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항공전력 운용능력을 갖춘 해상플랫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항공모함은 모든 현대 해군의 ‘허락되지 않은 꿈’이라고 불릴 정도로 도입과 운용에 여러 제약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해군의 항공모함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다. 왜 그럴까? 이번 훈련을 계기로 항공모함 도입 필요성을 검토해 봤다.
미래 해군 발전의 상징, 독도함
우리 해군이 보유한 독도함은 일견 항공모함과 같은 외형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천후 상륙작전의 중심이 되는 상륙돌격함(LPH)이다. 이러한 독도함의 특성은 독도함이 운용하는 지휘·통신체계 및 다양한 장비를 통해서도 확인 할 수 있다. 실제로 독도함의 가장 큰 미덕은 상륙병력 및 장비의 수송과 솔개로 불리는 해군의 고속상륙정(LSF-II) 운용 능력이다. 독도함은 함미에 고속상륙정 운용을 위한 웰 도크(Well Dock)를 갖추고 있으며 이 공간을 활용해 각종 기갑 및 중장비를 해안으로 상륙시킬 수 있다. 물론 독도함의 기동헬기 운용능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독도함이 기동헬기 운용능력을 확보함으로서 해군과 해병대는 전천후 공지기동 상륙작전능력을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독도함은 우리해군이 항공모함을 확보하기 위한 과도기적 단계가 아니라 상륙작전을 위해 특화된 강력한 군함이라는 것이다.

▲독도함의 가장 큰 장점은 고속상륙정 운용을 위해 함미에 설치한 웰 도크다.
현대 해군의 꿈, 항공모함
일반적으로 항공모함은 이지스 전투함, 원자력 잠수함과 함께 현대 해군의 꿈이자 궁극의 목표라고 불린다. 그러나 제대로 된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운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항공모함 단순히 운용하는 것이 아닌 강력한 해상전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방공능력을 갖춘 전투함대와 제트전투기로 중무장한 해군항공단의 존재가 선행되어야 한다. 첫 번째 선행과제인 항모기동함대의 건조는 충분한 예산과 시간, 그리고 절대적인 의지만 있으면 현실적으로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 해군의 경우 이미 이 조건을 충족하고 있으며 독도함을 통해 미래 항공모함 운용에 필요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항공모함 도입의 두 번째 조건으로 가면 상황은 완전히 뒤바뀐다.
미국과 같이 해군과 공군의 항공 전력이 서로 다른 작전영역과 성격으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을 경우 제트전투기로 중무장한 강력한 해군항공단의 등장은 필연적으로 공군과의 마찰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해군이 공군보다 우위에 있거나 미 해군과 같이 해군이 독자적인 항공 전력을 운용하지 않는 이상 공군 전력에 버금가는 해군 항공 전력의 확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꼭 해군이 제트전투기를 보유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관점을 조금만 전환한다면 공군의 반대는 적극적인 찬성 및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군과 공군의 고유한 작전영역과 특성은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상호 협력 및 발전이 가능한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각 군의 전력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합동군 체계다. 특히 합동군 체계는 곧 우리 군에도 도입될 예정이다.

▲중형 기동헬기 7대 혹은 전차 6대, 상륙돌격장갑차 7대, 트럭 10대, 야포 3문의 탑재가 가능한 독도함 내부
합동군 체계, 그리고 항공모함
물론 합동군 체계가 지금 당장 구체화되는 것은 아니며 합동군 체계에 대한 이해 및 공감대 형성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연구 및 홍보가 병행되고 있다. 해군의 항공모함 도입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항공모함을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라 급변하는 미래 안보환경에 대비해 가장 효과적인 항공모함 획득 방법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합동군 체계 내에서 해상 플랫폼인 항공모함은 해군이 건조, 운용하고 항공모함의 핵심 전력을 이룰 전투기는 공군이 파견 혹은 부대전개 형태로 전력화 하는 것도 좋은 제안이 될 수 있다. 현재 미래 항공모함 확보를 위한 해군의 준비는 착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해군은 본격적인 항공모함 건조에 앞서 항공모함과 돌격상륙함의 특성을 동시에 갖춘 차기 다목적 상륙함의 건조를 2014~16년부터 시작한다는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의 독도함이 상륙작전에 특화됐다면 향후 건조될 차기 상륙함은 전천후 함재기 운용능력은 물론 최대 3만 톤급의 대형 함정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항공모함은 움직이는 공군기지로서의 특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항공모함을 강력한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강력한 전력을 갖춘 항공모한 전단을 통해 군사력을 투사하기도 한다. 물론 항공모함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 숙련된 인적자원, 완벽한 전술교리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항공모함이 항구에 머무르는 동안 함재기를 계속 운용할 수 있는 지상기지 및 각종 지원시설 역시 미리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일예로 현재 해군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차기 상륙함의 경우에도 획득 비용은 1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고정익 함재기까지 해군에서 전력화한다면 관련 비용은 해군의 예산 범위를 초월하게 된다. 하지만 합동군 체계 내에서 해군이 플랫폼 확보에만 전념할 수 있다면 문제는 의외로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

▲막강한 미국 군사력의 원천은 바로 항공모암 전력이다.
실제 독자적인 항공전력을 운용하고 있는 영국 해군의 경우 한정적인 해리어 전투기 전력과 막대한 운영 예산으로 인해 해군항공전력 유지 및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특히 해군 및 공군의 해리어 부대를 통폐합하고 통합군 조직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에서 기존의 해군 조종사 다수가 이에 반발해 전역한 사례도 있다. 우리 해군 역시 항공모함 도입 이후 독자적인 해군항공 전력을 구성할 경우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차세대 전투기의 최대 보유 숫자는 40대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40대의 차세대 전투기를 해군이 독자적으로 운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반면 이탈리아 해군의 경우 우리 해군의 독도함보다도 더 작은 1만 4천 톤급 경항공모함 ‘주세페 가리발디’에서 AV-8B 해리어 전투기 16대를 운용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조종사 선발과 훈련은 모두 미 해군과 해병대에 의해 이루어지며 항공기 역시 기본적인 정비 및 점검 외에는 모두 이탈리아 공군과 제작사에 위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 해군 및 해병대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임무수행능력 배양은 물론 항공기 운용 관련 기술을 전수받고 있다. 업무 분산을 통해 운용효율의 극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워낙 전력 자체가 미미하다보니 이타리아 해군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해군도 영국과 이탈리아의 사례를 좋은 본보기로 삼아 항공모함 운용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궁극적으로 항공전력 자체를 공군과 함께 합동군 형태로 운영할 경우 의외로 손쉽게 항공모함 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도함에서 출격을 준비하고 있는 해군 UH-60P 기동헬기
항공모함 도입은 시대적 요구
해군의 항공모함 도입은 이제 시대적 요구를 뛰어넘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군의 항공모함 도입에 대한 범국민적인 공감대 역시 형성돼 있다. 이제 가장 큰 관건은 그 시기가 언제가 되느냐는 것이다. 만약 통합군 체제가 조기 정착되고 해군과 공군의 전략적 결합이 성사된다면 항공모함 전력화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내일의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항공모함 도입에 앞서 보다 다양한 논의와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항공모함 도입은 해군만의 문제가 아니며 공군 나아가 우리 국군의 미래 발전과 연관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항공모함을 도입할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