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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오브 스페이드: 53번째의 살인

작성자화랑|작성시간26.01.03|조회수65 목록 댓글 4

#숫자#색깔#계절을 모두 함의하고 있는 음악
#소설
#메탈
#락

에이스 오브 스페이드: 53번째의 살인

1. 서막: 턴테이블 위의 도박사

https://youtu.be/3mbvWn1EY6g?list=RD3mbvWn1EY6g

Motörhead – Ace Of Spades (Official Video)#Motörhead #aceofspades #heavymetalOrder, Ace Of Spades 40th anniversary deluxe editions : https://motorhead.lnk.to/AOS40ID Official video for ‘Ace Of Spades...www.youtube.com


지하 바 ‘레미(Lemmy)’의 공기는 위스키 향과 눅눅한 담배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낡은 주크박스에서는 모터헤드(Motorhead)의 ‘Ace of Spades’가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베이스 기타의 거친 리프는 마치 심장 박동을 재촉하는 카운트다운 같았다.
형사 강혁은 바 테이블에 놓인 카드 한 장을 내려다보았다.
검은색 스페이드 에이스.
죽음을 상징하는 그 불길한 문양 위로 붉은 조명이 번졌다.

“이 곡은 단순한 헤비메탈이 아니야.”

강혁의 맞은편에 앉은 노신사, 은퇴한 수학자이자 도박사였던 ‘조커’가 입을 열었다.
그는 잔에 남은 버번을 한 모금 마시고는 카드를 가리켰다.

“이건 1년이라는 시간의 지도지.
카드 한 덱 52장은 1년의 52주를, 숫자의 총합 364에 나 같은 조커 하나를 더하면 365일이 되네.
빨간색은 낮, 검은색은 밤.
그리고 네 개의 문양은 사계절을 의미하지.
범인은 지금 이 ‘시간의 지도’ 위에서 살인을 연주하고 있는 걸세.”

강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최근 석 달간 발생한 세 건의 살인 사건.
현장에는 어김없이 카드 한 장이 남겨져 있었다.
봄의 시작에 클로버 2, 여름의 절정에 하트 7, 그리고 가을의 입구에서 다이아몬드 J. 이제 남은 것은 겨울, 그리고 스페이드였다.

2. 봄의 클로버: 싹트는 원한

 

첫 번째 사건은 3월의 어느 비 오는 날이었다.
희생자는 유명 사채업자였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목이 졸린 채 발견되었고, 그의 입안에는 ‘클로버 2’ 카드가 구겨져 들어가 있었다.
클로버는 봄을 상징한다.
대지의 생명력과 성장을 뜻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뿌리 깊은 원한의 시작이기도 하다. 숫자 2는 관계의 최소 단위.
강혁은 이 사건이 단순한 금전 원한이 아닌, 아주 오래전부터 싹터온 두 사람 사이의 비극임을 직감했다.
하지만 단서는 없었다.
범인은 마치 유령처럼 52주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 자신을 숨겼다.

3. 여름의 하트: 타오르는 광기

 

두 번째 사건은 7월, 기록적인 폭염이 쏟아지던 날이었다.
화려한 파티가 열리던 강남의 펜트하우스 수영장에서 한 여배우가 익사체로 발견되었다.
그녀의 가슴 위에는 ‘하트 7’이 놓여 있었다.
하트는 여름, 그리고 감정의 분출을 의미한다.
붉은색 카드는 태양처럼 뜨거웠던 그녀의 명성과, 그 이면에 숨겨진 피비린내 나는 치정 관계를 암시했다.
숫자 7은 일주일, 즉 완벽한 순환을 뜻한다.
범인은 그녀의 화려한 일주일이 끝나는 일요일 밤을 처형의 시간으로 골랐다.
강혁은 이때부터 모터헤드의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You win some, lose some, it's all the same to me.”

가사처럼 범인은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도박사처럼 대담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4. 가을의 다이아몬드: 결실의 파괴

 

세 번째 사건은 10월, 낙엽이 뒹구는 대학 교정에서 발생했다.
저명한 경제학 교수가 자신의 서재에서 날카로운 종이에 목이 베여 사망했다.
그 종이는 다름 아닌 수천 장의 지폐를 이어 붙인 것이었고, 그의 이마에는 ‘다이아몬드 J’가 붙어 있었다.
다이아몬드는 가을, 수확과 재물을 상징한다.
J(Jack)는 기사, 혹은 하인을 뜻한다.
평생 부를 축적하며 타인을 부리던 교수는 자신이 쌓아 올린 가을의 결실에 의해 파멸했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겨울의 스페이드. 그리고 1년의 마지막을 장식할 ‘에이스(Ace)’였다.

