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은 수분 흡수 위주로 하여 노폐물 배설을 돕는다.
니시 가츠조(西勝造, 1884~1859)는 자연의학자로 그의 의학은 일본의 생채식, 단식 이론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아리스 라탐(Aris Latham)박사는 1947년생이며 자메이카 출신으로 미국의 생채식 운동가입니다.
생채식 식단에 대해 두 사람의 의견의 공통점을 살펴보겠습니다. 니시 의학에서는 아침은 먹지 않고 대신에 감잎차를 한 대접 마셔서 비타민C를 공급합니다. 아침은 배설이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므로 음식을 먹으면 좋지 않다고 합니다.
아리스 라탐 박사는 아침에 수분이 많은 과일을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라탐 박사 역시 아침은 배설이 일어나 온 몸의 독소가 빠져나가야 하므로 전분, 단백질 등의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과일의 당분은 분해과정 없이 곧바로 흡수되어 에너지로 사용되므로 아침에 먹기에 좋다고 합니다. 라탐 박사는 아침 식단으로 당분이 많은 과일보다 수분이 많은 과일을 더욱 권합니다. 수분이 많을수록 몸의 독소를 씻어내는 클렌징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과일의 수분 함유량, 몸의 클렌징 효과가 높은 순서]
1. 코코넛워터
2. 수박, 멜론, 오이
3. 오렌지, 자몽 등 신맛 과일
4. 사과, 배, 복숭아 등의 단맛 과일
수분이 필요하다면 생수를 마시면 되지 않나 생각할 수 있지만, 과일 안에는 전해질(이온)이 들어 있고 미네랄 등 다양한 미량 원소가 들어 있으므로 빠르게 우리 몸을 충전해주고 씻어낸다고 합니다. '빠르게 우리 몸을 충전해준다.'라는 말은 미네랄음료 광고에서 본 것 같지만, 미네랄음료에는 설탕이 많이 들어 있고요. 과일을 갈아서 마시는 쪽이 자연스럽고 유익하지요.
그렇다면 니시 의학에서는 왜 과일을 먹으라고 하지 않고 감잎차를 먹으라고 했을까요? 라탐 박사는 여러 과일 주스가 모두 좋지만 코코넛워터가 가장 좋다고 합니다. 코코넛워터는 투명한 물에 당분이 약간 들어 있는 것으로 대부분이 수분입니다. 감잎차나 코코넛워터나 수분이 대부분이라는 것은 같습니다. 라탐 박사는 자메이카 출신으로 자신이 사는 지방을 기준으로 말한 것이며, 니시 의학에서는 일본의 자연 환경을 기준으로 말한 것입니다. 또한 자연 의학은 모든 사람이 실천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므로 비용이 적게 들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감잎차를 말한 것입니다. 감잎차는 비타민C의 함유량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라탐 박사가 아침에 과일을 먹으라고 했다고 당분 많은 과일을 배부르게 먹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수분이 많은 과일 위주로 먹으라는 것이며 칼로리는 과일 안의 당분을 약간 섭취하는 정도로 그치라는 것입니다. 니시 의학이나 라탐 박사의 이론 모두 아침은 수분을 섭취하고 밥을 굶어서 노폐물이 몸에서 빠져나가도록 합니다.
화장실에 가는 것 뿐 아니라 약간의 운동이 필요합니다. 니시 의학에서는 실내에서 환자가 할 수 있는 여러 운동(붕어운동, 모관운동, 합장합척운동, 등배운동)을 하루에 여러 번 할 것을 권합니다. 또한 풍욕을 하여 피부에 산소가 잘 공급되도록 합니다. (옷을 벗고 창문을 열어 몸에 이불을 둘렀다 풀었다 하며 바람을 쐬는 것입니다.) 라탐 박사는 코코넛워터나 과일주스를 마신 뒤에 가벼운 운동을 해서 땀이 나도록 해야 한다고 합니다. 피부로 노폐물이 빠져나가도록 돕는 것입니다.
* 1일2식 - 점심은 탄수화물+채소, 저녁은 단백질+채소 / 1일1식 - 오후에 탄수화물 또는 단백질+채소
두 학자 모두 아침을 굶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다음으로 1일2식이냐 1일1식이냐의 차이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우선 1일2식을 하는 것이 맞을 것이며 가능하게 된다면 1일1식을 하는 것이 더 좋을 것입니다. 아리스 라탐 박사는 개인적으로 1일1식을 하며 오후 3시경에 먹는다고 합니다. 니시 의학에서도 환자들에게 기본적으로 1일2식을 권하지만 1일1식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합니다. 니시 의학에서도 1일1식의 시간을 오후 3-4시가 좋다고 합니다.
