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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자료

<구성애> 머릿말

작성자작약|작성시간12.06.07|조회수50 목록 댓글 0

머리말

 

여러 지역에 있는 대학에 성교육을 하러 다니다보면 택시를 자주 타게 된다.

"아저씨,무슨 대학에 가요. 가능하다면 학교 안으로 들어가 주세요."

기사 아저씨가 새삼스레 나를 쳐다본다.

학생도 아닌 것 같고 더욱이 품위있는 교수도 아닌 것 같은 모양이다.

이래저래 궁리를 해보다가 궁금함을 못 참고 드디어 묻는다.

"학교엔 왜 가십니까?"

"예,강의 요청이 있어서 강의하러가요."

"어떤 내용을 하시는데요?"

나는 순간 머뭇거리며 당황하다가 "예,그냥 여성 문제 뭐 그런거 하러가요."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게 된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처음에 몇번 그런 질문를 받았을 때 나는 자랑스럽게 성교육을 하러간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러면 그렇지 하면서 나를 우습게 대하거나 아니면 야한 농담을 하면서 장난을 치려고까지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나를 '날라리'로 보는 것인데 이는 성에 대한 생각을 반영한다 하겠다. 날라리로 대하는 성. 안타까웠다.

한편 뉴스나 신문, 성문제 상담을 하는 단체의 발표를 보면 성문제가 너무나 심각하다.

흉칙하고 더러우며 상처투성이의 성이다.

이것 또한 안타까운 일이다.

날라리도 아니며 심각한 것도 아닌 그런 밝고 건강한 성은 없는 것일까?

 

 

8년전 처음으로 성교육을 하게 되었는데 그출발이 참 우스웠다.

나는 그때 어떤 사회 단체에서 실무자로 일하고 있었는데 어는 겨울날 5-6명의 회원들과 난로가에 둘러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잡다한 얘기를 나누다가 우연히 내가 산부인과 병원에서 근무할때의 일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애기 받는 이야기며 낙태 이야기, 성병이야기 등 두서없이 말을 했는데 의외로 회원들이 재미있다며 바짝바짝 의자를 끌어다 붙이며 들어 주었다. 1주일쯤 지났을까? 그 때 내 얘기를 들었던 회원들이 주변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는 다시 얘기를 하라는 것이다. 싱거운 일이기도 하여 발을 빼다가 10여병의 자세가 너무난 진지해 나는 또 그 잡다한 이야기를 두서없이 하게 되었다.

1달쯤 지났을까? 20여명을 모아놓은 자리에 나를 다시 불렀다. 성교육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8년을 지내오는 동안 어느새 1년에 300회 가까운 교육을 하게 되었다.

8년간 교육과 상담을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확인한 것이 있었다.

사람들은 활력있고 건강한 성을 원한다.

날라리 처럼 낄낄 대지만 사실은 진지하고 아름다운 성을 원하다. 심각한 사건앞에서도 이건 성의 잘못된 부분이라 믿으며 그렇지 않은 보다 풍요로운 성을 기대하고 있다.

시간이 날 때 포르노 비디오를 보면서 상상 속의 성을 그리기도 하지만 이내 더럽다고 침을 뱉으며 생활과 현실에 밀착된 성으로 돌아오고 있다.

낙태비디오를 볼 때 괴로워하는 남성들은 생명을 죽이지 않겠다는 다짐들을 한다. 모두가 건강하고 즐겁고 풍요로운 성숙된 성을 원하는 것이다.

아기가 나오는 장면을 얘기할 때면 숨을 죽이고 듣고, 진통과 어머니를 이야기하면 울기도 한다.남녀의 사랑과 쾌락을 얘기하면 신나서 떠들고 즐거워한다.

낙태와 성폭행을 말하면 몸을 떨기도 하며 분노하기도 한다. 가짜 쾌락과 진짜 쾌락을 구분해 말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희망에 젖는다.

 

 

이런 반응과 소감을 모아 모두가 원하는 밝고 건강한 성을 쓰고 싶었다.

살아 움직이는 생활 속에서 나오는 진솔한고 건전한 성을 쓰려고 했다.

이론적인 체계를 세워 쓰려고 했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생활과 이웃들의 소박한 생활과 고민를 담으려 했기에 이 글을 쓸 수 있었다.

생활속에 널려 있는 성의 요소들을 찾아내어 모아보니 생명, 사랑, 쾌락으로 요약되었다.

이 3요소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조금이라도 발전적인 싹이 보이면 잡아내어 살려보았다.

그러면서도 이 3요소를 연과 시켜 조화롭고 균형있는 성이 되도록 애써 보았다. 발전적인 방향를 가지면서 생명 사랑 쾌락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연관되어 조화롭게 있는 성이 바로 밝고 건강한 성이라 생각되었다.

동물과 다르게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성생활에 대해서도 밝혀보았다.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가능한 사실에 근거해서 솔직하게 쓰려고 했다.

그러기 위해 나부터 솔직하게 벌거벗어야 했다.

글을 다 쓴 후에 출판사 편집부장의 전력이 있는 남편에거 교정을 맡기면서 마음을 졸였었다. 적나라한 표현에 남편이 화를 내면 어쩌나 해서 말이다. 무사히 통과되어 기쁘고 남편의 넓은 아량에 감사를 표한다.

책 얘기가 나온지 4년이 되었는데 바쁜 강연 일정에 쫓기며 팽계만 대고 있던 나에게 대안을 제기하며 조건을 마련해 주신 석탑 출판사 사장이신 최영희 선생님께 제일 먼저 감사를 드린다.

그외 실질적인 추진력이 되어준 '내일 신문사' 여성문화센터의 전국에 있는 회원들께 애정의 인사를 올린다. 1차 교정을 하면서 구체적인 지적과 격려를 해는 부산 여성문화센터 동료들에게 더욱 감사를 드리며 책이 나오면 같이 공부를 하려고 하는 데 왜 이리 늦냐면서 독촉을 해주신 남성 후배님들께도 고마움을 표한다.

 

 

밝고 건강한 성을 만들어 행복한 삶을 누리는데 조그마한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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