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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치유

<쾌유력> 사람의 마음이 병을 만든다

작성자작약|작성시간12.08.30|조회수46 목록 댓글 0

 

고사 직전의 나무처럼 쇠잔한 모습의 한 할머니가 우리 병원에 찾아와 깜짝 놀랄 말을 했다.

 

"선상님요, 내는 어려서부터 이 날꺼정 감기만은 안 걸렸습니더."

 

아무리 감기가 안 들어도 딴 병에 걸렸으니 놀랄 일도 아니지만, 누구나 한 해 몇 차례 쯤 걸리는 감기를 '난 안든다'니. 어찌된 얘긴지 궁금하기에 지난번 병원에서 보내온 진료 기록 카드를 들춰봤다. 확실히 할머니 말대로 감기만큼은 걸렸던 흔적이 없었다.

 

며칠 뒤의 일이다. 이번에는 젊은 남자가 "감기에 걸렸다"며 찾아 왔다. 체온을 제보니 제법 열이 있었다. 보통 감기 환자의 경우는 주사를 놓든가 약을 주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할머니 생각이 나서 몇 마디 물어보기로 했다.

 

"언제 걸렸습니까?"

 

"어제요."

 

"감긴 자주 걸리나요?"

 

"네. 해마다요. 선생님, 전 이상하게도 여름 감기는 도맡아 걸립니다. 그것도, 거의 정해진 시기에요. 작년에도 이맘때 걸렸어요."

 

"낫긴 빨리 낫는 편이구요?"

 

"그게 걸렸다 하면 오래 갑니다."

 

그렇게 돌아간 이후 한동안 보이지 않던 젊은 이가 어느날 삐죽이 얼굴을 내밀었다.

 

"또 감긴가요?"

 

"아뇨, 저번 감기가 겨우 나아서요."

 

낫지 않으면야 몇 번이고 온다지만 나았다는 보고를 하러 오는 사람은 흔치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젊은이의 진료 카드를 꺼내 본 나는 아차 싶었다. 지난번에 왔을 때 감기가 낫는 시기로 적고 간 바로 그 날이었다.

 

그것을 본 나는 '역시나' 하고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의 마음이 병을 만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류머티즘 환자 중에 툭하면 자기 손을 내보이면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선생님, 이 손가락이 걱정돼서 도무지 못 살겠어요."

 

찬찬히 살펴봐도 전혀 이상한 구석이 없었다.

 

"뭣땜에 걱정이 되신다는 겁니까. 아무 데도 이상한 데라곤 없는데."

 

하지만 1년쯤 지나자 그의 손가락은 정말로 휘어들기 시작했다. 왜일까. 본인만은 사전에 이미 어디가 휠지를 안단 말인가. 그럴 리 없다. 어쩌면 '이 손이 휘고 있다'는 그의 이미지가 정말로 손가락이 휘어들게 한 것은 아닐까.

 

계속 그런 생각을 하던 차였다. 감기만은 안 든다는 할머니와 여름만 되면 감기를 끌어안고 산다는 젊은이를 만난 것은.

 

그래서 '아~ 그렇구나!'하고 쉽게 수긍이 갔다. 심적 작용인 이미지가 병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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