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뇌내 모르핀
뇌 안에는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해마라는 부분이 있는데, 뇌내 모르핀은 이 부분을 활성화시켜 건망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효능도 가지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에이 텐 신경 즉 쾌감신경은 해마를 지배하고 있으며 뇌내 모르핀을 활성화시키는 신경 덩어리의 근본 역시 에이 텐 신경이다. 뇌내 모르핀이 분비되지 않으면 머리가 나빠진다고 하는 얘기가 있다. 이것은 학습이나 기억력에 관계하는 해마 역시 뇌내 모르핀을 관장하는 에이 텐 신경의 지배하에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에이 텐 신경은 최종적으로 대뇌신피질의 전두연합야와 이어지는데 기억에 관한 한 해마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시각의 예를 들어 보자.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굉장히 많은 사물을 본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은 바로 기억에서 사라진다. 전철이나 길거리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을 접하지만 얼굴은커녕 마주친 기억조차 깨끗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뇌는 한 번 본 내용을 최소한 무의식의 형태로라도 전부 기억하고 있다. 바로 그 기억을 담고 있는 저장 창고가 해마이다. 나중에 어떤 필요에 의해 저장 창고에서 기억을 끄집어 낼 수 있는 것은 뇌내 모르핀 덕분이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뇌내 모르핀은 증폭 효과(앰플리파이어)를 발휘하기 때문에 해마에 담겨 있는 희미한 기억을 마치 라디오의 볼륨을 올리듯 증폭시켜 주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에 의해 그때그때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억력이 좋은가 나쁜가는 머리의 좋고 나쁨이라기 보다는 뇌내 모르핀을 얼마나 분비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뇌내 모르핀이 원활하게 분비되지 않으면 기억력이 둔화되는 것이다. 물론 뇌혈관이 막히거나 뇌를 다치는 등의 물리적 타격으로 인하여 기억력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뇌내 모르핀 역시 기억력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뇌내 모르핀이 기억력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한 예를 들어 살펴보기로 한다. 조로증으로 고생하는 58세의 남성이 찾아왔다. 이 남성은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닌데도 건망증이 매우 심했다. 1분전에 자기가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였다. 알츠하이머(흔히 노망이라고 일컫는 병으로 뇌기질 이상으로 생김. 정확한 원인이나 치료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음)와 비슷한 치매 증상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건강을 진단해 보니 비만 상태는 플러스 21, 콜레스테롤 수치는 263이나 되었다. 이 환자 역시 우리 병원의 고정 메뉴인 식사와 운동, 명상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이 환자는 대단한 낚시광이었다는 사실이 명상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낚시 얘기만 나오면 대단한 흥미를 보였기 때문에 우리는 낚시를 이미지 훈련 대상으로 이용했다.
우선 낚시에 관한 비디오를 본 다음 자신이 겪은 낚시 에피소드를 자랑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몇 번을 되풀이해서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낚시에 관한 한 기억력이 정확히 되살아나는게 분명했다. 그런 다음 명상을 하도록 유도했다. 이런 치료를 지속한 결과, 전에는 산책을 나갔다가 집을 찾아오지 못해 부인이 집 전화 번호를 항상 주머니에 넣어 줄 정도로 심했던 건망증이 이제는 30분 정도 산책하는 것은 아무 문제 없이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향상되었다. 그리고 사소한 일에 흥분하여 자주 가족들과 말다툼하던 습관도 고쳤다. 비록 완쾌시켰다고 볼 수 없지만, 다른 방법이었다면 이 정도의 치료도 불가능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전에는 간호원이 쌀쌀맞다거나 아내가 오지 않았는데도 아내가 가져온 세탁물이라며 남의 세탁물을 가져가는 등 상당히 문제가 많았으나, 낚시를 이용한 명상 요법으로 어느 정도 기억력을 되찾게 된 것이다. 뇌파를 측정한 결과 아주 낮았던 α파의 비율도 상당히 높아졌으며, 총콜레스테롤 수치는 263에서 정상 수준인 207로 떨어졌다. 그리고 비만 상태도 플러스 21에서 마이너스 3까지 내려갔다.
일체의 부작용 없이 이만큼 향상되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것은 바로 뇌내 모르핀 덕분이다. 인간의 뇌는 발육이 멈추는 단계부터 쇠퇴기로 들어간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150∼180억개나 되는 뇌세포가 하루 10만개씩 죽어가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개인차가 있다.
노르아드레날린이나 아드레날린이 많이 분비되면 활성 산소를 빈번하게 발생시켜 뇌세포의 노화를 가속화시킨다. 그러나 뇌내 모르핀은 기억이나 학습과 연관된 뇌를 - 특히 해마를 - 항상 자극시키므로 뇌내 모르핀을 많이 분비하면 항상 건강한 뇌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