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오래된 직장 동료 모임이 있어 부부 동반으로 참석했다.
일흔이 넘은 나이임에도 그렇게 모인 자리에서는 44년 전이나 마찬가지로 마시고 떠들고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정치 이야기가 아니 나올 수는 없지만, 다행히 누군가 말을 꺼냈어도 더는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다.
모임이 끝나고 헤어지려 하다가 아내를 동반하지 않은 친구와 자리를 함께 했다.
나의 결혼(직장내 연애)에 지대한 공로(?)를 했고, 그 긴 세월 좋은 감정만으로 지내온 친구다.
아내가 ‘○○ 엄마’의 안부를 묻자 병원에 입원해 있단다.
놀랐다. 이미 수년 전 암 수술을 했고, 최근에 아내와 나눈 대화 중에도 아직 병원에 다닌다는 말을 들었으니 그럴 수밖에.
친구의 부모님은 실향민이시라 일가친척 하나 없고 형제도 누이동생 하나뿐이다.
그 대신 동창들과의 관계가 돈독한 친구 부자이다.
그런데 그 친구들도 하나둘 떠났다는 소식을 전한다.
헤어져 집에 돌아간 친구가 전화했다.
“그래도 너희 부부랑 만나 이야기하니 마음이 좀 풀린다”
그래, 내가 참 무심했다. 언제나 ‘먼저’가 아닌 ‘수동’이다.
주는 것도, 받는 것도 그렇다.
마침 세무서 인근의 풍경을 담은 사진이 있기에 그림에 담아 보냈다.
친구의 고향이기도 한 그곳은 이미 桑田碧海의 모습이지만, 아직 흔적은 남아 있었다.
13*18 스케치북 피그먼트 라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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