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17
이제까지 말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보자.
음양오행陰陽五行은 언어일 뿐이고, 이에 음양오행陰陽五行으로 쓰여진 한의학은 몸을 표현하는 회화로서 기본회화와 전문회화로 구분되는데 모든 회화학습은 일독一讀의 문리文理 트임을 주축으로 하는 다독多讀→일독一讀→다독多讀의 과정을 거쳐서 완성된다.
이상으로 본인의 경험을 비추어 한의학의 학습법을 정리해 보았다.
그러나 본인의 [개론강좌]에는 함정이 있다. 일독一讀을 통해 ?와 !를 달아야... 표현훈련을 위해 말, 글을 아끼지 말아야... 학생 자신이 선생이 되어야... 앞선 이의 관觀을 쫓지 말라... 등등은 자칫 자신이 판 구덩이에 빠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의학 학습법에 있어서 ‘스승’의 중요성을 언급해본다. 거침없이 떠드는 본인의 기고만장한 모습이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닌데 그럼에도 이제껏 ‘스승’의 존재보다는 개인의 통찰을 강조함은 세상에 스스로 스승임을 칭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도 원인이겠지만 맹목적인 추종으로 어설픈 흉내내기로 그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의 통찰은 스승의 도움이 있어야만 발전해 나간다. 달리기 시합에서는 “땅”하는 출발신호로 달리기가 시작되는데 혼자 아무리 시합을 위해 체력을 키우고, 연습을 해도 실전에서 출발신호 없이 선수끼리 눈치만 보다가는 시합을 치를 수 없다. 이처럼 한사람의 출발신호에 의해 선수들이 일제히 달려나가는 것처럼 스승의 가르침은 개인의 통찰이 맴돌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는 본인도 예외가 아니니 본인은 스승으로서 두 분을 모시고 있다. 기본회화에서는 김은하 스승님, 전문회화에서는 류희영 스승님. 이제는 자주 찾아 뵐 수 없는 김은하 선생님... 요새도 문득 한의대 예과시절 선생님과 공부하던 모습을 떠올려본다. 예과 2학년 방학때 병욱이와 함께 선생님 집에서 합숙하면서 밤늦게까지 이루어진 공부는 기본회화학습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역학원리강화]의 일독一讀 과정에서 머릿속에 맴돌던 ? 들, 특히 소강절의 ‘태극동정이음양분太極動靜而陰陽分’이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풀린 것이다.
오행五行에 대한 본인의 질문에 말없이 양손을 꼭 쥐어흔들어 보이시던 김은하 선생님. 선생님의 흔들리는 양손을 보는 순간 태극太極, 음양陰陽, 오행五行의 개념이 찰나에 세워졌다. 겨우내 아무리 쓸고 또 쓸어도 치워지지 않던 눈들이 봄철 한줄기의 햇살만으로 순식간에 녹아 없어지듯이 양손을 흔드는 동작만으로 그 동안 쌓인 의문들이 녹아 내린 것이다. 본인 본4 때 참고문헌 없이 오로지 ‘손’만 보고 쓴 “손안의 영원한 기운”은 김은하 선생님의 그 손을 기념하는 글이다.
*손안의 영원한 기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