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 방귀(쭈선생)

작성자아네모네|작성시간10.09.22|조회수496 목록 댓글 1

 

   방 귀

 

 

   방귀(!)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괜히 웃음이 나온다. 특별히 웃기는 말도 아닌데(차라리 어떤 역겨운 냄새가 연상됨에도), 우리에게 주는 그 어떤 '웃음의 미학'이 그 말속에 짙게 배어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경제학적 용어로 각색해서 말하자면, 상대방에게 직접 어떤 연관효과를 주는 것도 아니고 또 제 3자에게 어떤 외부효과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어린아이에서부터 노인네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똑같은 방귀라는 말과 다양한 방귀 소리를 연상할 때마다 '재미로움'의 시너지 효과를 느끼곤 한다.

이런 점을 전제로 필자는 이 품위 있고 분위기 있는 교지 지면에다가 감히 내가 알고 있는 '방귀같은' 방귀이야기 중에서 몇 가지를 뜬금 없이 한바탕 깔아 보고자 한다.

   너그럽게 이해하고 심심풀이로 읽어 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을 읽다가 실제로 방귀가 나온 사람이 있다면 곧 연락 주시라, 방귀 선물을 한아름씩 줄 테니까.


   자, 진짜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에 우선 간단히 입맛 다시기로 방귀를 여러 자로 표현한 유우머를 한 번 보도록 하자.

   1자로는 뽕,

   2자는 방구(까스),

   3자로는 똥트림,

   4자는 똥딸국질(가죽피리),

   5자는 히프 멜로디,

   6자는 계곡의 멜로디,

   7자는 팬티 속의 요들송,

   8자는 쌍바윗골의 메아리,

   9자는 내적 갈등의 외적 표현,

 10자로는 보리밥의 이유 없는 반항,

 11자는 슬픈 멜로디가 나를 울려요,

 22자는 대창자 작곡 소창자 작사 항문은 왜그리 슬피 우는가요,

 그리고 31자로는 '뽕' 이소리도 아닙니다. '뿡' 저 소리도 아닙니다. 속방구는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등등


   첫째이야기 - 하필이면?

   언젠가 여러 선생님들과 전남 영암에 있는 일출봉에 갔을 때다. 때는 겨울, 그러나 바위로 덮인 산에 오르는 열기는 여름보다도 뜨거웠다.

   늘 경험하는 것이지만 산을 오르는데는 젊음, 늙음의 구분이 없다. 어쨌든 산을 많이 타 본 사람은 그 요령과 그 성취동기로 힘 안들이고 산을 오른다. 산을 가까이 못 해 본 사람은 아무리 체력이 좋고 젊어도 한참 허우적거린다. 인생도 그러리라. 요령(어느 면에선 지혜)과 성취 동기…….

   그런데 더 못 봐주는 것은 등산도 안 해 본데다가 솔직히 비만인 분들이다. 이 분들의 발은 앞으로 가자 하지만 몸은 계속 뒤에서 버틴다. 땀은 뻘뻘이고 마음은 급하다. 앞선 이들이 저만치에서 쉬고 있기에 어기적 가까이 가서 철퍼덕 쉴라치면 어쭈구리 그들은 자, 또 감세!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정말 인정머리라곤 눈꼽만큼도 없다. 에이그∼ 그저, 분통만 터질 일이렷다.

송선생님이란 분이 있었다. 우스갯소리도 잘하고 몸도 꽤나 건장하고 푸짐했다. 이 분이 남자 일행 아니 전체 일행의 맨 끝에서 '철모가 뒤로 넘어가네'모습으로 쉬엄반 띄엄반 어느 처녀 여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었다.

   한참 후, 발을 한참 올려야 하는 높은 턱에 닿았다. 이 뚱보 선생님은 이∼것∼쯤이야, 아이구 나죽네, 생각의 쌍곡선을 그리며 오른발을 높게 꺾어 디디며 으샤∼ 힘을 주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너무 힘을 주다 보니까 월,월∼ 월매나 참았던 그 많은 가스가 동시에 빠져나오는 것이었으니.

옆으로 일그러진 궁둥이 사이에서 나오는 방귀소리는 좀체 듣기 어려운 묘한 소리였다. 으악∼ 이게 웬 난린고, 얼른 왼발을 차 올리려 했으나 그 발은 제자리에서 두어 번 톡톡거릴 뿐이었다.

그런데 요상한 그 소리보다도 더 요상하게 일그러진 비명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뒤따라오던 처녀선생님의 일그러지는 입에서 터져나온 소리였다. 에그머니나! 하필이면 그 여선생님의 코가 그 방귀 진원지에서 타이밍 맞게 5센티 정도만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으하하하!! 여러 웃음소리가 일그러진 바위산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왔다. 그 참에 우리는 그렇게 땀을 식혔다.


