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생의 원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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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책 <인간과 동물>은 '서로 돕는 사회'에서, 오랜 동안 생물들에 대해 알려진 경쟁 관계 대신 주로 여성학자들에 의해서 연구되어온 생물들 간에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공생 관계를 소개하고 있다. 두 생물이 함께 살 때, 한쪽에만 이익이 되고 다른 쪽에는 해가 되면 기생관계라면, 양쪽 다 이익을 얻거나 최소한 한쪽이 이익을 얻고 다른 한쪽에는 해가 되지 않는 것은 공생관계다. 흰개미가 갉아먹는 나무의 성분 셀룰로오스를 분해해주는 대신 흰개미 장을 집으로 삼아 보호를 받는 박테리아와 흰개미의 관계 혹은 진딧물을 좋은 풀로 인도해주고 진딧물을 보호해주며, 진딧물로부터 단물을 받는 개미와 진딧물의 관계, 말벌과 진딧물의 관계는 전형적인 상리공생의 관계다. 인간과 소와의 관계도 인간은 소를 보호해주고 먹이를 주며 소는 우유를 주는 상리공생관계다. 그런데 이기적인 욕심으로 인간은 자연스러운 공생관계의 균형을 깨고 있다. 소가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초식 동물인 소에게 동물 사료를 먹여 유전적인 결함과 정신적인 이상을 일으키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또한 더 많은 우유를 얻기 위해 젖소에게 밤에도 조명을 비춰 깨어 있게 하여 하루 종일 젖을 짜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해친 소가 결국 다시 인간에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렀으며, 편안한 휴식도 없이 인공적인 조명 아래서 혹사당하는 젖소의 몸에서 나온 우유는 영양도 맛도 문제가 있다. 식물은 곤충과 나비에 꿀을 주고 곤충은 꽃가루를 암술에 전해주며 곤충과 꽃들도 서로 돕는 관계를 맺고 있다. 과일을 통해서도 우리는 식물과 공생관계를 맺는다. 식물들은 맛있는 과일들을 인간과 동물들에 제공해서 먹을 것을 주고, 대신 인간과 동물들은 식물의 씨앗을 다른 곳으로 옮겨주는 것이다. 인간은 여기서도 유전자를 조작하고, 성장촉진제를 투여하며, 농약을 남용하여 식물과의 공생관계를 깨고 있다. 인간이 생물을 보호하지 않을 때 피해가 돌아오는 것은 인간 자신에게다. 흙에서 나는 야채들도 마음 놓고 먹지 못하는 실정이 되고 보니 최근에는 반도체 산업과 비슷한 형태의 미래형 농업 형태로 야채 공장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여러 층으로 된 공장에서 농약도 치지 않고 적당한 영양분을 제공해서 안심할 수 있는 농산물을 재배한다. 그런데 강한 인공조명을 밤새 비추어 식물들이 밤에도 낮과 같이 광합성을 하게 하여 성장이 촉진시킨다 하니, 휴식 없이 성장한 식물들에게서 어떻게 건강한 에너지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인간은 무엇보다 인간들과 공생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사는 인간관계를 떠올려보면, 인간의 삶이야말로 다방면의, 가장 정교한 공생의 원리가 펼쳐지는 장이라고 할 수 있다. 물건을 사거나 파는 것도 결국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동물이나 식물과의 조화로운 공생 관계를 조작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발상은 같은 인간들 사이에서도 심각하게 드러난다. 힘을 가진 인간이 약한 인간을 착취하고 관계를 조작하는 현상들이 인간의 삶을 지배하려 한다. 인간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자연과의 관계를 이기적으로 변질시킬 때, 그 해가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것처럼, 힘 있는 자들이 약한 자들을 착취하는 관계에서 해는 결국 착취자들에게 돌아오게 되리라는 교훈은 자연과의 관계에서 짐작할 수 있다.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얼핏 보면 손해 보는 것 같은 이 말은 공생의 원리가 보여주는 과학적인 진리이기도 하다. 공생의 원리로 개미와 진딧물과 같은 약하고 작은 생물들이 오랜 세월 생존해온 비결을 우리가 다시 되새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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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시간 : 2010-06-02 17:36:5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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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황혜영 / [황혜영]의 다른기사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