니시 의학에서는 점심과 저녁을 비슷하게 먹으며 생채소와 현미가루 또는 오곡가루를 먹습니다. 저녁이라고 하지만 현대인이 먹는 늦은 저녁의 개념이 아니며, 점심은 12시 저녁은 6시 정도로 하여 해진 후에는 음식을 먹지 않으며 다음날 정오까지 18시간 단식을 합니다. 니시 의학의 생식에는 단백질,지방 섭취가 많지 않으며 오곡가루, 현미가루 안에 들어 있는 8%가량의 단백질로 보충하는 듯 합니다. 인간의 몸에는 이 정도의 양으로 충분하다고 합니다.
라탐 박사는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소화 과정이 다르므로 섞어 먹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므로 하루 한 끼를 먹는다면 단백질+채소를 먹든지 탄수화물+채소를 먹으면 됩니다. 그날에 따라 먹고 싶은 음식을 선택해 먹으면 됩니다. 하루 두 끼를 먹는다면 점심에 탄수화물+채소를 먹고 저녁에 단백질+채소를 먹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이 활동을 하는 시간대에 탄수화물을 먹어야 쉽게 분해되고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저녁에 탄수화물을 먹으면 활동이 적으므로 분해된 당분은 다시 몸에 축적될 것입니다. 단백질을 먹는 경우 견과류를 신맛 과일과 갈아서 숙성시켜 먹으면 소화흡수가 잘 되고 몸에 부담이 적습니다.
저의 경우 저녁에 배가 조금 고프면 단호박, 고구마를 채소샐러드와 먹습니다. 단호박은 분쇄기에 갈아서 먹고 고구마는 길게 면을 만들어 먹거나 그냥 먹습니다. 고구마, 단호박은 배부르게 먹어도 칼로리가 적으며 그에 비해 오래도록 포만감이 들고 배고픔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어느 날은 오전에 단호박 갈은 것을 반 공기 먹고 저녁까지 배고픔을 느끼지 않고 돌아다닌 적이 있습니다.
* 칼로리 영양학과 탄수화물 중독에서 벗어나기
아리스 라탐 박사는 곡물을 잘 먹지 않으며 견과류를 활용한 음식과 다양한 채소를 같이 먹습니다. 한국 사람은 밥에 너무 익숙하므로 곡물을 먹지 않고 산다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제가 한동안 곡물을 먹지 않고 견과류, 고구마, 단호박 등을 먹고 살아보았는데 아무 지장 없고 좋았습니다. 곡물을 반드시 먹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균형을 위해 요즘은 곡물을 소량 먹고 있습니다. 어쨌든 '한 끼에 밥 한 그릇씩 세 끼를 먹는다.'라는 개념은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빵, 떡, 국수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도 그렇습니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 몸이 가벼워지고 장이 깔끔해집니다.
학교에서 칼로리 영양학을 배운 것을 기준으로 하면 탄수화물을 먹지 않거나 극소량만 먹고 산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채식을 하면 할수록 칼로리 영양학이 얼마나 우스운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생채식을 하면 장 내에 세균의 균형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채식동물처럼 섬유질(셀룰로오즈)을 분해하는 균들이 증가하여 채소로부터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육식을 하거나 탄수화물을 많이 먹었을 때는 필요없었던 기능이 새롭게 생겨나는 것입니다. (<1일 녹즙 한잔의 기적>의 내용) 또한 식물의 엽록소가 체내에서 헤모글로빈으로 바뀐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피틴산의 문제, 통곡물 처리
아리스 라탐 박사는 곡물이나 콩에 대해 부정적인 편입니다. 곡물과 콩에 있는 피틴산과 효소저해제 등의 소화방해물질이 우리 몸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로푸드 레시피들에 통곡물과 콩을 이용한 레시피들이 많은 반면에 라탐 박사는 곡물, 콩을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특히 대두(soy bean)는 효소저해제가 있어서 날로 먹으면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한국, 중국 등에서도 대두를 된장, 청국장 등으로 발효하여 겨우 먹는 것입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라탐 박사가 아열대 지방 출신이므로 온대 지방 음식인 콩이 그들의 체질에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라탐 박사는 캐슈넛, 아몬드 등의 견과류와 아보카도 등의 지방이 많은 과일을 사용합니다. 견과류에는 단백질, 지방에 다량 들어 있으며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성분이 됩니다.