   둘째 이야기 - 아뿔사!

   수업시간에 참으로 난감한 경우가 많이 있다. 예를 들어, 학습 진도가 다른 반보다 많이 나간 것도 모르고 교재 준비를 안 해왔을 때 어찌할꼬? 옳거니! 트집을 잡아 한 시간을 잔소리같은 도움말로 때운 경우도 솔직히 두어 번 있다(오해마시라 먼 과거에).   또 쟈크를 미처 올리지 못하고 헐레벌떡 교실에 들어갔을 때-그것도 여학생 반에-이상한 눈빛들이 생기는 것을 보며 느끼는 그 당혹감이란… 나 원∼ 참!

   자 이제 말꼬릴 돌려서, 우리 학교 어느 여선생님이 실제 겪은 일이란다(이름도 성도 밝히진 않겠다. 양해하시길.)

   어느 날 수업시간에 갑자기 가스 느낌이 온 것이다. 물론 One or Two(완은 작은 것, 투는 큰 것)일 경우에는 애들아 책 읽고 있어 한마디를 남기고 WC에 슬쩍 갔다올 수도 있겠지만, 슬그머니 나올 것 같은 가스일 경우에는 나갈 수도 없고 아니 나갈 수도 없고, 참으로 가스가 원망스러울 뿐이다(나가자니 별 것 아닐 것 같고 아니 나가자니 별 것일 것 같아서.)

솔직히 필자는 그런 경우에 살짝 복도로 나가서 스리슬쩍 처리하고 온 경우도 있다(꼭 두어번). 그런데 말이다. 그 때에, 아뿔사!

   이 여선생님의 머리 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수업을 계속 진행하면서 아주 "짜연스럽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발한 발상이 냉큼 튀어나왔던 것이다. 그 여선생님은 서서히 수업하는 목소리의 톤과 양을 높여갔다. 학생들도 바짝 긴장을 했다. 반짝반짝 눈알 굴리는 소리만 책걸상에 쫘악 깔리기 시작했다. 숨소리조차 이미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선생님은 '쌍바위'를 꾸물꾸물거리며 때를 기다렸다. 옳거니 바로 이 때렷다. 선생님은 오른손을 높이 들었다(나 금의환향합니다 모양으로). 쓰리∼투∼완∼제로, 오 예!∼ 선생님은 오른손으로 냅다 책상을 쳤다. "알겠니 내 말?" 큰 소리로 외치면서. 그런데 거시기 소리가 난 느낌이 없는 것이었다. 분명 가스는 빠져 나갔는데,  빠져나갔는데 말이다. 아이들은 '웬 열강?' 하며 고개를 일제히 들었다. 그 때, 어디서 돌아왔는가. 태풍의 눈처럼 교실 속의 고요를 타고 교탁 아래에서의 '뽀오옹'하는 소리가.

   그 여선생님의 얼굴은 당황의 늪속으로 빠져들었고 학생들의 얼굴에는 황당함의 물결이 넘실대었다. 아뿔사! 잔머리(?) 굴리려다가 이 모양이 되고 말았다. 선생님의 예쁘게 빨간 얼굴이 더 빠알갛게 변하고 있었다.


   세 번째 이야기 - 단방구 랩소디

   여러 분은 살아가면서 어떤 일기를 쓰는가 궁금하다. 참으로 일기쓰기란 고역이다. 요즘 필자 또한 초등학교 2학년 짜리 딸애의 일기 봐주랴 여간 끙끙이 아니다.

   그런데 남에게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랄지 어떤 해프닝 같은 것을 기록해 놓으면 이 다음 아주 귀한 이야기 재료가 된다. 필자는 가끔 학생들에게 '실수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를 과제로 낸다. 읽는 재미도 쏠쏠하고 어떤 교재로 이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의 이야기도 그런 과제 중의 하나이다.

   필자가 가끔 출강하는 교원대의 어느 여학생이(지금은 초등선생님이 되었지만) 낸 레포트로서,너무 재미있기에 모아 두었는데 여기에다 잠시 몽뚱그려 소개하고자 한다. 대학에서 몇 년간 4학년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게 된 연유는 이 다음에 써보기로 한다.

   옛날 어느 산골에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한 나무꾼이 살았어. 하루는 나무꾼이 나무를 하러 산에 갔어. 나무를 한참 하다가 좀 쉬고 있는데 그때 머리 위로 꿀벌이 날아가는 것이었어. 나무꾼은 열심히 따라가서 아주 맛있다는 돌꿀을 잔뜩 먹었지 뭐야. 정말 실컷 먹어댔어. 배가 불러 죽을 지경까지 됐지.

