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천希天 거사님의 입적入寂 소식
천주교인 희천希天(요한 보스코) 김주후 거사(아주대 교수)께서는 2015년 11월 (사)선도성찰나눔실천회(이하 선도회)에 입문하셨습니다.
그 이후 선도회 본원과 인사동모임에 참석하시면서 치열하게 간화선 수행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체험한 바에 대한 진솔한 소감의 글들을 선도회 길벗들뿐만이 아니라 종교를 초월해 마음공부를 하고 계신 모든 분들과 지속적으로 공유해 오셨습니다.
그런데 지난 수년간 목소리를 잃어가는 희귀질환과 씨름하시면서도 평상심을 잃지 않으시다가,
2026년 5월 10일(日) 저녁 7시 온 가족이 함께 하는 가운데 평온히 떠나셨다고 합니다.
이에 선도회 길벗들 모두 희천 거사님의 입적入寂에 깊은 애도哀悼를 표합니다.
2026년 5월 12일 선도회 회장 혜운慧雲⦁사무총장 천수天秀 합장
*참고: ‘希天’이란 법호法號에는 ‘이번 생에 稀有한 인연因緣을 살려 반드시 천국天國에 이르시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 희천 요한보스코 거사님께서는 오랫동안 사단법인 도전돌밭공동체에도 매월 꾸준한 후원을 이어오셨습니다. 거듭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희천希天 김주후 거사님의 입적 1주일을 맞이해>
희천希天(요한 보스코) 김주후 거사님의 입적 1주일을 맞이해
희천 거사(아주대 교수)께서 2015년 제 연구실을 방문하면서 선도회에 입문한 후, 지난 수개월간 집중적으로 ‘수식관數息觀’ 수행하신 다음, 수행 관찰 과정을 상세히 정리한 기록을 이메일로 저에게 보내주셨었습니다.
함께 하고 싶었던 멋진 일들을 할 수 없어 아쉬움은 적지 않지만, 희천 거사님의 입적入寂 1주일을 맞이해 저와 주고받은 핵심 이메일 내용이 제가 기고했던 <불교닷컴>에 생생하기 기록되어 있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희천 거사님의 치열했던 간화선看話禪 수행이 결코 헛되지 않았으리라 확신하며 소개를 드리고자 합니다.
아울러 거동할 수 없는 투병 중에도 마음공부를 치열하게 이어가셨던 희천 거사님을 잘 엿볼 수 있는, 장례식장에 게시된 성찰글 ‘병상에서 1’과 ‘병상에서 2’를 함께 소개드립니다.
참고로 ‘希天’이란 거사호居士號는 ‘희유한 천주교인’이란 뜻입니다.
군더더기: 우리 모두 그 어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치열하게 향상여정向上旅程을 끝까지 이어가셨던 희천 거사님의 태도를 10분의 1이라도 본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해 봅니다.
2026년 5월 17일 어려움이 없는 곳[無難軒]에서 거사 법경法境 합장
수식관 수행 관찰 과정과 그 한계
희천의 이메일:
법경 법사님, 지난 5개월 가까이 변화한 내용을 요약도 할 겸 간단한 수준변화표 같은 것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저에게 일어난 변화를 좀 더 상세히 공유하고 혹시 학부 학생들을 지도하시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가능한 상세히 적어 보았습니다. 아래 수준표에 나타난 것처럼, 지난 5개월 동안 큰 변화가 없는 것도 같았는데 막상 적어보니 이런 저런 꼬물꼬물한 변화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가능한 7,8단계에 머물고자 하나 그렇지 못한 날도 많습니다. 그런데 보다 구체적인 빈도의 관점에서 보자면 대개는 5,6단계에 머물렀고 7,8단계는 가끔 찾아옵니다. 특히, 8단계에 이른 것은 지금까지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1. 자리에 앉아 수를 세는데 수세기가 중간 중간 끊어지고 호흡도 편안하지 않다.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들이 올라와 수세기를 방해하고 몇 분간은 그 생각 속에 빠져들어서 다시 하나부터 수를 세어야 한다. 한참 앉아 있었던 것도 같은데 시간은 더디 흐르고 수세기를 한 것인지 복잡한 망념에 빠져들었던 시간인지 구분이 안 된다. 좌선을 계속 해 나갈 수 있을지 자신감이 없어지기도 한다.
