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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그 찬란한 어둠 속으로: 시드 바렛의 마지막 노래

작성자화랑|작성시간26.01.06|조회수88 목록 댓글 1

#락

다이아몬드, 그 찬란한 어둠 속으로: 시드 바렛의 마지막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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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7일, 케임브리지의 고요한 오후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 정적 속에서 한 시대의 신화이자, 사이키델릭의 선구자였던 시드 바렛(Syd Barrett)은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췌장암이라는 차가운 병마는 평생 그를 괴롭혔던 당뇨와 함께 그의 육신을 갉아먹었지만, 그의 영혼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가 창조해낸 초현실적인 우주 어딘가를 유영하고 있었다.
그의 이야기는 1946년 1월 6일, 런던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시작된다.
로저 키스 바렛(Roger Keith Barrett)이라는 본명보다 '시드(Syd)'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소년.
그는 어린 시절부터 소리에 민감했다.
우쿨렐레의 경쾌한 울림, 반조의 투박한 리듬, 그리고 기타의 깊은 울림까지.
그는 악기를 손에 쥘 때마다 세상의 색채가 변하는 것을 느꼈다.
14세 무렵, 그는 'Syd'라는 별칭을 얻게 된다.
당시 노동계급(working-class)을 상징하던 그 이름에 소년은 묘한 매혹을 느꼈다.
그것은 정해진 궤도를 벗어나고 싶어 했던 그의 본능적인 끌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년의 세계에 첫 번째 거대한 균열이 생긴 것은 16세 생일을 불과 며칠 앞둔 1961년 12월 11일이었다.
정신적 지주였던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슬픔은 안개처럼 시드의 영혼을 잠식했고, 그는 깊은 우울의 늪으로 침잠했다.
아들의 눈동자에서 생기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던 어머니는 결단을 내렸다.

"음악을 해보렴, 시드.
밴드를 만들어봐."

그것은 치유를 위한 제안이었고, 동시에 전설의 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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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에게는 든든한 동료가 있었다.
중학교 시절,
어머니가 담임이었던 인연으로 맺어진 로저 워터스는 시드와 막역한 사이였다.
두 소년은 함께 악기를 메고 꿈을 꾸었다.
그리고 1962년, 케임브리지 기술 대학(Cambridge Technical College)에서 그들은 운명적인 인물을 만난다.
훗날 핑크 플로이드의 또 다른 축이 될 기타리스트 데이빗 길모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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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시드는 비틀즈의 멜로디와 롤링 스톤즈의 반항기, 밥 딜런의 시적인 가사에 심취해 있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흡수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1965년, 밴드의 이름을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로 확정하고 건반 주자 리처드 라이트까지 합류하면서, 위대한 핑크 플로이드의 청사진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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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세상은 이들이 내놓은 데뷔작 The Piper at the Gates of Dawn에 경악했다.
시드 바렛은 이 앨범의 거의 전곡을 작사, 작곡했을 뿐만 아니라 리드 기타와 보컬, 심지어 앨범 재킷 디자인까지 도맡았다.
그는 소리의 마술사였다.
에코와 피드백을 이용해 우주의 소리를 재현했고, 동화적인 상상력과 기괴한 환상을 결합해 록 음악의 지평을 넓혔다.
'Lucifer Sam'의 날카로운 리프와 몽환적인 분위기는 시드 바렛이라는 천재성이 정점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그러나 천재의 불꽃은 너무나 뜨거웠던 탓일까.
약물 복용과 정신적 압박감은 그를 서서히 무너뜨렸다.
1968년, 그는 자신이 만든 밴드 핑크 플로이드를 떠나야만 했다.
이후 발표한 솔로 앨범들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데이빗 보위와 브라이언 이노 같은 거장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보위는 생전에 "시드 바렛은 나의 영웅이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시드가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도, 남겨진 핑크 플로이드 멤버들은 그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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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그들은 시드를 향한 그리움과 헌사를 담은 앨범 Wish You Were Here를 발표한다.
특히 'Shine On You Crazy Diamond'는 시드 바렛이라는 찬란했던 다이아몬드에게 바치는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송가였다.
녹음실에 예고 없이 나타난, 머리를 삭발하고 눈썹까지 밀어버린 시드의 모습을 보며 멤버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는 팬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내려온다.
2006년 7월 7일, 시드 바렛은 마침내 그를 억누르던 육신의 고통과 정신의 혼란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그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파이퍼(Piper)'의 피리 소리는 여전히 록의 역사 속에서 메아리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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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의 정원에는 이름 모를 들꽃들이 피어 있었다.
60세의 노인이 된 로저 키스 바렛은 붓을 내려놓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제 사람들은 그를 '시드'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는 그저 정원을 가꾸고 그림을 그리는 조용한 이웃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귓가에는 여전히 40년 전의 환청이 들려오곤 했다.
텔레캐스터 기타의 날카로운 피드백, 그리고 관객들의 함성.