5. 겨울의 스페이드: 죽음의 에이스

 

“오늘 밤이군.”

강혁은 시계를 보았다.
12월 31일 밤 11시.
밖에는 진눈깨비가 흩날리고 있었다.
스페이드는 겨울을 뜻하며, 그 모양은 낙엽이 진 나무 혹은 무덤을 파는 삽을 닮았다.
검은색은 영원한 밤, 즉 죽음이다.

“범인은 왜 이 곡에 집착하는 걸까요?”

강혁이 묻자 조커가 대답했다.

“레미 킬미스터는 노래했지.
‘The pleasure is to play, it makes no difference what you say.’
그에게 살인은 도박이자 예술이고, 시간 그 자체인 거야.
그는 365일이라는 거대한 룰렛 판을 돌리고 있는 걸세.”

그때, 강혁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위치 추적 결과였다.
신호가 잡힌 곳은 도시 외곽의 폐쇄된 카지노.
강혁은 권총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크박스에서는 곡의 하이라이트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The Ace of Spades! The Ace of Spades!”

6. 53번째의 조커

폐카지노의 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가 훅 끼쳐왔다.
거대한 홀 중앙, 딜러 테이블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검은 코트를 입고 스페이드 문양이 새겨진 모자를 쓰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형사.”

남자의 앞에는 51장의 카드가 펼쳐져 있었다.
봄, 여름, 가을의 사건들을 상징하는 카드들이 피에 젖은 채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마지막 한 장, ‘스페이드 에이스’가 들려 있었다.

“당신이 이 모든 일을 벌인 이유가 뭐야?”

강혁이 총을 겨누며 물었다.
남자는 빙긋 웃으며 카드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1년은 52주지.
하지만 사람들은 잊고 있어.
그 완벽한 순환을 깨뜨리는 존재가 있다는 걸.
바로 365번째 날을 완성하는 ‘조커’ 말이야.”

남자가 코트 안에서 리모컨을 꺼냈다.
카지노 곳곳에 설치된 폭탄의 타이머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00:00까지 남은 시간은 단 52초.
1년의 주차와 같은 숫자였다.

“이 도시의 부패와 탐욕은 사계절 내내 반복되지.
나는 그 순환을 끊으러 왔다.
이 곡의 마지막 리프처럼 말이야.”

강혁은 방아쇠를 당기려 했지만, 남자의 눈빛에서 기이한 평온을 읽었다.
남자는 도박사가 아니라, 스스로를 제물로 바치려는 사제에 가까웠다.

“에이스 오브 스페이드는 죽음의 카드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위한 파괴이기도 하지.”

폭발음과 함께 카지노의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강혁은 본능적으로 몸을 날렸다.
화염 속에서 레미의 거친 베이스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붉은 불꽃(Red)과 검은 연기(Black)가 뒤섞이며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7. 에필로그: 새로운 1년의 시작

새해 첫날 아침.
눈 덮인 카지노 잔해 속에서 강혁은 정신을 차렸다.
범인의 시신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그가 앉아 있던 자리에는 타지 않은 카드 한 장이 놓여 있었다.
그것은 스페이드 에이스가 아니었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웃고 있는 ‘조커’ 카드였다.
카드 뒷면에는 거친 필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The only card I need is the Ace of Spades.
하지만 366일째가 되면, 게임은 다시 시작된다.”

강혁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뺨을 스쳤다. 이제 다시 봄(클로버)이 올 것이다. 52주의 새로운 순환이 시작되겠지만, 강혁은 알고 있었다. 누군가는 여전히 시간의 지도 위에서 위험한 도박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았다.
다시 시작되는 드럼 비트.

“Ace of Spades.”

음악은 멈추지 않고, 계절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365일의 긴 여정 중 첫 번째 날의 태양이 붉게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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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처키 | 작성시간 26.01.03 숫자, 색깔, 계절을 카드에 녹여낸 설정은 진짜 신박해서 읽는 내내 소름이 쫙 돋았어요.
    특히 모터헤드의 굉음 속에서 범인의 서사를 따라가는 형사의 고독함이 느껴져서 더 몰입됐네요... ^^ GRRRR~!!! ^^
  • 답댓글 작성자화랑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1.04 제가 카드에 대해서 1도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많이 알았습니다 ㅋㅋㅋ
  • 작성자잠수교 | 작성시간 26.01.04 7 or 11 ♠️
  • 답댓글 작성자화랑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1.04 아~ 카드 신박하드라구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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