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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자료

<손영기> 스승에게 배우는 바른 방법

작성자작약|작성시간12.06.16|조회수115 목록 댓글 0

언어 20

 

 

진단학 책 100번 읽기. 이미 학창시절 일독一讀의 중요성을 경험했기에 스승님의 주문은 전혀 당혹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말씀에 더욱 분발하는 마음이 생겼으니 만약 “내가 가르치는 대로 차근차근 배우게”라고 말씀하셨다면 배움의 정도正道가 아니라 하여 무릎을 꿇지 않았을 것이다.

 

 

독특한 스승에 걸맞은 독특한 제자. 이처럼 전국 10여명의 독특한 제자들은 ‘청호학회’를 구성하고 있다. 그 동안 적지 않은 분들이 제자를 자청했지만 이심전심以心傳心의 가르침에 지쳐 포기했으니 작년 6월부터 어렵게 준비한 스승님의 진단학 강좌만 보아도 그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처음 50여명이 참여한 강좌가 일년이 지난 지금은 10여명만 남았는데... 딱 청호학회의 핵심인 ‘독특한’ 제자들만 남은 셈이다.

처음 접하는 용어로 장황하게 말씀하시니 임상에서 당장 쓸 수 있는 약藥과 침鍼을 바랬던 분들에겐 이해할 수 없는 내용에 황당했을 것이다. “어디 아프면 어떻게 약藥과 침鍼을 써라”는 식의 일반적인 강의와 달리 임상의 관觀을 설명하는 강의에는 강의자의 언어를 미리 파악해야 한다. 이에 진단학 책 100번 읽기는 스승님과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기 위한 공통언어 익히기 방법인데 비록 100번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3, 4번은 집중해야하며 이것도 힘들다면 본인처럼 스승님 옆에서 그 행동과 말씀에 눈과 귀를 모아야 한다.

 

 

김용옥 선생도 말하길 석학碩學에게 자문을 구하려면 뵙기 전에 그가 쓴 모든 논문과 책을 미리 읽어야 한다고 했다. 이 역시 대화를 위한 준비작업, 석학碩學의 언어를 익히는 작업이니 이 과정 없이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없다. 이해가 어려운 대답을 가지고 준비되지 못한 언어력을 자책하기는커녕 대답해준 분의 관觀을 오히려 비판하는 것이 현실인 까닭에 이 시대는 참된 스승이 부족하기보다는 참된 스승을 이해하는 자가 부족하다.

 

 

요즘 본인은 두리내리 홈을 통해 토울론土鬱論 연재이후 적지 않은 문의를 받고 있다. 아직 연구하는 과정이라 답변이 궁색할 수밖에 없지만 공통언어를 갖지 않은 분들에겐 설명하기가 더욱 어렵다. 과거 본인이 쓴 경문散文 모두를 읽지 않더라도 최소한 연재된 토울론土鬱論만이라도 전체를 읽고 질문하시면 좋겠는데... 질문을 보면 본인이 사용하는 언어를 알고 계신지 금방 느낄 수 있으니 죄송한 말이지만 이에 따라 답변 내용도 달라진다. 그것은 본인이 무슨 대단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서로 언어가 친숙하지 않은 이상 어설픈 설명은 오히려 오해만 야기하기 때문이다.

 

 

간혹 노골적으로 해토침解土鍼과 해토방解土方만을 요구하는 분도 계신데 한의학도나 한의사라면 기꺼이 알려드리고 있지만 다소 우려되는 것은 한두 번 시험삼아 침鍼과 방方을 쓰신다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두 번 써보아 효과 없다고 평가할 것이 아니라 몇 일이라도 이 침법鍼法과 처방處方만을 사용해보아야 그 가치를 논할 수 있다. 무엇이든 미친 듯이 빠져야 그 참 맛을 알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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