지만 그 정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정(精)이란 본래 정미롭다는 의미로 ‘우리 몸에서 가장 소중한 보배’라는 뜻이며 구체적으로는 뇌수(腦髓)나 골수(骨髓) 등을 말한다.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가장 튼튼한 뼈로 감싸여 있는 것이다.

여기서 특별히 정을 강조하는 이유는 신형장부도에 나오는 척추와 오장이 바로 정이 생성되고 운행되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특히 오장 중에 정을 저장하는 임무를 띤 신(腎)은 직접 척추뼈와 연결되어 있으며 머리의 뇌(腦)는 뇌수라고 하여 다른 것과 달리 더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즉, 사람은 오장에서 정을 만들어 뼈속에 간직하는데 척추뼈를 통해 정이 전신으로 운행된다는 논리이다.

그러므로 한의학에서는 정이 부족해지면 나타나는 증상으로 요통, 등이나 목이 아픈 증상, 머리털이 푸석푸석해지거나 눈이 침침해지며, 코가 마르고 입이 마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잘 생각해 보면 모두 정의 운행 경로와 연결이 된다.

이와 같이 척추뼈가 있는 인체 후면(後面)은 정(精)의 운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나타나는 병증도 정이 부족한 증상이 대부분으로 남자의 병이 많다. 반면에 여자들은 정보다는 혈(血)의 운행이 중요하며 음식이나 감정의 문제로 인한 병이 많으므로 주로 전면(前面)의 병이 많다. 즉, 목에 뭔가 낀 것 같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안되며, 복부운동이 안되어 배에 덩어리가 생기는 등 주로 전면의 병이 많다.

신형장부도에서는 이것을 아주 함축적으로 그려내고 있는데 척추를 기준으로 앞면은 복잡하고 많은 장부들이 있지만 부드럽게 운동하는 것을 중심으로 그려 놓았고 척추 뒷면은 간단하게 머리끝부터 꼬리뼈 끝까지 연결시켜 정이 운행되는 통로임을 강조하였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남자의 병은 단순하고 주로 뒤쪽으로 오며, 여자의 병은 복잡한데 주로 앞쪽으로 온다.

ː다섯째, 병은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가?

그렇다. 모든 병은 병이 발생한 환경조건인 인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동의보감』에서는 형(形)과 색(色)에 따라 장부도 달라진다고 했으므로 사람의 생긴 모양과 색깔에 따라 장부의 편차가 생기며 이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도 달라진다.

가령, 뚱뚱한 사람과 빼빼 마른 사람이 허리가 아프다면 증상은 동일해도 원인이나 치료법은 다르다는 의미이다. 대개 마른 사람은 정이 부족해서 오는 경우가 많고 뚱뚱한 사람은 살이 쪄서 기혈의 운행이 막혀서 오는 경우가 많다. 전자의 경우는 정을 보충해 주는 보약을 쓰는 경우가 많고 후자의 경우에는 소화제나 기의 운행을 강화시켜 노폐물을 뽑아 내는 방향으로 처방을 많이 쓴다.

이 외에도 오장 중에 간(肝)이 발달한 사람, 심(心)이 발달한 사람, 폐(肺)가 발달한 사람 등등 다양한 범주로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 가령 연예인 차승원이나 송승헌 씨와 같이 눈썹이 진하면 팔다리가 길고 몸에 털이 많은 근육질의 사람은 대개 간이 발달된 체질로서 간으로 병이 오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이주일이나 이덕화 씨와 같이 어깨가 발달하고 이마가 큰 사람들은 폐가 발달한 체질로서 폐나 기관지 쪽으로 병이 오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이 각각의 경우를 엄밀하게 따져보면 각인각색(各人各色)이라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결론적으로 이상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결국 『동의보감』 신형장부도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단순히 사체를 해부하여 그 구조를 그려낸 것이 아니며, 살아 숨쉬는 인간에서 정기신(精氣神)의 운행을 그려낸 것이다. 소우주인 인간은 본래 병이 없는 존재인데 후천적으로 생긴 집착심으로 인해 온갖 다양한 병들이 생기게 된다. 즉, 병이 생기는 근본원인은 단순히 외부에서 병균이 들어왔기 때문이 아니며 인체가 명예나 이익, 정(情) 등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균형과 조화를 잃고 정기(精氣)가 쇠퇴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심신수련을 통해 각종 집착심을 버리고 마음을 담담(淡淡)히 유지하는 데 있으며, 이것이 안 될 경우에 단전호흡이나 도인(導引)체조(일종의 전통적인 체조로서 요즘 유행하는 요가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약이나 침, 뜸 등의 치료를 필요로 하게 된다. 병치료에 있어서도 정기(精氣)를 보(補)하는 것이 중심이 되며 양방과 같이 병균을 없애는데 치중하지 않는 것이 『동의보감』신형장부도의 기본관점이다.

임영철 (의학전문기자,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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