현미 등 통곡물의 피틴산이 과연 해로운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외국 사이트의 내용들은 대개 피틴산이 해로우며 모든 씨앗 종류 (곡물, 콩, 견과류)를 물에 담그기, 싹틔우기의 방법으로 처리해서 먹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피틴산이 항암작용을 한다는 것은 피틴산이 암세포를 굶어죽게 만들기 때문인데 동시에 정상 세포도 굶어죽게 만든다고 합니다. 피틴산이 체내에서 철분, 칼슘 등 유익한 미네랄을 흡착하여 배출하는 작용을 하며, 동시에 중금속, 농약을 흡착하는 작용도 합니다. 통곡물을 많이 먹은 어린이들이 칼슘 결핍으로 충치가 많이 생기거나 성장이 지연된다고도 합니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피틴산이 그리 해롭지 않다고 말합니다. 의견은 다양하지만 보다 안전한 쪽을 택하고자 저의 경우 발아현미를 만들어서 먹으며 아이들에게도 발아현미와 백미와 섞어서 밥을 해줍니다. 발아현미밥은 부드럽고 구수해서 아이가 '팝콘맛 나는 밥'이라고 맛있다고 해요. 식감과 향이 아이들에게 기분좋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아이들의 몸에도 부담이 적고 유익하다는 뜻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제외한 가족은 화식을 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생채식을 한다면 피틴산의 문제는 자연히 해결되리가 생각합니다. 생식은 효소가 살아 있고 효율이 높아서 화식을 할 때의 1/5의 양만을 먹어도 되므로 많은 곡물을 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피틴산이 영양분을 빼앗는 문제가 크지 않습니다. 만일 생채식에서 통곡물 섭취량이 많다면 물에 담그고 발아시키는 과정을 충분히 해주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 제철 음식, 제땅 음식 먹기
제철 음식을 먹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여름에 오이, 참외, 수박 등이 나오는 것은 수분을 섭취하여 더위를 이겨내도록 하는 것입니다. 만일 겨울에 오이를 많이 먹는다면, 특히 몸이 냉한 사람이 그런다면 탈이 날 것입니다. 가을에는 다양한 곡식, 콩, 고구마, 견과류 등을 수확하여 저장하고 겨울을 나게 됩니다. 탄수화물, 단백질이 많은 식품을 먹어서 추운 겨울에 열을 내도록 돕는 것입니다. 만일 더운 여름에 탄수화물, 단백질 식품을 겨울처럼 많이 먹는다면 살이 찌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것입니다.
현대에는 비닐하우스에서 겨울에도 대부분의 작물을 키워내고 냉장고에 보관하여 오래 두고 먹으므로 제철에 관계 없이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설 작물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며 특히 겨울에 고추, 호박 등의 열매채소를 키우는 것은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입니다. 가급적 제철 채소를 먹고 겨울에는 저장 채소, 저장식품, 차 등을 통해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땅 음식을 먹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가 밟고 사는 땅에서 나오는 농작물을 먹는 것이 유익합니다. 가령 밀은 주로 한대지방의 작물이라서 더운 지방의 사람에게 잘 맞지 않습니다. 동남아 사람들은 그 지역에서 나는 장립종 쌀이 유익하며 한국 사람들은 찰기가 있는 쌀이 유익합니다. 동남아 사람이 찰밥을 먹으면 더위를 견디기 힘들 것이며 한국 사람이 동남아 쌀을 먹으면 힘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 사람이 파인애플, 오렌지 등 아열대지방의 신 맛 과일을 많이 먹는다면 몸의 양기를 상할 수 있으니 만일 신 맛 과일을 먹으려면 단백질 음식과 같이 먹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 사람은 단 맛의 온대 과일이 몸에 잘 맞습니다.
* 채소와 과일의 수분은 소중한 자원
채소와 과일의 수분에는 산소가 들어 있습니다. 순수한 산소를 머금은 물이 우리 몸의 체액이 되어 세포를 살리고 건강하게 만듭니다. 그러므로 화식을 하거나 채소, 과일을 말려서 먹는다는 것은 식물이 생산한 수분과 산소를 낭비하는 것입니다. 가급적 있는 그대로 먹는 것이 좋습니다. 생채식을 하는 것은 산소를 섭취하려는 목적도 있으므로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생채소와 과일의 수분을 먹어야 할 것입니다. 니시 의학에서도 끓인 물을 먹지 않고 냉수를 먹는 것을 중시하여 생수를 1일 2리터 이상 마시라고 합니다.
* 자신의 체질에 맞게 식단을 조절하기, 운동하기
생채식을 하면 몸이 냉해져서 좋지 않다는 말이 있지만, 반대로 니시 의학에서는 숙변 때문에 몸이 냉한 것이며 단식 및 생채식을 통해 숙변을 제거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의 경험으로는 몸이 냉하다고 느껴질 때 찜질팩으로 배를 찜질하여 덥게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발을 지압하고 종아리를 오일로 맛사지하는 것, 걷기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생채식은 식이요법이므로 운동은 따로 충분히 해주어야 합니다.
몸이 냉하거나 마른 체형인 경우에는 채소를 녹즙이나 주스 형태로 하여 위장에 부담이 적게 하고 곡물, 견과류 등의 열량이 높은 식품을 충분히 먹어주면 될 것입니다. 채소 중에서도 잎채소보다 뿌리, 열매의 비중을 조금 더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몸에 열이 많고 살이 쪄서 문제라면 곡물, 견과류의 양을 줄이고 채소의 양을 늘려야 할 것입니다. 채소 중에서 뿌리 채소의 비중을 줄이고 잎채소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몸이 특별히 냉하거나 열이 나지 않는 경우에는 채소의 비중을 적절히 균형 있게 하는 것이 좋으며, 자신이 손이 가고 먹고 싶은 만큼 먹으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