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전 - 한의학의 관觀
승리를 위한 전략과 전술.
작전이라 함은 한의학의 관觀을 의미한다.
觀, 철학적 카테고리. 진료에 있어서의 ‘기본 틀’이라 할 수 있다.
한의학의 정통성은 바로 이러한 작전, 觀을 가지고
임상에 임하고 있느냐에 달려있으니 觀이 부재不在된 단순한 사전식 치료술,
즉 대증요법對症療法은 준비되지 않은 무모한 전쟁과도 같다.
따라서 觀의 형성은 한의사로서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된다.
우리 학문에 있어서 양방의학과 달리 원전과 의사학이 중시되는 것도
결국 이것이 觀 형성에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일찍이 본인이 철학하는 자세를 강조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인데
의학에 있어서 형이하학적 측면만 강조하여 철학의 위치를 부정함은
앞, 뒤 가리지 않고 총, 칼을 휘두르는 심각한 상황을 야기한다.
부언컨대 觀이라 함은 한의학적 시각에서 인체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사람마다 관점이 다른 바 觀 또한 사고의 개성을 나타내니
이동원의 비위론脾胃論을 포함한 금원사대가金元四大家의 학설과
이제마의 사상의학四象醫學 등등은 이러한 ‘작전’을 의미한다.
한의학 개론, 생리학, 병리학... 한의대에서 배우는 기초의학은
觀을 형성하는, 작전을 짜기 위한 토대이니
이때 다져진 기초는 임상에서의 경험과 접목하여
의료의 방향, 진료의 틀을 형성한다.
그러므로 한의대 시절엔 무기 다루는 법을 가르치는 본초, 침구학보단
한의학적 시각을 갖추게 하는 기초의학연구를 중시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음양오행은 뒷전인체 **침법, **탕에만 매달리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한의대 6년을 불나방처럼 침과 약만을 쫓아다니면
졸업해서도 무슨 병엔 어떤 처방과 혈자리 식으로 번잡해진다.
이에 처방과 혈자리 수집에 혈안이 된다.
고혈압엔 무슨 처방, 전립선염엔 무슨 침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혈압과 전립선염을 어떠한 觀을 가지고 해석하느냐가 중요하다.
따라서 觀만 바로 서면 고혈압이나 전립선염에 따르는
수 십 가지 번잡한 처방과 혈자리에 끌려 다니지 않고
오로지 한가지만으로도 다스릴 수 있으니
이것이 바로 전쟁에 있어서 ‘작전’의 역할이다.
작전이 부재한 전쟁에선 수백만의 대군大軍이라 할지라도
우왕좌왕하다가 몰살당하기 쉽상이고,
전략, 전술이 갖춰진 전투에선 몇 십 명의 게릴라라 할지라도
적의 대군大軍을 섬멸할 수 있다.
이처럼 중요한 작전. 그러한 觀은 어떻게 형성할 수 있는가.
의자의야醫者意也.
의意... 뜻은 자신만이 세울 수 있다.
탐구하고 고민하며 경험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직접 觀을 형성해야 한다.
예컨대 사상의학. 이는 이제마 선생의 의意, 즉 관觀이지 우리 자신의 관觀은 아니다.
따라서 이제마의 觀을 참조하여 우리 자신의 사상의학적 觀을 형성할 순 있어도
우리의 생각 자체를 그분의 觀에 억지로 끼워 맞출 순 없으니
앞선이의 觀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에게 발생하는 오류,
환자의 몸보단 症에만 매달리는 오류의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누구누구의 무슨무슨 론論”식의 의사학적 배경도 가능한 바
이에 비위론脾胃論하면 이동원 선생부터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동원 선생이나 이제마 선생의 흉내가 아니라
앞선 분들의 생각을 바탕으로 나의 생각,
나의 개성이 담긴 ‘작전’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50%도 이해하기 어려운, 다른 이가 계획한 작전을 가지고
전쟁에서 승리하기는 불가능하므로 나 스스로
작전, 한의학적 觀을 세워야 한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을 위해선 스승의 觀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觀을 세우기 위해 스승의 뜻을 빌려야 한다.
고수高手는 적고, 아류亞流만 난무하는 현실은 ‘작전’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최고 지휘부, 전투에 노련한 군인이 ‘작전’을 짜듯이
한의학의 觀 또한 쉽게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하기에 대학 6년간의 탄탄한 기초와
졸업 후의 축적된 경험, 그리고 집중된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상 햇병아리에 불과한, 초급장교인 본인이
감히 전략, 전술을 논하고 있음은
자본주의의 성급함으로 인한 전통의 붕괴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음양오행은 단지 예과 때 접하는 공허한 이론일 뿐
본과부턴 침법과 방제에만 매달리는,
그리고 졸업 후 임상에서도 환자가 호소하는 양방 병명에 따라
약과 침을 골라 사용하는 양진한치洋診韓治의 현실이 무섭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참혹한 현실을 동서의결합東西醫結合이라는 화려한 포장으로 덮어버리는...
이 모두가 물질만능(화왕火旺)의 성급함(상화망동相火妄動)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이에 우리 고유의 전통의 틀(金)과 지적 사유(水)는 매마르고 있다.
觀이 결여된 일체 치료 행위는 금수金水의 수렴성收斂性이 배제된
木火의 과도한 분열이니 겉으로 보기엔 전문화되어 쓰임이 많을 듯 싶으나
실제론 번잡하기만 할 뿐 쓰임은 적다.
점차 의료형태가 철저히 분업화된 공장처럼 되어가니
이에 환자도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제품화되었다.
환자 몸을 보아 病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病에 환자의 몸을 끼워 맞추는 상황인 것이다.
환자의 몸을 보는 힘, 즉 觀이 부재하기에 이러한 결과 초래된 것이다.
성급한 마음을 가지지 말자.
어렵고 힘들다 하여, 자본주의의 손쉬운 논리에 휘말려
우리 것을 성급히 버리지 말자.
무술을 배우기 위해 고수高手 밑에서 10년간 잔심부름만 하는 것처럼
차근차근 대학시절부터 나 자신의 觀을 형성해 보자.
갈 길은 멀고 험하나 이것이 바로 우리 학문의 매력이다.
본인 또한 일찍이 어둡고 고달픈 길을 선택하였다.
그러나 이젠 스승님과 동료가 있기에 과거처럼 외롭지 않으며
그 과정에서 손수 ‘작전’, 어설픈 병법兵法을 쓰고 있기에 발걸음은 가볍다.
나의 토울론土鬱論, 또 다른 ‘손자병법孫子兵法’이 되길 희망해 본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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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작약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6.22 서양의학도 분명 엄청난 장점들(데이터에 근거한 깔끔한 인과관계, 화려하고 정확한 외과시술, 표준화 규격화에 의한 편리함등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동양의학의 장점은 그 사람의 성숙과 의학적 실력의 상승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점이 있어 우리가 의학을 함에 있어 자신의 스타일에 잘 맞는 의학방식을 선택하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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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감초 작성시간 12.06.23 이글은 자천법도 되네요 ^6^ 지금 막 생각났는데
이동원의 비위론脾胃論을 포함한 금원사대가金元四大家의 학설과
이게 아무래도 신침입문과 상관있는듯 합니다 -
작성자서수인 작성시간 15.02.07 좋은글에 감사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