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1
한의계도 좌파와 우파로 나뉘어지니 전통 순수 한의학을 강조하는 것이 한의계의 ‘우파’라면 현대의학과의 접목을 통해 한의학의 새 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좌파’이다. 현재는 한의학의 과학화라는 명목으로 좌파가 득세하는 형국인데 우리 것조차 제대로 이해 못하는 상태에서 현대의학에 기웃거린 탓에 주객이 전도되어 의료일원화의 형태로 양방에 흡수될 위기에 처해있다. 따라서 앞으로 한의학의 왜곡되지 않은 발전을 위해서는 우파 중의 좌파가 필요한 바 전통 한의학 속에서 과학화와 세계화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본인은 ‘한의학의 과학화’라는 표현 자체를 거부한다. 이는 한의학이 과학과 동떨어진 미신이라는 뜻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과학’이란 객관화된 용어를 통해 자연 현상을 정의 내리는 것인 바 한의학 역시 보편적 용어와 약속을 통해 몸의 이치를 규정한다는 점에서는 넓은 의미의 과학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의학이 미신, 비과학으로 오해를 받는 것은 극우파(?)의 현학적 자세 때문이다.
음양오행陰陽五行을 학문 언어(과학 용어)로 보지 않고 신격화시켜 절대 진리로 여기면서부터 동양학에 대한 현대판 마녀사냥이 시작되었다. 음양오행陰陽五行은 동양학을 이해하기 위해 약속된 ‘언어’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즉 음양오행陰陽五行은 우리 선조의 과학관科學觀으로서 만물萬物을 분류하는 법칙이자 원리原理를 설명하는 방법에 불과하다.
이처럼 진리를 측정하는 수많은 잣대중의 하나인 음양오행陰陽五行이 진리 그 자체로 인식되어 버리면 심각한 왜곡이 야기된다. 손가락이 다섯 개이기에 장갑의 구멍이 다섯 개인 것을 가지고 장갑구멍이 다섯 개이므로 다섯 손가락이 만들어졌다는 말도 안 되는 코미디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한의계의 극우파가 연출하는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신격화는 장갑의 다섯 구멍에 손가락을 맞추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 이런 상황에선 학문이 왜곡되고 경직되어 버리는 바 벙어리 장갑이나 여러 손가락이 함께 들어가는 장갑은 못 만들게 한다. 다섯 손가락은 불변이나 다양한 형태의 장갑은 가능하듯이 진리 그 자체는 절대적이어도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인 음양오행陰陽五行은 절대적이지 않다.
이에 오행五行이 아닌 육행六行, 칠행七行도 가능한 법. 본인이 이제마 선생의 사상의학四象醫學을 높이 보는 것은 우리 선조들이 사용한 기존의 음양오행陰陽五行이라는 장갑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장갑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마 선생의 장갑을 음양오행陰陽五行보다 선호하는 지금, 그 장갑마저도 손가락 자체로 인식하려는 경직된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놀라운 것은 한의계에서 이처럼 극우파 세력이 약하지 않다는 점. 따라서 본인은 획일적이고 경직된 학문 풍토를 타파하고자 ‘언어’로서의 음양오행陰陽五行을 강조하려한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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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작약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6.15 거의 모든 종교 수련단체의 입장도 한의학적 극우파의 모습과 비슷해 보입니다....순수한 분들이 공격을 호되게 당하면 오히려 더 꽉 막히고 고집불통이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 안타까우면서도 좋은 타산지석의 예라고 느껴지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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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감초 작성시간 12.06.16 이글에 동의합니다.. ㅎㅎ 하지만 문제는 항상 이전제를 이야기 하고 다음 논리를 진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는게
전 오히려 웃긴 상황이라고 봅니다.. 이전제를 잊고 듣는 이는 본문에 나온거 처럼 절대진리로 강조하는 걸로 거부감을
표시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