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사랑의 방식
영원한 사랑을 보다 빨리 만들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사랑의 방식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사랑의 방식으로는 세가지가 있다.
자신부터 변화하기,상대방의 변화 돕기,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기이다.
자신부터 변화하기
자신사업을 하고 있는 여자 후배가 나를 찾아왔다.
착했던 남편이 요즈음 술을 자주 먹는다고 한다.
사는게 재미없다며 술을 먹는데 폭주를 하는건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매일 먹고 있단다. 알콜 중독은 아닌지 나에게 묻기도 하면서 큰 걱정을 했다.
결혼한지 십년이 됐어도 주위에서 잉꼬 부부로 소문이 난 집인데 둘 사이의 문제보다는 사십대를 맞는 남성들의 심리적인 갈등으로 술을 먹는 것 같았다. 시원한 대답도 못해주고 후배의 넋두리만 듣다가 헤어졌다.
몇 달 후 불현 듯 생각이 나서 전화를 걸었다.
"나야.요새 어떻게 지내니?남편은 어때?"
"응 언니구나.잘 지내요.걱정 안해도 돼요.거의 해결됐어요."
"어머.어떻게?"
"그때 언니 보고 와서 아무리 생각해도 심상치가 않은거라.중독으로 가는 것 같았어. 알아보니까 알콜 중독자 가족 모임이 있더라구.거기를 찾아갔지. 거기서 많이 배우고 문제도 해결됐어요."
"어떻게 했는데?자세히 말해봐."
"가서 알아보니까 남편이 중독은 중독이래.그런데 초기니까 노력하면 된다고 하대. 술을 먹게 된 큰 원인도 원인이지만 오히려 술을 먹으면서 부딪히는 부인과의 문제가 더 술을 먹게 만들 수도 있대. 들어보니 나도 잘못이 많았더라구.내가 그러지 말라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남편이 진심으로 안그러겠다고 한 이상 체크하거난 감시하지 말고 그냥 팍 믿어주래.정말 믿어주면 고칠 수 있대. 난 반성 많이 했지.그리고 정말로 믿어줬어.남편이 또 술 먹어도 여전히 밝게 웃으면서 활기차게 사업도 하고 속상해 하지도 않았더.남편이 고치더라구요.다 내 문제였어."
우리는 사랑을 거꾸로 한 것 같다.
내 문제는 보지도 못하고 나부터 변하려는 생각도 없이 상대의 문제를 크게 보면서 그 문제가 없어져야 사랑할 수 있다고 한 것 같다.
상대의 문제를 고치려면 나부터 변해야 한다.
상대방의 변화돕기
밤늦게 택시를 타게 되었다.
미인은 아니지만 원체 여자면 다 성폭행 당하는 세상이라 나도 예방을 해야 했다. 나는 시키지도 않는 말을 한다.
"아휴.성문제가 심각해요.아 글쎄 지금 성교육을 하고 오는 길인데..."
성 얘기를 주제로 대화를 하다보면 성폭행의 위험은 막아진다.
사람 심리가 그런 것이다. 막상 끄집어 내어 객관화시키다 보면 누구든 평론가가 되어 상식을 찾는 것이다.
한 번 터진 말문은 그칠 줄 모른다.
기사 아저씨도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내가 대학이나 직장에 교육을 하러 다닌다는 얘기를 하자 아저씨는 나를 약간 존중해 주면서 자신에 대해 설명했다.
"사실 내가 지금은 이렇게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는 사업을 하고 있었어요.예전엔 잘 나가는 사람이었는데 사업이 망하다보니 이렇게 되었어요."
무너가 한이 있고 좌절을 겪은 것 같은 어감에 나는 용기를 주려했다.
"운전하시는게 어때서요.피곤하긴 하지만 좋은 일이잖아요.우리 남편도 사업을 하다 망해서 고생햇어요.윌 남편은 사출기 살업을 했는데 아저씨는 무슨 일 하셨는데요?"
"나는 기계 설비를 했었어요. 잘 되길래 조금 넓혀보려고 했는데 돈이 팍 묶이는 바람에 돌리다 돌리다 못막고 부도가 났어요.있던 것 다 풀어 해결짓고 남은게 마누라 명의로 된 차 한 대,방세 보증금 겨우 남겼어요. 하긴 감방에 안간 것만도 다행이죠."
