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갓바위 약사여래
인생은 과연 고통의 연속일까. 석가모니의 가르침에 의하면, 윤회를 끊지 못하면 고통의 연속이라 한다. 그래서 석가모니는 부처가 된 후 가장 먼저 고(苦)를 끊는 여덟 가지 정도(正道)를 설법하였다. 고는 거룩한 진리라며 다음과 같이 표현한 것이다. “태어남도 고요, 늙는 것도 고요, 병드는 것도 고요, 죽는 것도 고이다. 근심·슬픔·괴로움·걱정·번뇌도 고이다. 싫어하는 사람과 만나는 것도 고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도 고이다. 육신 그 자체가 고이다.” 석가모니는 그러한 고를 끊기 위한 방법으로 팔정도(八正道)를 설파하였는데, 이에 대한 설명은 뒤로 미루기로 한다. 아무튼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가 최초로 설법한 것을 초전법륜(初轉法輪)이라 하며,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윤회의 고통을 끊고 부처가 되는 길이다.
석가모니의 가르침대로 인생은 고달픔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자신이나 가족 중에서 한두 군데 아프지 않은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이러한 인간들의 고통은 또 다른 이름의 부처를 필요로 하였으니 바로 약사불이다. 약사불은 본래 보살이었으며, 이름은 약왕(藥王)이다. 그는 중생들의 아픔과 슬픔을 소멸시키기 위하여 수행을 거듭해나가 결국 부처가 되었다. 이렇게 보살이 수행을 하여 부처가 된 경우를 보신불이라고 한다. 보살들은 대개 대원(大願)을 세우는데 약사불은 열두 가지 대원을 세웠다. 이 십이대원에 따르면 약사불이 단순히 인간의 병만 고쳐주는 데에 그치지 않음을 알 수가 있다. 약사불의 십이대원을 보면 다음과 같다.
・ 내 몸과 남의 몸에 광명이 가득하게 한다.
・ 모든 중생을 깨우치게 한다.
・ 중생들에게 부족함이 없도록 한다.
・ 중생들을 대승(大乘)에 들어오게 한다.
・ 깨끗한 업을 지어 삼취정계(三聚淨戒)를 갖추게 한다.
・ 불구자를 완전하게 한다.
・ 심신을 안락하게 만들어 더없는 깨달음을 얻게 한다.
・ 모든 여인들을 남자가 되게 한다.
・ 마귀의 사견을 없애고 부처의 바른 견해를 따르게 한다.
・ 나쁜 왕과 무리로부터 중생을 구한다.
・ 기갈과 기근에서 벗어나게 한다.
・ 의복이 없는 자에게 의복을 준다.
이러한 원을 세워 부처가 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석가모니불·아미타불·미륵불과 함께 4대 신봉불로 자리잡았다. 우리의 선조들은 외적이 침입했을 때도 약사불을 불렀으며, 극락왕생을 기원하면서도 약사불을 염하였다. 또한 성수(星宿)의 괴변이나 일월의 괴변, 때아닌 비바람, 가뭄, 질병의 유행 등 국가가 큰 재난에 처했을 때도 약사불의 본원력으로 구제되기를 바라곤 하였다.
특히 약사신앙은 삼국시대부터 민중들 사이에 크게 퍼졌는데, 이것은 삼국이 심각하게 대립하며 전쟁을 하는 통에 희생자와 부상자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약사경』을 외워 선덕여왕의 병을 고쳤다는 밀본선사의 일화가 약사신앙의 전파에 큰 영향을 미쳤다. 통일신라 때에는 경흥이나 태현 등의 고승들을 중심으로 『약사경』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전개되었고 약사불상도 많이 조성되었다. 또한 고려시대에도 국가적 위기가 닥칠 때마다 약사도량이 개설되곤 하였다. 약사도량에서는 약사행법이 7일 동안이나 열렸다고 한다. 이때는 주야 6시로 약사불을 예배, 공양하며 『약사경』을 49번 독송하고 등을 49개 밝힌다. 약사불상을 7구 제작하여 그 상 앞에 각기 49일 동안 7개의 등을 밝히며 오색 당번을 49척쯤 되게 만들어 걸어둔다. 그런 후 여러 종류의 중생을 방생하면 갖가지 질병과 위험을 면한다고 한다. 나라에 큰 질병이나 재난이 있을 때 왕이 이와 같이 행하면 국토가 평안해진다고 하였으며, 선남선녀가 약사불상을 조석으로 모시고 꽃을 뿌리고 헌향하면 장수는 물론 부귀와 공명을 얻게 된다고 한다.
약사불은 대부분 왼손에 병을 들고 있어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수인은 시무외인도 많이 발견되나 보통은 선정인을 취한다. 우주의 아득히 먼 동쪽에 있다고 해서 동방약사유리광불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며, 좌우 협시보살로는 월광보살과 일광보살을 둔다. 월광보살은 중생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모든 보살들의 우두머리이고, 일광보살은 약사불의 덕과 광명을 온 세상에 밝히는 일을 맡는다. 월광보살은 황색으로 왼손에 청련화를 들고 있으며, 일광보살은 붉은 연꽃 위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또한 약사불은 자신의 방대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12명의 나한(羅漢)을 거느리고 있다. 약사불을 모셔놓은 약사전에는 이들을 표현한 후불탱화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12나한은 궁비라·벌절라·미기라·안저라·알편라·산저라·인타라·파이라·마호라·진달라·초두라·비갈라이다. 이들 나한의 도움으로 억만 중생의 소원을 모두 들어 이루어지게 해주는 부처가 바로 약사불인 것이다.
약사불은 동방의 이상향인 정유리(淨琉璃) 세계에 출현한다고 한다. 약사신앙이 우리나라에서 유독 발달한 것은 약사불이 현세의 이익을 준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일찍이 약사불의 세계인 동방을 동국(東國), 즉 우리나라로 수용했다는 데도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약사유리광불은 고대 인도의 전설적인 약왕수(藥王樹)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약왕수는 빛을 내는 나무로 아픈 사람이 이 빛을 쬐면 모든 고통이 사라진다는 신비의 나무이다. 이 나무의 빛을 유리라는 보석의 빛에 견주어 유리광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출처 - 한국의 박물관 : 불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