   아이구 나 죽네, 집에 와서 누워 있는데 하두 뱃속이 답답해서 '붕-'하고 방귀를 꾸었어. 그런데 그 방구가 자기가 느끼기에도 너무 단거야. 그래서 손뼉을 쳤지. 떼돈 좀 벌자 방귀를 팔기로 말야. 여기저기 다니며 외쳤지. '단방구 사려!'

   그 고을 원님이 심심해서 담뱃대를 재고 있는데 어디선가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어. "단방구 사려."그래서 나무꾼을 불렀지. "어이 네 방귀가 달더냐?", "예 원님.", "그래 어디 한번 꾸어봐라.", 부∼우∼웅!, "야 이거 끝내 주는구먼 그래!", 원님은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아주 알뜰히 방귀 냄새를 맡았지. 그런 다음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이게 해서 방귀를 한방씩 먹였지. 이렇게 해서 나무꾼은 돈을 아주 많이많이 벌었어. 하!하!하∼!

   그런데 이웃에 사는 농부가 보니까 찢어지게 가난하던 놈이 하루 아침에 아주 잘 살게 되었거든. 이게 웬일이람. 생각할수록 배가 보통 아파오는 게 아니었어. 씩씩거리며 다그치며 이유를 물어보는데 나무꾼이 놀려주려고 엉뚱하게 말을 한 거야. "이 보게 콩을 볶아 한 되 정도 먹고 찬물을 한 동이 먹게. 그럼 방구가 아주 고소하게 나올 걸세. 그걸 원님에게 팔게나 그려."

   농부는 득달같이 집에 가서 시키는 대로 했지. 드디어 배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어. 잔뜩 뒤가 나오려는 것을 꾹 참으며 원님에게로 한걸음에 달려갔지. 궁둥이를 비비적거리며, "원님, 원님 급합니다요. 어서 어서 방구사시라니까요." 농부는 그야말로 급했어.

   원님은 전 번 방구가 아주 맛이 있었기에 히히 웃음을 흘리며 그 방귀를 사기로 했지. 그래서 전 번처럼 아들 손자며느리를 다 불러놓고 모두가 코들을 벌름거리며 궁둥이로 얼굴을 가까이 했지 뭐야. 농부는 배를 두어 번 주물럭 거린 다음 냅다 힘을 주었어. 물론 오리지날 방구를 위해 바지는 약간 어떻게 좀 내린 다음에 말야. 어떻게 됐을까? 뻔할 뻔자지 뭐.

  그만 묽디묽은 설사똥이 원님네의 얼굴을 덮쳐버렸고, 그들은 진짜 날벼락 같은 날벼락 때문에 뒤로 벌렁 벌렁 나자빠졌지. 농부는 말야. 집으로 줄행랑을 쳤지. 걸음아 날 살려라. 하하하!∼


   네 번째 이야기 - 에이, 입가심 이야기 하나

 

   시부모와 함께 있자니 며느리가 얼마나 불편할까! 끙끙 긴장반 눈치반으로 앉아 있는데 갑자기 실낱 같은 방귀가 뽀옹거리며 삐져나오는 것이었다. 며느리는 왈, '애가 속이 나쁜가…….' 괜히 옆에서 놀고 있는 아이를 슬쩍 꼬집으며 눈을 흘겼다.

   잠시 후, 주책없이 정말 실낱같은 방귀가 또 나오는 것이었다. '뽀오옹∼!' 에그머니나!

그러자 며느리가 또 아이에게 눈을 돌리려는데 그러기가 무섭게 아이가 이렇게 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엄마, 엄마는 내가 배 아프면 방구를 꿔? 응?"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속담에 꼭 맞는 해학이 아닐 수 없다.


   이 원고를 끝낼 즈음, 방귀의 느낌 때문에 쓰면서도 스스로 머슥해하고 있는 필자에게 천고마비 아니 천군만마 같은 기사가 신문에 났다. 오 예∼

   '건강한 방귀 한 방이 천 가지 약보다 낫다는 옛말이 있다'로 시작되고 있는 건강기사(제목-'방귀는 원래 무색무취')였다(한겨레신문 1997.3).

   에헴∼! 여러분의 건강한 방귀를 기원하며 오늘은 여기서 둔필을 놓는다.

 

 

   - 윗 글은 필자가 모 고교 재직 시 학교 교지에 실은 원고입니다.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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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박경희 | 작성시간 10.09.27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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