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락과 경혈은 인간의 무형적 생명에너지 흐름 체계로서 빛과 물질의 영역을 가교하는 기관이다. 경혈은 천지간의 기운을 받고 연결하여 무형의 구조를 형성하는 매개 역할을 하고, 그러한 경혈들을 잇는 경락들은 천지인 창조의 흐름과 형국이 반영되어 인체의 생명활동에 필요한 운행의 흐름과 방향을 가지는데 여기에도 삼원의 진리를 비롯한 도적인 수리와 형국이 담겨 있다.
첫째로 경혈적인 측면에서 보면 인간은 하늘과 땅 사이에 있기 때문에 하늘과 땅의 기운에 먼저 상응을 하게 되어 있다. 하늘의 기운은 인간의 천문天門이자 백가지 맥이 모인다는 백회에 상응하고, 땅의 기운은 인간의 지문地門이자 모든 음의 기운이 모인다는 회음에 상응한다. 백회와 회음은 인체의 상하에서 각각 3수의 이치에 입각해 삼원의 형상을 이룬다.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은 손으로 하늘을 떠받치고 발은 땅을 지지한다. 따라서 천문인 백회를 중심으로 양손의 노궁을 이으면 삼원의 형상을 이루면서 도수인 3수가 되고, 지문인 회음을 중심으로 양발의 용천을 이으면 마찬가지로 삼원의 형상을 이루면서 도수인 3수가 된다. 이때 백회가 있는 머리의 상초와 회음이 있는 아랫배의 하초를 가교하는 곳은 중초의 중단전 옥당이다. 그리고 가운데 하나인 옥당을 중심으로 위의 셋인 백회와 좌우 노궁, 아래의 셋인 회음과 좌우 용천을 모두 합하면 7수가 나오는데, 이 7수가 바로 인간의 무형적 틀을 이루는 수리다. 천지간의 기운이 인간의 경혈에 상응하여 상호 교류하고 소통하는 무형적 구조라 할 수 있다. 7수는 태공의 창조섭리에서 비롯된 이치로 태공의 틀을 의미하는 수리이기에 이러한 인간의 무형적 구조는 태공의 구조를 본떠 이루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둘째로 경락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 운행 흐름과 형국에도 삼원의 진리에 입각한 3수의 원리가 작용하고 있다. 인간의 몸에는 상초와 하초를 가교하는 중초를 중심으로 좌우측의 손에 각 3쌍씩 총 12개, 좌우측의 발에 각 3쌍씩 총 12개의 경락이 흐르고 있다. 이를 모두 합하면 상하좌우 각 3쌍씩 총 24개의 경락이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상하좌우에는 각각 6개의 경락이 흐르는데 6수는 후천 시작을 의미하는 수리로서 이를 음양으로 합산하면 태공운행수리인 12수리가 된다. 실제로 음양 관계에 있는 좌우 손과 좌우 발의 총 경락 수도 각각 12개이고, 좌측 손발과 우측 손발의 총 경락수도 각각 12개로 상하좌우를 모두 합하면 상하좌우 음양합인 24수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경락의 운행 흐름과 형국은 천지인 창조의 흐름과 형국을 반영하여 이루어져 있다. 실제로 좌우측 손에 있는 12개의 경락 중 6개는 손끝 쪽으로 흐르고, 나머지 6개는 몸 쪽으로 흐른다. 아래에서 위로 흐르고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이러한 경락의 운행 흐름과 형국은 마치 태공의 모양과 흡사한 원형의 모양을 만들고 또 그 흐름에는 일정한 방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몸통을 중심으로 하늘을 떠받치는 손과 팔의 경락 중 좌측에 있는 음경락인 폐경, 심포경, 심경은 몸 쪽에서 손끝 쪽으로 흐르고, 양경락인 대장경, 삼초경, 소장경은 손끝 쪽에서 몸 쪽으로 흐르는데, 이러한 경락의 흐름을 장부의 음양 관계에 따라 하나로 이어서 원형을 만들면 엄지손가락에서 새끼손가락 방향으로 총 세개의 원형유주가 만들어지고 그 흐름은 반시계방향이다. 그러나 우측에 있는 경락은 그 흐름과 형국이 좌측과 반대방향인 시계방향이 된다. 좌우측의 원형 유주 흐름과 형국을 비교해 본다면 좌측과 우측이 각각 반시계방향과 시계방향을 형성하며 대칭 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땅을 지지하고 있는 발과 다리 쪽에 엤는 경락 중 좌측 양경락인 방광경, 담경, 위경은 몸 쪽에서 발끝 쪽으로 흐르고, 음경락인 신경, 간경, 비경은 발끝 쪽에서 몸 쪽으로 흐르는데, 이러한 경락의 흐름을 장부의 음양 관계에 따라 하나로 이어서 원형을 만들면 새끼발까락에서 엄지발까락 방향으로 총 세개의 원형 유주가 만들어지고 그 흐름은 시계방향이다. 그러나 우측에 있는 경락은 그 흐름과 형국이 좌측과는 반대방향인 반시계방향이 된다. 좌우측의 원형 유주 흐름과 형국을 비교해 본다면 좌측과 우측이 각각 시계방향과 반시계방향을 형성하며 대칭 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모두 종합하면 좌수의 경락은 반시계방향, 우수의 경락은 시계방향, 좌족의 경락은 시계방향, 우족의 경락은 반시계방향이 된다.
그리고 천문인 백회와 회음을 이은 인축을 중심에 두고 좌우측으로 나누어 각각의 원형 유주가 만들어지는 전체적인 순서와 방향을 보면, 좌측은 시계방향이 되고 우측은 반시계방향이 된다.
좌측이 시계방향인 것은 '하늘이 지상에 인간을 내어 문화와 문명을 연다'는 의미이고, 우측이 반시계방향인 것은 '인간이 하늘에 올라 도인이 되어 천지인에 새로운 세상을 연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인간의 좌우측 사지에 있는 원형의 흐름과 방향에는 '하늘이 지상에 인간을 내어 문화와 문명을 열게 함으로써 다앙한 경험을 하게 한 후 다시 하늘에 올라 도인이 되어 천지인에 새로운 세상을 열게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는 인간 창조의 목적 및 정체성과 함께 그에 맞춰 나아가야 할 궁극의 방향성, 즉 태초부터 계획되었던 하늘의 뜻이 인간에게 반영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이 다시 본래 자리인 신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음은 이러한 인간 탄생의 섭리가 이미 태초부터 하나의 일맥성과 일관성, 일통성을 가지고 태공과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태공의 모든 존재들은 지상에 내려와 인간이 되는 순간, 하늘이 준비한 완성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