2. 전체 좌선 시간 중에서 수를 세는 시간이 늘어나고 딴 생각으로 빠졌다가 다시 수를 세는 시간은 조금씩 줄어든다. 수세기가 약간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데 그래도 그럭저럭 수를 세는 활동이 이어져 가기는 한다. 호흡은 약간씩 편해지기는 한데 한 호흡의 길이가 짧아 하나-둘-셋-넷 정도로 이어지고, 하나아-두우울 - 이런 식으로 조금 더 깊고 천천히 호흡을 하려고 하면 수세기의 리듬이 깨어져 이내 다른 생각이 섞여들기 시작한다.
3. 수세기가 지속되나 수를 세는 활동 안으로 몰입이 잘 되지 않고 약간 겉도는 식의 수세기를 한다. 그런 가운데 이런 저런 오늘 할 일이나 그동안 생각하던 여러 가지 아이디어 혹은 과거의 일들이 자꾸 기억 속에서 흘러나와 수세기에 섞여든다. 수세기가 끊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앉아있기 힘들 것 같은 느낌이 밀려들고 오래지 않아 눈이 떠진다. 그래도 다리를 틀고 앉아 매일 수식관을 진행하는 것 자체는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4. 수세기의 리듬도 어느 정도 일정해지고 잘 끊어지지 않지만 여전히 다른 생각도 함께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 그러나 수 세기에만 집중하든 수 세기와 생각이 약간 혼합되어 있든 전체적인 집중도가 좋아져서 주변의 소리나 자극에 덜 민감하다. 가끔 수세기의 몰입도가 좋아진 것을 발견하는데, 몰입하는 순간은 잘 모르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주변의 소리나 자극이 들어올 때야 비로소 한동안 수세기에 집중해 있었음을 느낀다. 집중하는 동안 다리가 아프거나 좌선 자세가 가져다주는 어색함 등은 어느새 잊어버린 것도 같다.
5. 수세기 활동이 잘 진행되다가 비록 몇 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생각 올라오기도 멈추면서 수세기만 하거나, 수세기 중 수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상황이 지속된다. 가끔 눈을 감았음에도 눈 앞쪽에 수를 볼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수의 모습을 형상화 해 보기도 한다. 좌선을 매일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좌선의 시작, 수세기 워밍업, 몰입의 시간, 집중도가 다시 엷어지는 시간, 재몰입의 시간, 좌선의 마침과 같은 일련의 리듬내지는 흐름이 생겨났다.
6. 위와 같은 수세기 지속 시간이 제법 길게 이어지고 수를 세는 단순한 일인데도 마음이 평안하고 다른 복잡한 생각이 잘 올라오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앉아있는 시간이 편안하고 순간순간 짧은 생각이 올라오는 듯도 한데 이내 옆으로 밀려나 버린다. 가끔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올라올 때도 그냥 마음 속으로 “이제 그만 하게나. 그냥 이대로가 내 모습 아니던가?” 하는 듯한 상태가 되며 다시 편안한 상태가 유지된다. 좌선을 하는 동안 불필요한 생각이 많이 올라올 것 같으면, 미리 일정관리나 업무 기타 복잡한 생각들에 대해서 미리 점검하고 정리하여 좌선 시간동안 방해받지 않으려는 예방차원의 준비도 한다.
7. 수세기의 집중도가 좋고 호흡도 편안한 가운데 이루어진다. 그러면서 수를 세면서 호흡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마치 내가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마치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있는데 그 내가 나를 관찰하는 상황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수세기는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며 상대적으로 짧게 앉았던 것도 같은데 나중에 시계를 보면 생각 보다 앉아 있었던 시간이 길었다. 오랜 세월동안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한 것은 그 무슨 커다란 깨달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수세기 같은 단순한 자기조절의 시간도 꾸준히 갖지 못한 것이었음을 발견한다.
