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란 무엇인가?
사람의 몸 안에 다른 영혼이 들어있는 상태를 빙의라고 한다.
자신의 정신이 통제가 되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정신분열이라는 의학적 용어를 쓰고 있으며, 흔히들 미친 상태를 빙의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비가 오는 날 남이 알아듣지 못하게 혼자 중얼 중얼 거리는 사람, 평상시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 술이 취해 있는 상태에서 헛것을 봤다고 하고 무언가 이름 모를 소리를 하는 사람, 무슨 일을 저질러 놓고 내가 왜 이랬지 정신 나갔나봐! 하면서 후회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현상, 분명한 뜻과 목적도 없으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돌아다니고, 만나는 사람마다 시비를 걸거나 이름 모를 소리를 한마디씩 하는 사람, 악담과 욕설을 일삼으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서기를 좋아하는 사람, 울고 웃고를 반복하면서 감정의 기복이 심하여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 밝은 곳을 싫어하고 어두운 곳에 혼자 있기를 좋아하며 아는 사람을 만나면 공포에 떠는 사람, 사람을 못 알아보고 다른 사람으로 착각을 자주하여 억지를 부리는 사람, 목소리가 자주 변하면서 아이의 흉내를 내기도하고, 노인의 흉내를 자주 내는 사람, 식음을 전폐하거나 폭식으로 살아가는 사람 등 대개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것이 빙의에 걸린 사람들의 유형이다.
다른 사람이 쉽게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발견이 되지 않고 몇 십 년씩 계속된 상태에서는 타고난 성격이거니 하고 무심코 지나쳐 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경우 직장 생활을 안정되게 하지도 못하며, 어느 한 가지에 집착을 하지 못하므로 안정을 찾지 못한다.
자신의 화를 이기지 못하여 가족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폭언을 일삼고 감정적으로 행동이 변하게 되므로 가족에게 많은 피해를 준다. 그러나 가족들은 어떤 충격으로 인한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면서 달래주려고만 한다.
빙의에 걸린 상태에선 헛소리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행동들이 동반된다.
취중에 헛소리한다고 하는데 원인도 없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술자리를 찾아다니고, 술자리에서 절대로 먼저 일어나지 않고 취기가 만취되면 술이 깰 때까지 헛소리를 하게 된다.
이 당시 술을 마시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데 자신이 처량하다고 느끼거나 속에 냉기가 있다고 생각되기도 하며, 자신의 주위에 자신을 이해해주는 누군가가 없기에 떠들썩한 술자리가 좋은 것이다. 혼자 술을 마시는 경우에는 자기가 춥다고 느껴지면서 술을 먹으며 혼자 중얼거린다. 속에 답답한 것을 풀어낸다고는 하나 마음을 녹일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신세한탄으로 이어지고 이 한탄이 계속 될 때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귀신의 넋이 들어온다고 보는 것이다.
또 한 가지의 예를 들어보자.
시골의 학교는 공동묘지에 지어진 경우가 많다.
땅 값이 저렴하고 주위가 한가하고 고요하니 학생들에게 정신 집중이 잘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학교 자리는 공동묘지를 밀어내고 많이 지어졌다. 그런데 학생들 중에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내성적이고 활발하지 못한 학생들과 사색을 즐기고자 하는 아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넋 놓고 창밖을 내다보기 일쑤고 체육시간이나 학과 후에 집에 가지 않고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 바람이 속삭이는 정서에 빠져들고자 정신을 팔고 있을 적에 넋 혼들이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한창 감수성에 빠져있을 나이에 하나하나가 신기할 따름인데 조용히 찾아온 넋 혼의 존재 또한 조용한 성격의 파장과 일치되므로 당사자도 모르고 지나가고, 함께 있는 가족들도 모르고 지나간다. 흔히 사람의 파장과 넋 혼의 파장이 같아야 빙의에 걸리는데 그 당사자의 성격과 행동을 보면 일치되는 경우를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무속인들을 살펴보면 점잖은 사람은 태생부터 부모가 점잖았거나, 그러한 가정의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자라온 사람이라고 보이지만 영도 또한 그러한 영이 작용을 한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체면을 무시하는 무당도 또한 그러한 영들이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힘이 장사인 사람은 장군처럼 행동하고, 나약한 서생은 도사처럼 행동하고 여성스럽게 생긴 사람은 여자다움이 더해지는 경우가 많다. 즉 ‘생긴 대로 논다’ 라고 표현한다. 세월이 어느정도 흐른 다음에 평소와 다른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때는 벌써 다른 영들도 하나 둘 왕래를 하기 시작한 때라고 보아야 한다.
영의 특성상 하나가 들어가서 제제를 받지 않으면 또 다른 영들이 안심하고 동정을 살피러 오게 되며, 안심이 되면 자주 왕래를 하면서 자신의 뜻을 넌지시 표현하게 된다.
귀신도 귀신끼리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편안한 곳이 있으면 찾아가게 되는 것이다. 귀신도 눈치를 보면서 자기자리를 확보하려한다.
이러한 상태를 방치하고 있다면 당사자는 성격이 수시로 변하는데 심하면 부모 자식도 몰라보고 친구도 몰라보고 험담을 하거나 욕설을 하면서 실수를 자주하게 된다.
실수를 한 다음에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면 후회를 하지만 상대는 이미 감정이 상해있고 배신감에 등을 돌린 상태다.
