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멀리 부산에서 당신을 생각하며 펜을 듭니다. 컨퍼런스 참석차 한 주일을 당신과 떨어져 있는 동안 잠잠히 지난날들을 되돌아보게 되니, 이것도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81년 3월 기독교 써클에 가입하기 위해 문을 두드렸을 때 처음 문을 열어준 당신. 그날 나는 당신의 문을 두드린 것이었고 당신은 친절히 내게 소중한 그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당신과 나의 영혼은 우리가 하나님이 정하여 준 사람이란 것을 일찍 알았지만, 우리의 머리가 그것을 확신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나는 용감하게도 대학교 3학년 때 결혼을 결심했고 당신은 아무것도 없는 나에게 선뜻 시집을 왔습니다.
우리는 순수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순수의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우리의 신혼생활은 궁핍하기 그지없었고 그 생활은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첫아이를 가진 당신이 바나나를 먹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남대문 시장에서 한 꾸러미가 아닌 단 한 개의 바나나를 사다주었습니다. 그 한 개의 바나나를 적다하지 않고 맛있게 먹어주던 당신이 너무도 사랑스러웠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나와 당신은 성격과 생활습관이 정반대였습니다. 결혼은 생활이라 모든 것에서 부대끼며 사는 것으로 연애와는 달랐습니다. 당신은 나처럼, 나는 당신처럼 변화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최선을 포기하고 차선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가치를 평화로 삼았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가정을 지혜롭게 세워온 것 같습니다.
최근 나는 당신이 나에게 많은 것을 양보해 왔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둘째를 낳고 내가 젊은 사역자로서 꿈에 가득 차 있을 때 나는 갑작스런 투병생활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나는 절망에 빠져있었고 당신도 삶이 고달프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몸에 좋다는 나물을 뜯어 녹즙을 갈고, 주사바늘 꽂는 법을 익혀 내 팔에 주사도 놓고, 생계도 책임져야 했습니다. 나는 병 앞에서 의연하지 못했고 정신적으로도 당신을 힘들게 했습니다. 병색이 짙어 몸져 누워있는 나를 보는 당신 마음이 그 때 어떠했을지... 그 때를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나는 얼마를 하다가 중단하더라도 남은 삶을 하나님을 위해 살겠노라는 결심으로 성치 않는 몸으로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무모한 일을 시작한 거지요. 그러나 하나님은 은혜를 주셨고 내가 목회를 계속할 수 있도록 지켜주셔서 생각 이상으로 건강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아침마다 하나님이 주신 또 하루를 감격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삶의 소중한 가치와 흘려버리기 쉬운 작은 일상들에 얼마나 귀한 축복들이 많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요즘 내가 전화할 때 영상으로 비치는 당신얼굴을 보며 그때마다 반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교회에서 기도하면서 돌아오는 길에도 일하고 있을 당신을 생각합니다. 나는 날마다 당신에게 달려가고 싶습니다.
어릴 때부터 좋은 친구 각기를 무척 원했었는데, 하나님은 내게 최고의 친구로 당신을 주셨습니다. 당신은 더할나위 없이 멋지고 좋은 나의 친구입니다. 우리가 무엇보다 좋은 점은 영혼이 닮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성격은 다르지만 속사람은 참 같습니다. 요즘 유난히 나는 우리가 참 멋진 커플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며칠 전 누워있는 당신을 보니 염색이 벗겨진 곳에 흰머리가 너무 많았습니다. 언제 그렇게 세월이 흘러갔는지, 순간 세월이 야속했습니다. 순수한 젊은 청년이었던 우리가 어느덧 중년이 되었습니다. 나는 당신의 흰머리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나와 함께 걸어온 길의 흔적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나를, 우리 아이를 위해 자신을 소진하며 살았습니다. 당신은 지금도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당신은 나의 인생대박입니다!"
박선교 / 서울 장안동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