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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치유

<쾌유력> 잘 듣는 약과 잘 듣지 않는 약의 차이

작성자작약|작성시간12.09.11|조회수57 목록 댓글 0

 

풋내기 내과의 시절, 대도시의 큰 병원에 1년간 연수차 가 있을 때다.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 일부러 이 병원까지 약을 타러 오는 환자가 있었다. 그곳에서 병원까지는 기차로도 몇 시간. 하룻밤 여관에 묵으면서 탄 약을 무슨 보물단지라도 되는 양 보자기에 싸들고 돌아간다. 그래서 하루는 내가 물었다.

 

"가까운 덴 병원이 없습니까?"

 

"있긴 있지만도, 여기 약이 제일 잘 듣는구먼요."

 

"이 약은 어느 병원에나 있는데요."

 

"아뇨, 전 여기 약이 아니면 안 들어요."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었다. 이런 사람한테는 그 약이 정말 잘 듣는다. 또 이런 사람한테는 틀림없이 부작용도 없다. 그러나 정반대의 타입도 있다. 약을 줄 때마다 의심쩍다는 듯 묻는다.

 

"선생님, 이 약 부작용은 없을까요?"

 

대개 이런 타입은 약을 복용하면 부작용이 나타난다. 당연한 일이다. 약을 먹을 때마다 '위에 부담이 있는 건 아닐까' '두드러기가 돋지는 않을까'하고 죽어라 부작용 증상을 찾는 까닭이다. 부작용이 생길 때까지 찾으니까 기대하는 대로 부작용이 나타난다.

 

주사나 링거 주사를 어지간히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냥 감기니까, 따뜻이 하고 주무세요."해도 듣지 않는다.

 

"아뇨 선생님, 전 바쁜 몸입니다. 느긋이 쉴 틈이 없어요. 주사나 한 대 놔주시죠."

 

환자가 처방까지 내리는 판이니, 감사한 노릇인지 답답한 노릇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한번이라도 링거 주사로 극적인 치료를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은 링거만 놨다 하면 만사 해결인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것도 한 대보다는 두 대가, 또 두 대 보다는 석대가 더 좋다고. 그러고 보면 이는 1천만원보다 2천만원의 돈이 훨씬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세상의 금전 감각과 다를 바가 없다. 또 보험 약보다는 일반 약이 더 잘 듣는 것으로 굳게 믿는 사람도 있다.

 

"선생님, 보험이 아니라도 괜찮으니 비싼 약으로 지어주세요."

 

"다 보험이 적용되요."

 

"아니에요, 선생님. 진짜 일반 약도 좋다니까요. 돈은 낼테니까."

 

실은 우리가 약이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 몸 속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다만 이를 모방해서 만든 것이 약일 뿐이다. 약이란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투여하면 나름대로 효력을 발휘한다. 약이 맞고 안 맞고는, 다소의 개인차는 있을지언정, 본인의 약에 대한 신뢰도에 비례한다.

 

이에 비추어 말할 수 있는 점은, 어떤 일에 관해 두가지 상반된 상념이 교차하는 경우에는 강한 쪽이 이긴다는 것이다. 암 환자들 하고만 상대하는 암 전문의라 할지라도, '우리 집안 내력에는 암 환자가 없다'든가 '나는 지식이 있으니까 끄떡없다'는 안도감 쪽이 더 강한 사람은 암에 잘 걸리지 않는다.

 

관절통으로 사시사철 고생하는 사람도 손자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경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 얘기를 할 때만은 통증을 잊어버린다. 이와 마찬가지로 부작용이 있는 약이라도 '내게는 이 약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사람한테서는 부작용이 도망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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