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10
[우주변화의 원리]... 감동의 눈물을 흘리면서 본 책. 비극영화나 소설에도 슬퍼할 줄 모르던 본인을 눈물나게 만든 책. [역학원리강화]의 ‘? 노트’를 붙잡고 고민하던 차에 무심코 다시 잡은 그 책에는 ?에 대한 답이 숨겨 있었던 것이다. 밀물처럼 밀려오는 쾌감. 나도 모르게 뺨 위로 눈물이 흘렀다. 그때 기분을 지금도 잊지 못하니 성욕과 식욕을 능가하는 최고의 희열. 이것을 자아도취라 말해도 상관없다. 오히려 ‘자아도취’는 자신의 관觀을 형성하는 데에 필요한 요소이니 어떤 학문적 대상에 미치기 시작했다는 증거인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학문의 길에서는 이 도취가 오래 못 가는 법. 본인 역시 ? 노트에 [우주변화의 원리]에서 얻은 답을 달아 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이 생겼다. ?에 !을 달자마자 생기는 또 다른 ?. 이미 !의 쾌감을 맛 본 까닭에 주저 없이 다시 치열한 갈등에 몰입하니 예과 2학년 때는 [역학원리강화]와 [우주변화의 원리]가 서로 맞물려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는 연구를 했다. 사실 [우주변화의 원리]는 [역학원리강화]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것이 아니라 ‘필요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보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필요 부분’. 공부하는 힘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가릴 줄 아는 데에서 나오는 바 일독一讀을 통해 관觀이 형성되면 정보를 가리는 능력이 생기는데 이에 같은 책을 보더라도 다른 이에 비해 정보 습득이 빨라진다. 고수의 다독多讀은 바로 이 과정이니 책 한 권을 잡아 한 번 훑어보면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또 무조건 책을 모으는 입문의 다독多讀과 달리 책의 옥석玉石을 가려 자신의 관觀을 살찌우는 데에 요구되는 책만을 효과적으로 모으게 한다.
본인이 예과 1년을 [역학원리강화]로 일독一讀한 까닭에 나름대로 어설픈 관觀이 형성되었던 바 다른 책을 볼 때 필요한 핵심을 고를 수 있었으니 [우주변화의 원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본인의 예과시절은 이상 2권의 책을 통해 관觀이 형성되는 시기였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본인이 떠벌리는 이야기는 그 시절의 생각 ... 일찍이 형성된 관觀을 통해 그 동안 세상을 바라본 내용인 것이다.
안경잡이가 안경 없이는 또렷하게 살 수 없듯이 본인만의 시력에 맞추어 스스로 제작한 관觀 없이는 ‘손영기의 한의학’이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본인의 관觀에 대한 비판은 전혀 신경쓰질 않는다. 본인은 이것이 진리가 아닌 언어, 하나의 인식도구라고 보며 이러한 기준을 가지고 세상을 해석하는 것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애당초 자신이 쓰지 않는 남의 안경을 가지고 돗수가 맞지 않느니, 안경디자인이 촌스럽다느니 하는 말들은 전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