"시드, 차 마실 시간이야."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책상 위에 놓인 낡은 사진 한 장을 집어 들었다.
흑백 사진 속의 청년은 커다란 눈망울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눈은 우주를 담고 있었고, 동시에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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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1961년의 그 차가운 겨울.
아버지가 떠난 후 세상은 온통 회색이었다.
어머니가 밴드를 해보라고 권했을 때, 그는 그것이 구원이라고 생각했다.
로저 워터스와 함께 기타를 튕기며 보냈던 시간들, 데이빗 길모어와 나누었던 음악적 교감들.
1965년, '핑크 플로이드'라는 이름을 지었을 때 그는 자신이 영원히 빛날 줄 알았다.
The Piper at the Gates of Dawn.
그는 그 앨범을 만들 때 자신이 정말로 새벽의 문 앞에 서 있는 피리 부는 사람이라고 믿었다.
고양이 '루시퍼 샘'에 대해 노래하고, 은하계를 가로지르는 여행을 가사로 썼다.
하지만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이었다.
무대 조명은 너무나 눈이 부셨고, 사람들의 기대는 목을 죄어오는 밧줄 같았다.
그는 1968년의 어느 날을 기억했다.
멤버들이 자신을 데리러 오지 않았던 그날.
서운함보다는 묘한 해방감이 먼저 찾아왔다.
그는 홀로 남겨졌고, 서서히 자신만의 성벽 안으로 숨어버렸다.
데이빗 보위 같은 후배들이 자신을 찾아와 존경을 표할 때도, 그는 그저 멍하니 벽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는 더 이상 '미친 다이아몬드'가 되고 싶지 않았다.
췌장의 통증이 다시 밀려왔다.
그는 침대에 몸을 뉘었다.
눈을 감자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1975년 애비 로드 스튜디오, 멤버들 앞에 나타났던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을 때 느꼈던 그 기묘한 슬픔.
그리고 데이빗 길모어가 연주하던 그 애절한 기타 솔로.

"Shine on, you crazy diamond..."

그는 나직이 읊조렸다.
이제 다이아몬드는 빛을 잃어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곳은 아버지가 계신 곳이자, 우주의 시작점이며, 모든 소리가 침묵으로 변하는 곳이었다.
2006년 7월 7일. 시드 바렛은 마지막 숨을 내뱉었다.
그의 입가에는 아주 작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것은 드디어 새벽의 문을 열고 들어간 자만이 지을 수 있는 평온한 미소였다.
런던의 하늘 위로 보이지 않는 다이아몬드 하나가 높이 솟아올라 영원히 빛나기 시작했다.
그는 더 이상 고독한 은둔자가 아니었다.
그는 이제 그가 사랑했던 음악이 되었고, 바람이 되었으며, 우리 곁에 영원히 머무는 '핑크 플로이드'의 영혼이 되었다.

"잘 가요, 시드.
당신의 노래는 멈추지 않을 겁니다."

멀리서 환청처럼 들려오는 팬들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시드 바렛은 찬란한 어둠 속으로 완전히 스며들었다.

https://youtu.be/np5z_yiuhKo?list=RDnp5z_yiuh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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