8. 수세기를 하는 동안 잡념이 거의 올라오지 않고 그냥 수랑 매우 친해진 것인 양 수를 세게 된다. 생각의 그림자도 휴식을 취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냥 멀리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수세기에 몰입이 되어 가지만 중간에 바람소리 같은 것이 들려도 수세기에 묻혀간다. 다른 방해조건만 없다면 꽤 오랜 시간동안 앉아 있을 수 있을 것도 같다.
법경의 답신:
수식관 수행을 하시면서 체험한 바를 매우 상세하게 정리하셨군요. 마지막으로 다음을 추가하면 좋겠습니다.
9. 다른 느낌은 다 사라지고 오직 자신과 호흡과 수세기가 온전히 한 덩어리가 된다. 그러다가 좌선 법회에서 마치는 죽비 소리가 들릴 때 (또는 혼자 하는 경우 알람을 맞추어 놓고 앉아 알람이 울릴 때) (아! 벌써 마칠 시간이 되었구나! 하면서) 선정에서 깨어난다.
법경의 답신:
사실 수식관의 마지막 단계는 수식관의 장점인 동시에 한계이기도 합니다. 장점은 수식관을 하는 동안 잡념 없이 몰입할 수 있게 되어 마치게 되면 머리뿐만이 아니라 온몸이 상쾌해졌음을 느낍니다.
한편 한계는 현실로 돌아오면 다시 좁은 안목으로 현안 문제들과 씨름하며 탐욕, 분노, 어리석음의 한가운데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자신을 인식하곤 합니다. 그래서 수식관이 잘 되는 분들의 경우 (8,9 단계) 이제 화두 참구를 하며 본격적으로 간화선 수행으로 넘어가게 하는 것입니다.
사실 화두 타파를 통해 안목이 자연스레 넓어지게 되며, 넓어지면 질수록 자아에 대한 질긴 집착을 포함해 삼독으로부터 그만큼 자유로워지게 됩니다.
사실 이렇게 될수록 자연스레 통찰과 나눔이 둘이 아닌 ‘통보불이洞布不二’의 삶을 보다 적극적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5달 정도 꾸준히 수식관 수행을 잘 이어오신 선생님의 경우 이번 일주일 동안 9단계를 목표로 철저히 수식관 수행을 해 보시고 새로운 변화의 시도로 화두 참구로 넘어가도 좋을 것 같네요. 법경 합장
원문
https://blog.naver.com/seondopk/224287900983
희천希天(요한 보스코) 거사님의 성찰글들:
간화선看話禪 입문기/ 희천希天 입문자
http://www.seondohoe.org/104328 (2017.04.21.)
‘간화선 입문기’를 읽고/ 적천滴穿 거사
http://www.seondohoe.org/104561 (2017.05.05.)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10년이나 먼저 온 제자/ 희천希天 회원
http://www.seondohoe.org/104741 (2017.05.15.)
고마운 이웃: “덕분입니다”
http://www.seondohoe.org/113106 (2018.12.27.)
입문과정을 마치며: 덜어내기 연습(練習)/ 희천希天(요한 보스코) 거사
http://www.seondohoe.org/113154 (2018.12.31.)
이제 입문과정을 마무리하면서 발견하는 것은, 일상생활 속 상속의 시간을 통해 향상일로(向上一路)의 길을 걸어가 통보불이(洞布不二)의 삶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이 과정을 통해 성경과도 새롭게 대화하고 내 신앙의 뿌리도 다시 다듬어 보고자 한다.
오랜 기간 동안 내 눈을 덮고 있던 그 깊은 슬픔의 비늘이 조금씩 벗겨져 나가니 새로운 하늘이 보일 것도 같다.
- 본문에서 발췌
그리스도교 신앙의 여정에서 만난 선수행/ 희천希天 거사
http://www.seondohoe.org/143868 (2022.09.27.)
선도회 블로그에 접속하시면 더 많은 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seondohoe&logNo=224282544035&navType=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