한번 한 행동은 이해를 받을 수 있지만 한번 잘 못 나온 말은 되돌릴 수 없다. 빙의에 걸리면 친구도 멀어지고 가족도 멀어지는데 이것이 오랜 기간이 지나고서 병이라면 병이고, 신병이라면 신병이겠지만 귀신의 넋 혼이 오래됐다고 해서 신이 될 수 없는 사실이라면 치료를 하여야 한다.
정신과를 찾아가 온갖 노력을 다 해봐도 그 때 뿐이고, 격리시키면 증세는 점점 더 해가므로 가족들은 절망에 빠지게 된다.
치유는 빙의에 걸린 상태에서 그분이 오셨다고 신 내림굿으로 한다면 더 혼란스런 삶을 살아야 되므로 퇴마사를 불러 퇴마 의식을 하던가, 혹은 왔던 자리로 돌려보내는 굿 혹은 치성이나 푸닥거리로도 가능하다. 경험이 적은 무당들은 신의 퇴마 능력은 믿지만 퇴마를 하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신의 능력이 아닌 귀신의 힘을 가지고 있는 무당은 귀신을 함부로 다룰 수 없어 퇴마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으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안간힘을 쓴다.
일부 무당은 돈을 벌기 위해서 자신이 전문가라고 하니 믿고 결정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만약에 빙의된 사람에게 초기에 굿을 한다면 서낭에서 푸닥거리로 하는 것도 좋다.
서낭이란 예로부터 나쁜 액운이나 부정한 기운들을 돌려주는 장소였다. 돌을 쌓아 놓았다기보다는 던져 놓은 장소다. 이곳을 지나가면서 혹시 부정한 기운이 따라 올까봐 침을 뱉어 부정을 풀었다고 한다. 이러한 행위들은 어른들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는 것이었지만 의미는 서낭신에게 나쁜 기운을 돌려주거나 의탁시키는 방법이라고 보여진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이러한 서낭이 거의 사라지고 굿당에 가면 임의로 하나씩은 만들어져 있다. 이곳 서낭에도 서낭을 관리하는 서낭신이 있으니 아마도 서낭의 주인 격이라고 보고 정중히 부탁을 드려 귀신을 맡기는 이치라고 보인다.
귀신을 살살 달래면 한동안은 잠잠해지겠지만 완전하게 퇴마를 하기까지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설마 하면서 몇 군데를 다녀봐도 원인을 찾지 못하고 퇴마사를 찾아가서 귀신을 쫓아낸다. 이렇게 쫓아내면 천만 다행으로 한동안 밥도 잘 먹고 안정된 자세로 집안에서 잘 지낸다.
일부 퇴마사는 이렇게 당부한다.
첫째, 가족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잘못된 행동은 바로 바로 지적해 주면서 함께 생활하도록 힘쓴다.
둘째, 본인의 의지가 굳어야 한다. 두 번 다시는 이러한 일을 겪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마음의 기복이 심한 상태에서는 순간적인 안정보다는 긴 안목으로 바라보고 찾아내야 한다. 자신이 지나온 과거를 뉘우쳐야 한다.
셋째, 초기 증상이 나오면 다시 퇴마사를 방문하여 상태를 확인해 보도록 한다. 흔히 이때 체면을 세운다고 고집을 부리는 경우가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퇴마사를 찾아가기가 힘들어진다.
이렇게 하다가 일이 생각대로 안 되면 다시 무당을 찾아가서 천도재 의식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빙의가 걸린 상태에서 무조건 신 내림굿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상황이 다급하다는 핑계로 신으로 모시면서 많은 굿 비용과 기대하던 만큼의 결과가 잘 안 나타나므로 모든 주위사람들까지도 마음을 다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는 무조건 신만 모시면 지긋지긋한 현실을 도피할 수 있다는 다급함에서 생각한 탓이라고 본다. 임시방편으로 영원할 수는 없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퇴마사의 말을 인용하면 이러한 영혼들은 거짓말로 현혹시키려 하고 속이려하고 있기 때문에 어르고 달래면서 설득을 시키고 영의 존재를 파악하는 일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영혼이 드나들면서 정신을 분열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경우는 오래 되었거나 많은 영들이 침범하여 분간할 수 없는 정도가 된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퇴마사도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이므로 비용을 받아야 정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일부에서는 터무니 없는 금액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고 하니 이는 또한 선한 퇴마사를 욕보이는 행동이라고 한다.
퇴마사는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찾아 주는 일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며 보람된 일인지 자부심을 가지고 행위를 해준다면 당사자와 그 가족들에게 얼마나 크나큰 행복을 전달해 주는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신의 능력이라도 좋은 일에 사용하면 복을 받지만 악용하면 후환이 따르기에 신의 능력은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고 사용하여야 한다.
내가 알고 있는 한 퇴마사는 소문으로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그래도 못 믿어하고 금전을 다 날린 상태이기 때문에 선불 반, 후불 반으로 결정을 하기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빙의에 안 걸리려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넋 놓고 있으면 다른 넋 혼이 들어오게 되는데 그 당시에 마음속에는 빈 공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흔히 물만 봐도 합장하고 돌만 봐도 합장한다고 하는데 합장을 하고 있는 순간에는 마음의 한 구석에 빈 공간이 생긴다. 흔히 그 찰나의 순간에 영이 침범한다고 하는데 무당이 아는 경우에는 아무 곳에서나 합장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다. 특히 서낭당에서는 안정이 안 된 무당도 합장하며 매달리기보다는 마음속으로 해원을 위한 왕생극락을 빌어주는 것이 생활화 되어야 한다.
<출처 : 책 무속과 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