"그래도 아저씨는 참 장하시네요.이렇게 일을 하시니.다른 사람 같으면 좌절감이 심해 술만 먹고 그럴텐데요. 우리 남편도 한참 힘들어 했어요."
아저씨는 뭔가를 생각하는지 한참을 침묵하더니 어렵게 말을 꺼냈다.
"사실 운전대 잡은지 한달 밖에 안됐어요. 그동안 나도 술만 먹고 지냈어요.
내가 나이 마흔두살인데 정말 이때까지 매달려 일한게 이렇게 밖에 안되나 싶어 의욕이 없더라구요. 마누라 보기도 미안하고 아이들 보기도 그렇고 술밖에 찾을게 어딨겠어요? 정신없이 술만 먹고 살았는데 한달전 쯤 아는 친구한테 전화가 왔더라구요. 난 정말 몰랐어요.친구가 하는 말이 내 마누라가 자기 회사에서 스페어로 뛰고 있다는 거예요. 몰랐냐고 묻대요.난 전혀 몰랐다고 했지요.친구 말이 너무하다고 하대요. 와 부끄럽대요.
마누라가 사업 망한지 두달쯤 됐나?그때부터 낮에 밖으로 나가더라구요.
나는 지도 얼마나 속상하겠나 싶어서 상관도 안했어요.지 차가 있으니까 차타고 다니면서 바람이나 쏘이겠지 했죠. 그런데 알고보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6개월이나 택시 회사에 다닌거예요.지 차 끌고 가서 영업 뛰고 다시 지 차 타고 들어오고 그랬나봐요.나한테는 말 한마디도 안하고 집에 와서는 피곤한 티도 안내고...
정말 얼굴이 화끈하대요.마누라를 쳐다볼 수가 없더라구요.내가 하면 했지 알고나서야 어떻게 놔두겠어요? 술 끊고 마누라 다니던 회상에 나가 일하게 되었어요.마누라보고 그만 다니라고 하니까 말을 안들어요.지금 같은 회사에 같이 다니고 있어요."
숨어있는 신사임당의 이야기다.
나는 그 부인을 만나보고 싶었다.
그 부인이야말로 올바른 여성운동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여성학 책을 읽었답시고 어떻게 했는가?
남편의 술버릇을 고친다고 논리를 앞세워 칼날같이 뾰족한 지적과 비판을 했었다. 그럴수록 남편은 더 튕겨져 나갔었다.
나를 반성하면서 이 부인을 따라 배우려한다.
상대방의 변화를 도우려면 날카로운 짖거과 비판이 아니라 진심 어리고 애정어린 배려로 감동을 주어야 한다.
사랑하는 사이의 남녀는 작은 지적에도 상처받기 쉽다.
대신 작은 배려에도 감동해서 변화되기도 쉬운 것이다.
이왕 사랑하는 것. 한 번 지극히 사랑해 보자.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기
남녀 사이에 오는 갈등은 사회와 연관된 것이 많다.
무더웠던 작년 여름 시어머니가 입원해 계신 동안 우리집은 엉망이었다.
남편은 칠개월 동안 격일로 직장에서 일를 마치는대로 병원에 가서 어머니 간병을 했다. 밤새 대소변을 받아내며 밥도 챙겨주면서 병수발을 들었다. 밤간호를 마치고는 병원에서 옷을 갈아입고 다시 직장에 출근을 한다. 그러니까 하루 건너 집에 들어왔는데 더운 날씨에 집에 와서는 몸살을 앓으며 힘들어 했다.
한편 나는 더운 날씨에 치료비를 버느라 헉헉거리면 뛰어다녔다.
아들은 아들대로 혼자서 밥도 사먹고 외롭게 보냈다.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날들이다.
더위 탓이었는지 가족 모두가 이상해졌다.
신경이 날카로와져 나중에는 어디 건수만 있으면 한바탕 싸울 것 같은 분위기엿다. 참고 참던 것이 드디어 터졌다.
싸울 이유도 못됐다.내가 힘드니까 시댁 동기간을 원망하는 소리를 했다.
