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종달 이희익 선사 입적入寂 30주기에 맞추어
계간 <禪>지에서 선도회를 탐방했습니다.
필자는 불교전문출판사 민족사의 사기순 주간이시고요.
마침 사기순 주간과 법경 노사께서는 오래전에 만난 인연이 있다고 합니다.
사기순 주간이 불광출판사에 근무할 때 법경 노사님의 서강대 연구실을 방문했었고,
그렇듯 희유한 인연이 올해 같은 뜻깊은 해에 꽃피게 되었으니,
계간 <선>지에 게재된 열매도 잘 영글게 되길 바랍니다.
<禪> 불기2564년(2020년) 봄호 (통권25호)
재가선 수행처를 찾아:
날마다 온몸으로 성찰하며
주인공으로 사는 법을 체득하라
- 선도회(禪道會) -
글: 사기순 (도서출판 민족사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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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수행은 그 누구의 전유물도 아니다.
출가자들만의 것도, 불자들만의 것도 아닌 모두에게 열려 있다.
수행을 통해 세상사람 모두 갈등과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기를 염원한 선각자들이 있어서 가능한 일일 터,
종교를 떠나 참선 수행의 길을 모두에게 열어놓은 분을 생각하니
선도회(禪道會) 2대 지도법사인 서강대 물리학과 박영재 교수(법경法境 노사)가 떠올랐다.
빨리 뵙고 싶은 마음에 독립문모임이 열리고 있는 종로구 사직로 1길 41 빌라 3층으로 찾아뵈었다.
(중략)
입실 점검의 전통이 되살아나야...
좌선 중에 한 분 한 분 차례대로 입실방에 들어갔다가 나온다.
그날 오신 분들 모두 입실 점검(스승이 일대일로 제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수행을 지도해 주는 것)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평소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입실 점검의 전통이 되살아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그 점이 가장 궁금했다.
“하루 종일 다리를 틀고 앉는다 하더라도 스승께 입실 점검을 받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되기 쉽습니다.
입실 점검의 중요성은 대혜서장[대혜종고 선사에게 법을 묻는 42인에게 정법(正法)의 안목을
열어 주기 위해서 보낸 62통의 편지를 엮은 책]에서도 잘 알 수 있지요.
서신 교류를 통해 간화선 수행 체계를 확립했다는 점을 보더라도 입실 점검을 제대로 해 줄 수 있는
스승을 만날 수 있다면 간화선 수행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박 교수는 오늘날 간화선이 쇠퇴일로를 걷고 있는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입실 점검의 전통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이를 매우 안타까워하면서
선도회 초대법사이신 종달 이희익 선사의 일화를 들려준다.
“저희 스승이신 종달 이희익 선사께서는 입실을 위한 방이 없으면 헛간에 가마니를 깔기도 하고,
심지어 시민선방의 경우 화장실 변기에 걸터앉아서 입실점검을 해 준 적도 있으셨어요.
입적하시기 직전에 누워서까지 입실 점검을 해 주실 정도로 중요하게 여기셨습니다.”
(중략)
종달 선사의 직계제자로 생존하는 법사가 5명인데, 법등(法燈) 법사는 성북거점모임을,
혜정(慧頂) 법사는 광주거점모임 등을 이끌고 있다.
특히 광주모임 회원 중 7명이 법사가 되어 그 지역에서 회원들을 입실 점검해 주고 있다고 한다.
선도회 회원들의 수행 열기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009년 8월 14일 사단법인 ‘선도성찰나눔실천회’를 발족, 전국적·초종교적인 단체로 거듭나고 있다.
외국에서 인터넷으로 입실 점검을 받는 회원도 있다.
지금은 더딘 것 같지만 현재 200여 명 회원이 꾸준히 수행하고 있으며,
100여 명 이상의 법사가 탄생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좌일주칠(坐一走七), 날마다 잠깐 앉은 힘으로...
“잠자는 시간을 빼면 하루에 16시간 정도 깨어 있는 시간입니다.
