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산마을제단
이번 탐방의 출발은 성산마을제단입니다. 1만8천의 신들의 땅인 제주가 유교사상으로 무장한 조선시대에는 보존이 아닌 교화의 대상이었나봅니다. 마을 신들에 대한 제사도 유교식으로 바꾼 현장이 성산마을 제단입니다. 하지만 성산 사람들은 중앙에서 내려온 관리의 지도를 무조건 따르지 않고 두개의 제단을 만듭니다. 유교식의 본단에 포신과 별단에 용신을 같이 모심으로서 고유의 것을 지키려고 했습니다. 바다가 삶의 터전인 마을 사람들에게 바다를 지키는 용은 중요한 존재니까요. 이런 수용과 타협의 지혜로 두 개의 제단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포제, 포신의 포(酺) 라는 글자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술먹는 잔치, 연회라는 뜻이 있어서 제사에 무슨 잔치인가 했는데 재해를 내리는 귀신의 이름이라네요. 아마 포제는 이 귀신(포)에게 제사를 지낸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 우묵사스레피 나무
바닷바람에 옆으로 누운 나무의 이름이 우묵사스레피입니다. 꽃이 피면 향기가 아닌 똥냄새가 나고 실제로 이 똥냄새 때문에 파리가 수분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열매가 쥐똥처럼 생겨서 갯쥐똥나무라고도 한다네요. 나무가 똥이랑 이렇게 깊은 연관이 있을줄이야^^
3.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시인의 시집 <그리운 바다 성산포>의 시들이 있는 시비거리에서 시를 함께 읽어보았습니다. 제주 사람보다 오히려 충청도 사람인 시인이 제주의 바다를 사랑하고 시를 썼다는게 인상 깊었습니다. 가까이 있으면 그냥 당연하고 익숙해서 특별한 감정이 안생기는 걸까요?
4. 오정개와 성산관일, 수산진성
오정개는 오정개·터진목·수메밋·우묵개·통밧알 이라는 자연마을중에 가장 오래된 마을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개'는 바다에서 우묵하게 들어온 지형을 뜻하고 이런 지형에 자연스럽게 포구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오정개부터 수메밋까지 성산 진성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이 탐라순력도의 <성산관일> 입니다. 성산 진성은 왜구의 침략을 막기위해 지었는데 위치 선정이 잘못되어 왜구에게 피해를 입은 후 수산으로 옮겨 수산 진성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진성은 조선시대 지방군인 영진군(營鎭軍)의 진을 지키는 성이 진성인것 같습니다.
제 남편이 성산 온평 출신인데 어렸을때 수산 친구들이 자기마을엔 성이 있다고 엄청 으시댔다고 하네요^^
5. 성산 일출봉 해안 일제 동굴진지
성산 일출봉은 너무나 유명합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지질공원이고 영주십경의 첫번째인 성산출일이며, 올레길의 출발인 1코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관광지 성산 일출봉에서 조금만 방향을 틀어 걸어 들어간 남쪽의 수마포 해안은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의 현장이었습니다.
저는 걸어가면서 멀리서 보이는 구멍 혹은 동굴들이 파도의 침식으로 생긴 동굴 아닌가 하면서 중학교 지구과학 시간에 배운 해식동굴이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그 동굴은 자연의 작품이 아닌 일제가 해안가로 가까이 오는 전함을 폭파하기 위해 만든 인공동굴이며 거기에서부터 레일을 깔아 인간어뢰(回天/가이텐)를 출발시켜 적의 전함을 공격해 폭파시키는 용도라고 합니다. 세상에, 인간어뢰라니... 비행기로 적의 군함에 돌진해 자폭하는 카미카제(神風)의 바다용인 셈입니다. 전쟁은 인간이 하는 일중에 가장 최악입니다. 지금도 이란에서 끔찍하고 처참한 죽음이 아무 이유없이 벌어지는 현실이 너무 마음 아픕니다.
6. 4.3 유적지- 터진목, 성산읍 희생자 위령공원, 광치기해변
4.3 사건은 제주의 아픔이자 한국 현대사의 비극입니다. 해방이후 친일에서 반공의 탈로 바꿔 쓴 민족의 반역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위해 세상의 모든 '빨갱이'를 처단하고자 합니다. 그 광기가 이 머나먼 섬 제주에 휘몰아치면서 무고한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이 학살을 당합니다. 그리고 55년이 지나서야 대통령과 대한민국 정부가 4.3이라는 국가폭력에 대해 사과하였습니다.
오늘 우리가 서있었던 그 아름다운 바닷가가 시신이 둥둥 떠다니는 말그대로 피바다의 현장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진실을 그대로 알리고 그 진실속에서 반성하고 용서해야만 앞으로 나아갈수 있다는 진리를 바다는 말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1948년 9월 25일 아침에 군인들이 성산포 사람들을 총살하기 위하여 트럭에서 해변으로 내리게 했을 때 마을사람들 눈앞에 보였던 게 이 바위다. 나는 그들이 이 순간에 느꼈을, 새벽의 노르스름한 빛이 하늘을 비추는 동안에 해안선에 우뚝 서 있는 바위의 친숙한 모습으로 향한 그들의 눈길을 상상할 수 있다.>
르 끌레지오 기행문을 읽으면서, 그 새벽, 바닷가로 끌려와 죽음을 예감했던 사람들이 동이 터오는 성산을 바라보는 눈빛을 상상하니 갑자기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사람들이 성산을 바라보듯 성산도 사람들을 바라봤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자손들을 성산의 신들이 꼭 지켜주길 바랍니다.
저는 이번 탐방이 남편의 고향이 성산이듯 저도 성산을 마음의 고향으로 만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특별한 만남을 기대하며 짧은 기억력으로 많이 부족한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르 끌레지오 작가의 제주 기행문 전문
http://www.newsjeju.net/news/articleView.html?idxno=56239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지기 김천석 작성시간 26.03.18 탐방을 마치고
자료를 찾아보며
착실히 공부를 하셨군요.
깔끔하고 정갈하게 멋진 후기~
훌륭합니다, 수고하셨어요^^ -
작성자최동운 작성시간 26.03.18 아름다운 자연속에 숨겨져 있는 치유되지 못할 아픈고도 시린 역사를 보고들었습니다.국가대국가, 국가권력의한 국민들에게 무법한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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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앨리스김 작성시간 26.03.18 와우 자세한 후기와 내용 감사드려요. 다시 한번 수업 듣는 것 같아요.
너무 잘쓰셔서 뒷분들 부담되시겠어요 ^*^
매번 그렇지만 어제는 정말 더 뜻깊은 수업이었던거 같아요. 수업이 아니었으면 광치기 해변에서 그냥 이쁘다만 외치고 갔을텐데
아름다움 뒤의 큰 슬픔을 보지 못했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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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현길아 작성시간 26.03.18 광치기해변과 터진목을 통해 바라보는 성산일출봉이 20대 초반 친구들과 자전거 투어를 하면 일박했던 기억을 더듬으면서 그때는 몰라서 그저 좋은 경치라고만 감탄했었는데 이번 제주탐방을 통해 가슴시리도록 아픈 제주의 근현대사와 조선시대 역사적 사실을 알아가는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후기를 다들 잘 써 주셔서 복습하는 느낌이 든었어요^-^
수고하셨습니다♡ -
작성자사랑해 작성시간 26.03.25 꼼꼼한 후기 감사합니다~
성산일출봉과 광치기해변등~
아름답게만 보고 다녔던곳!!!
제주탐방을 통해 제주를 다시한번 알아보는 계기가 됨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