그것도 남편이 먼저 표현을 해서 나도 속에 있던 말을 한 것 뿐이었다.
그런데 예민해진 남편은 이때다 싶게 술상을 뒤집어 엎으며 공포 분위기를 만들었다. 나도 이때다 싶어 대들며 싸웠다. 정말 한바탕 잘 싸웠다.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깬 아들은 맥주병이 깨지고 엉망이 된 안방을 들여다보고 기가 막힌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노인의 사회복지 정책이 잘 되어 있다면 이런 싸움은 발생하지 않겠지.
자식된 입장에선 해도해도 끝이 없고 부모된 입장에선 받아도 받아도 시원찮은 그야말로 서로를 피폐화시키는 상황이다.
돈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그만큼의 정력과 시간을 바쳐야 하는 데 그러면서 노인을 간호하고 봉양하기란 현실적으로 무리다.간병인을 쓴다하자.얼마나 비싼가?
하루이틀도 아니고 몇 개월씩을 월급쟁이들이 어떻게 부담할 수 있는가?
노인들 또한 그렇다. 자식 키울 때는 귀찮은 줄 모르고 자신은 굶어가면서 애지중지 키웠는데 피곤한 줄을 알지만 오줌 한 번 누겠대도 인상을 쓰는 모습에 차라리 죽고 싶단다.
싸운지 한달이 지나 감정도 가라앉자 둘은 차분히 대화를 했다.
싸운 이유는 애정이 없어서도 아니고 서로에게 불만이 있어서도 아님을 확인했다. 조건과 환경이 우리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도를 닦은 도사라면 참을 수도 있겠지만 후라이팬에 달달 볶이는 멸치같은 우리들이 어떻게 톡톡 안튀고 있겠는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것에 대해서는 남편이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깊은 포옹으로 서로 나눈 약속은 사회를 빨리 바꾸는 것이었다.
정말 변화와 개혁이 돼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
통일이 되어 냉전 상태에서난 필요했던 국방비를 노인 복지에 쓴다면 집집마다 웃음 꽃이 피어날 수 있다.
우리 둘은 더욱 열심히 살기로 했다.
각자의 위치에서 변화와 개혁을 만드는 사람들이 되자고 했다.
정책이 바로 서기까지는 부모도 우리가 잘 모셔야 한다.
한바탕의 싸움은 변화와 개혁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고 자주 싸우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많은 부부들이 갈등과 문제를 가정내에서만 보고 가정안에서만 해결하려 한다.그래서 엉뚱한 원인 분석과 무모한 싸움으로 결론난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가장 많이 싸우는 문제는 아이 양육과 가사 노동이다.
"나도 똑같이 힘든데 왜 나만 책임져야 하는데?"
"그러면 직장을 다니지 마라,. 안다니면 될 거 아냐?"
"그럼 당신 월급만 가지고 집 사고 애 키우고 할 수 있어?할수 있나고?"
"내가 못났다는 얘기네?그래 나는 못났다 못났어.그럼 누가 나같은 사람하고 결혼하랬어? 재벌 아들하고 결혼하지 그랬어."
이건 서로의 진심도 아니고 올바른 원인 분석도 아니다.
둘이 힘을 합해 지역 탁아소를 알아보든지 직장 탁아소를 만들도록 건의를 하든지 할 일이다.
가정에서 겪는 고통은 고통대로 사회에서 떠드는 경제,문화,교육,노인 문제는 문제대로 따로 놀고 있다.
연관이 있는데도 서로 연관을 못시키고 있다.
서로 잘못 만났다는 팔자 타령과 한풀이만 하고 있다.서로에게 악다구니만 치면서 문제의 초점을 못잡고 있다.
자신이 겪는 고통속에서 많은 여성 남성의 문제를 보아야 한다.
자신이 절박하게 원하는 만큼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남녀가 부딪히는 문제를 사회와 연관시켜 함께 고쳐나갈 때 둘의 사랑은 완성된다. 갈등 속에 있는 남녀를 사회가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기'는 우리들 사랑의 방식 중에 제일 빠져있고 노력이 부족한 문제라 생각한다.
미완성의 사랑을 남녀의 사회화로 완성시켜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