좌일주칠은 최소한 아침에 1시간, 저녁에 1시간은 수행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100퍼센트 뛰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다시 말해 직장인이 근무시간에는 근무에 올인해야 합니다.
만일 근무시간을 때우듯 하면 그저 월급쟁이로 전락하는 겁니다.
본업에 온몸을 던져 몰입하면 보람도 느끼고 회사도 발전할 수 있지요.
재가자들 중에 수행시간이 없다고 하는 분들이 많은데, 아침저녁으로 잠깐이라도 앉고
본업에 100퍼센트 철저히 하면 일상 자체가 수행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 선도회에서는 좌일주칠, 생수불이(生修不二)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법경 박영재 교수의 에너지의 원천은 수행에 있었다.
스스로 체득하고 체험한 일이기에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어려서 나약한 마마보이로 자랐습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삶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었지요.
이 책 저 책 읽으면서 고민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책방에서 법정 스님께서 번역한 <숫타니파타>를 보았습니다.
전혀 헤아릴 수 없는 책 제목에 읽게 되었고, 인간 석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불교 코너를 섭렵했지요.
현대인들을 위해 일본 소장학자들이 쉽게 쓴 불교서적을 다 찾아서 읽다시피 했습니다.
독화살의 비유를 보는데 ‘아!’ 하는 전율이 일었습니다.”
대학생 박영재는 독화살을 뽑는 게 급선무라는 것을 절감하고 쓸데없는 고민을 정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해 여름방학 끝날 무렵 불교 동아리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불교 경전을 읽고 토론하였다.
‘너는 선공부를 하는 게 좋겠다’는 선배의 말을 듣고 종달 선사가 지도하는 선도회 법회와 인연이 되었다.
선도회는 그 당시 대학생이 참선 수행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루트였다.
일과 수행, 통찰과 나눔이 둘이 아니다
“참선 수행을 통해 일과 수행이 둘이 아님을 알게 되고, 하루하루 순간순간이 새롭고
나 자신, 세상 모든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비록 머리로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온몸으로 체득해야 그렇게 살아갈 수 있지요.
그래서 평소 수행을 통한 통찰과 나눔 실천이 둘이 아닌 ‘통보불이(洞布不二)’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1975년 입문, 참선 수행을 시작한 지 45년, 1987년 종달 선사로부터 인가를 받고
즉, 선사께서 설정한 간화선 입실점검 과정을 모두 마치고,
1990년 선사 입적 후 지금까지 선도회 2대 지도법사직을 수행해 온 지 30년...
법경 박영재 교수는 수행의 습관화를 강조했다.
날마다 하루 두 시간씩 꾸준히 하면 일과 수행, 통찰과 나눔이 둘이 아닌
값진 삶을 온몸으로 체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세상이 평화로워질 것 같다.
아, 재가 수행중심인 선도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가자가 아닌 인물이 두 분 있다.
바로 천달(天達) 법사(서명원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교수, 신부)와
통방(通方) 법사(양평 정곡사 주지 정곡正谷 스님).
먼저 천주교 신부로서는 최초로 선도회 점검과정을 마친 천달 법사는
신촌모임과 여주모임 및 해외 참선 모임을 이끌고 있다.
프랑스 뒤종에서 선도회 제1호 국제선원을 열었고, 종교를 초월한 글로벌한 모임이 되고 있다.
한편 통방 법사는 문경 봉암사에서 1차, 2차 용맹정진 결사 후
서암(西庵) 선사로부터 ‘망명(亡名)’ 당호(堂號)를 수지했으며
선도회 역사상 최단기간에 선도회 점검과정을 모두 마쳤다.
또한 그 직후 공주 오등선원의 대원(大元) 선사 문하에서 1년간 심화 안거 수행을 마쳤다.
(하략)
선도회(선도성찰나눔실천회) 홈페이지에 가시면
탐방기 전문과 법경 노사님의 코멘트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