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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치유

<쾌유력> 가망 없던 환자가 살아난 이유

작성자작약|작성시간12.08.20|조회수46 목록 댓글 0

 

기는 신기하다는 단어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한가지 특수한 성질이 있다. 그것은 '나만을 위해 쓰면 일방적으로 저하되고, 남을 위해 쓰면 무한대로 커진다'는 점이다. 한가지 실례를 들어보기로 하자. 기는 생명에너지로서 '의식'이나 '생각'이라는 단어로 바꿔도 이해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런 말을 하는 환자가 있었다.

 

"선생님, 저는 운이 나쁜가 봐요. 지금까지 제 인생에 즐거운 일이라곤 하나도 없었어요. 게으름뱅이 남편에 못난 자식, 게다가 시어머니 시집살이도 지긋지긋하게 했구요. 그런 내가 이번엔 류머티즘으로 이 꼴이니, 이젠 스스로를 저주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이런 타입은 병에 걸리기도 쉽고, 또 걸렸다 하면 낫기도 어렵다. 병과 인연을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전형적인 타입이다. 정녕 자신의 말대로 큰 고생을 했음이 틀림없다. '어째서 나만 이런 꼴을......'하며 푸념을 늘어놓고 싶은 심정은 잘 안다.

 

그렇지만 이래서는 병을 악화시킬 뿐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기를 제 마음을 괴롭히는 일에만 쓰고 있기 때문이다. 氣는 생각이요 생명에너지이다. 그런 기를 스스로를 들볶는 일에 쓴다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이와는 반대로 비슷한 중병에 걸렸으면서도 기를 플러스 방향으로 쓴 경우를 살펴보자. 젊었을 적에 아르바이트로 병원에서 당직을 서던 때의 일이다. 한밤중에 고령의 부인이 구급차로 실려 왔다. 다들 이제 가망이 없다고 여길만큼 중증의 심근 경색 환자였다.

 

혈압을 재보니 40~50mmHg밖에 안 되었다. 보통은 혈압이 80mmHg 아래로 떨어지면 거의 의식이 없어진다. 그런데 이 부인은 요란한 소리로 뭔가 계속 웅얼웅얼 거렸다. 눈도 뜬 채였다. 좌우간 아직 숨이 붙어 있으니 어떻게 손을 써 보자며 모두들 분담해 구급체제를 갖추고 있으려니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정맥(심박의 리듬이 고르지 못하고 불규칙적인 상태)까지 발생, 심장이 정지해버렸다.

 

역시 틀렸는가----그때부터는 그저 위안 삼아 산소 마스크로 숨쉬는 것을 돕고, 심장 마사지를 하고, 심장을 소생시키려고 캠퍼 주사(장뇌액의 주사, 중환자의 강심제로 쓰임)도 놨다. 시골 병원인데다가 간호사도 급환에는 익숙하지 않은 지라 혼자서 정신없이 심장 마사지를 했다.

 

그런데 부인은 어찌나 뚱뚱한지 마사지하기가 몹시 힘들었다. 있는 힘을 다해 눌러 보지만, 누르는 내 손이 부러질 지경이었다. 막 그만둘까 하던 찰나였다. 아니, 이럴수가! 갑자기 심전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그 쪽을 바라보는데 내 가운 자락을 잡아당기는 것이 있었다. '아니 이게 뭐람!' 돌아다보니 부인의 손이 내 옷자락을 꼬옥 움켜쥐고 놓질 않는다. 그러다 다시 무슨 말인가를 웅얼거리기 시작하기에 귀를 갖다 대고 들은 즉 "난 못 죽어, 난 못 죽어"하고 똑같은 소리를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간호사를 다시 불러와 그날 밤은 점적 주사를 놓는 등 그럭저럭 버티다가 이튿날 아침 제일 가깝고 큰 심장 전문병원으로 부인을 이송했다. 심장은 움직였다 멎었다를 모두 세차례나 반복했다. 구급차로 이송할 때도 혈압은 여전히 최악으로 떨어져, 병원 관계자들도 한결같이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젠 영원한 이별도 시간문제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부인은 거짓말처럼 회복되어 20일 후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갔다.

 

의학 상식으로는 살아날 가망이라곤 제로에 가깝던 환자가 어떻게 소생할 수 있었는지 스스로도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나는 나중에 간호사가 알려준 소문을 듣고서야 납득이 갔다. 부인의 슬하에는 아들이 있었다. 어머니의 손길을 꼭 필요로 하는 중증의 신체장애자 아들이었다.

 

부인은 자신을 위해 살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 '나'아닌 '남'을 위해 아직 할 일이 남았기에 '난 못 죽는다'며 삶에의 집념을 불태웠던 것이다. 그 생각에너지가 기적적인 소생을 가져온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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