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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치유

<쾌유력> 왜 갖난 아기의 심장이 멎었는가

작성자작약|작성시간12.08.20|조회수29 목록 댓글 1

 

기에는 시공을 초월하는 힘이 있다. 염력이나 염사, 투시와 같은 초능력, 또는 예언이나 점술 등등. 이런 유형의 능력을 우리는 초상현상으로 특이하게 생각하기 쉬우나, 기를 이용하면 누구든 이정도의 일은 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어떤 극한 상황에 처했을 경우 그와 같은 기를 무의식적으로 발휘하고 있다.

 

한때 나는 초능력과 심령술에 심취해 그 방면의 공부를 했었다. 심령술사도 만났고 인도에도 갔었다. 그렇게 하여 직접 불가사의한 현상을 체험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런 것들에 대한 흥미가 사라졌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모두 초능력자이며, 각자의 개성이나 삶에 따라 정도의 차는 있을지언정 모두가 초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담뱃불로 500원짜리 주화에 구멍을 뚫거나 허공에서 시계나 목걸이를 끄집어내는 초능력보다는, 내게는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을 구하기 위한 초능력이 필요했다. 그런 차원에서 기와 접하는 사이에 나는 이 기가 엄청난 교신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기가 의식 그자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한 예로 젊은 시절의 체험담을 소개할까 한다.

 

지방의 한 응급병원에서 야간 당직을 설 때였다. 하루는 간호사가 '블루 베이비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전하러 왔다. 블루 베이비란 폐가 막히는 바람에 질식 상태에 빠져 파랗게 죽어가는 얼굴로 태어난 신생아를 가리킨다.

 

당시 나는 응급 처치에 자신이 있었다. '내 손이 닿았다 하면 살아나지 않을 환자는 없다'고 은근히 뻐기던 터라 "아기를 제게 꼭 맞겨 주십시오"라고 주치의에게 신신 부탁을 했다. 결국 승낙을 얻어 환자를 응급실에 넣고 뢴트겐 사진을 찍어 봤더니 폐 부위가 하얗게 나왔다.

 

뢴트겐 사진에서는 폐가 검게 나오는 것이 정상이다. 폐에 산소가 차 있다는 증거로 정상적인 호흡을 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런데 폐가 하얗다는 것은 폐에 뭔가가 막혀 있거나 원래 기형이거나 둘 중 하나이다. 아무튼 갸날프게나마 숨을 쉬고 있어서 호스를 기도로 집어 놓어 100%산소를 공급하기로 했다.

 

보통 우리가 마시는 산소의 농도는 20%정도이다. 하지만 이 아기의 경우는 호흡이 아예 불가능한 실정이라 짙은 농도의 산소를 불어넣어 숨쉬는 것을 도와야 했다. 호스를 집어넣고 얼마 있자 아기 얼굴에는 다소 화색이 돌고 희미했던 심장도 조금씩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요즘은 인공호흡기의 성능이 놓아서 신생아한테도 사용가능한 기계들이 나왔지만, 당시만 해도 그런 것이 없던 때라 밤 8시 경부터 이튿날 아침까지 꼬박 혼자서 수동식 도구를 조작해 산소공급을 계속해야 했다.

 

새벽5시 쯤 되자 심전도도 안정이 되고 혈액과 산소도 충분히 공급되는 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나 폐는 여전히 하얀 채로 였다. 그래서 나는 동급생 중 대학병원 소아과에 있는 친구에게 연락하여 날이 새면 아기를 그리로 보내기로 했다.

 

상태는 서서히 호전되어 가고 있었다. 아침까지만 버티면 어떻게든 살릴 수 있을 거다! 심전도를 노려보며 나는 기도하는 심정으로 계속 산소를 보냈다.

 

이튿날 아침, 날이 새자 아기 어머니가 초췌한 얼굴로 응급실을 찾아 왔다. 그리고 유리창 너머로 깊숙이 머리를 조아리며 들릴 듯 말 듯한 음성으로 "감사했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열심히 산소를 공급하던 나는 이 '감사했다'는 인사를 듣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솟구쳐 심전계를 쳐다봤다. 바로 그때였다. 아기의 심장이 멋더니 다시는 움직일 줄을 몰랐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이상하게도 그 당시는 특별한 감회같은 것은 없었다. 전날 밤 아기 부모가 찾아와 사뭇 기쁜 얼굴로 "잘 부탁한다"며 고개를 숙이고 갔는데, 왜 어머니가 새삼스레 '감사했다'는 과거형의 인사를 한 것일까. 조금만 더 시간을 줬더라면 좋았을 것을. 지친 머리로 막연히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아기 부모와 주치의가 그날 아침 일찍 아기의 장래에 대해 대화를 나눴던 모양이다.

 

"지금의 저산소 상태로 볼 때, 머리에 타격이 커 제대로 자리기는 어려울 겁니다. 설령 큰다 해도 장애자의 인생을 걷게 될 거구요.  안쓰러우시겠지만 단념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말을 들은 부모는 눈물을 흘리며 결단을 내린 뒤, 어머니가 그 뜻을 전하러 왔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을 꺼내기 전 내게 '감사했다'는 인사를 한 것만으로도 아기의 심장은 딱 멈추었다. 그때는 우연의 일치거니 했었다. 그러나 기라는 것을 알고 난 후 다시 생각해 보니, 엄마 마음을 아기가 눈치챘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아기가 먼저 그런 뜻을 기를 통해 엄마에게 전한 것은 아닐까 싶었다.

 

고뇌 끝의 비통하면서도 단호했던 표정으로 미루어보더라도, 모자간에 기의 교류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장애인 아들을 둔 심근경색의 부인의 경우도 그렇지만 사람은 연령이나 학력, 지식, 교양, 건강상태 등과 전혀 상관 없이 시공을 넘나들며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마음의 교류는 꼭 사람에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동물이나 식물, 혹은 광물과도 통한다. 그래서 나는 기를 쓸데없는 초능력에 쓰기보다 좀더 유용한 사용방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쪽이 훨씬 인생을 풍요롭게 해준다고 본다.

 

불행히도 블루 베이비로 태어난 아기는 엄마 가슴에 한번 안겨 보지도 못한 채, 또 엄마는 엄마대로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기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채 영영 헤어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이 모자간에는 몇 십년을 함께 산 것과 다름 없는 마음의 교류가 있었을 터이다.

 

"엄마 고마워요."

 

"잘 가라. 내 아가야."

 

기의 세계를 아는 것은 이처럼 무한한 사랑과 평화, 인정과 자애, 끝없는 충족감을 얻는 길로 이어진다. 질병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원흉이라고 생각하나 그 병 조차도 우리에게 뭔가를 일깨워주는 인생의 스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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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麻黃(마황) | 작성시간 12.08.23 참 아름다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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