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려가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
- 바나리 홈페이지에서-
<부도지>에 나오는 율려는 자연학적 관점에서 서술한 것이고, 저의 책 <나 다시>에 쓰인 율려는 수행학적 관점에서 서술한 것일 뿐입니다.
먼저 수행학의 관점에서, 즉 한국학적 또는 동양학적 관점에서, 사람은 태어나면서 먼저 3가지의 소리를 내게 됩니다. 첫째는 '아'(열림의 소리)인데,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에 내는 소리임과 아울러 인간생체가 처음 공기 호흡을 위해 내는 첫 생명의 소리입니다. 다음으로 성장을 위한 소리인 '마'(늘림의 소리)를 내고, 마지막으로 성장을 조절하는 소리인 '하'(멈춤의 소리)를 냅니다. 이것을 '천지인 3성'이라 하고, 이 소리를 내는 전체 과정을 일러 '본시3음'이라 합니다.
그리고 '아'에서 '나'와 '라'가 나오고, '마'에서 '가'와 '다'가 나오며, '하'에서 '사'가 나옵니다. 그리고 이것을 일러 사람의 '8려의 소리'라 합니다. 물론 '바'나 '자'나 그 밖의 경음 격음은 8려의 소리에서 다시 갈라져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8려의 소리를 내는 사람의 몸 구조를 일러 '8려' 또는 '려'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려'는 사람의 몸에 있는 '8개의 집'(8궁)을 가리키는데, 그것이 소리로 나오면 8려음이고, 그것이 기맥으로 운행되면 '기경8맥'이 됩니다.
이와 같은 8려음 또는 8궁 또는 기경8맥 등의 흐름으로 말미암아 이들의 상호관계가 맺어지고, 이로 말미암아 12개(경우에 따라서는 6개나 7개)의 흐름이 생겨나는데, 이를 일러 '12율' '12줄' '12잣대'라 하며, 그것이 기맥으로 나타나면 '12주경맥'이 됩니다.
따라서 수행학의 입장에서 려는 몸의 구조 또는 몸의 구조 자체와 관련된 것으로 사람이 태초의 소리를 내는 기관이며, 율은 이 구조가 내는 12 갈래의 인체 운행체계를 가리킵니다. <나 다시>에서 려를 기관으로 보고 율을 운행론으로 본 까닭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은 짧은 설명으로서 그것을 자세히 밝히자면 끝이 없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못난 저는 이 공부를 어느 정도 익혀 자유롭게 쓰는데 17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무튼 이제 이것을 사람이 아니라 전체 자연의 관점으로 돌이켜보면, 8려는 자연의 기관과 비견될 것이며, 12율은 자연의 생명행정과 비견될 것입니다. 더구나 모든 생명 현상 가운데 그 으뜸을 소리(소리는 우리말로 순환이란 뜻입니다)로 보는 관점에서 8려는 소리를 내는 기관(악의 기)이 되며, 12율은 그렇게 내는 소리들의 어울림(조율)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추상적 내용으로 상징적으로 묘사된 <부도지>의 율려 관련 내용입니다.
그러므로 <부도지>와 <나 다시>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나 다시>는 그런 관점에서 인간적 실천론의 하나인 수행학을 말한 것입니다. 사실 고백하건대 저의 이런 공부와 그 관점도 <부도지>에서 말미암은 것입니다. 저는 특별한 인연으로 어려서부터 <부도지>를 익힐 수 있었고, 그것에 바탕을 둔 수행을 배울 수 있었기에 거기에 특별한 차이가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