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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tired - The Silence of the Gods

작성자화랑|작성시간26.06.05|조회수82 목록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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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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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는 숨을 골랐다. 그의 폐부를 채우는 것은 나일강 삼각주의 축축하고 비옥한 흙냄새가 아니었다. 40년간 미디안 광야에서 들이마셨던 건조하고 거친 모래 먼지의 기억, 그리고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두려움이었다. 팔십 평생의 세월이 그의 얼굴에 깊은 골을 파놓았지만, 바로의 궁정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마치 처음 걷는 아이처럼 위태로웠다.

"나는 입이 둔한 자입니다."

며칠 전, 꺼지지 않는 불꽃 앞에서 그가 토해냈던 절망 섞인 탄식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는 웅변가가 아니었다. 왕족으로 자랐으나, 이제는 잊힌 양치기일 뿐이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태양의 아들, 살아있는 신으로 추앙받는 바로 앞에 서서 '내 백성을 보내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그때, 그의 어깨에 형 아론의 단단한 손이 닿았다. 아론의 눈빛에는 모세가 잃어버린 확신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속에, 광야의 불꽃처럼 타오르는 음성이 다시 한번 울렸다.

"보라. 내가 너를 바로에게 신(神) 같이 되게 하였으니, 네 형 아론은 너의 입이 될 것이다."

'신 같이.'

모세는 그 말을 곱씹었다. 그 의미는 권력이나 영광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역할 수 없는 권위, 하늘의 심판을 대행하는 대리자의 무게였다. 두려움은 여전했지만, 이제 그 두려움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온 우주를 말씀으로 지으신 분의 무게가 그의 어깨를 함께 짓누르고, 또한 지탱하고 있었다.

그들은 마침내 바로의 알현실에 들어섰다. 거대한 기둥들은 파피루스 줄기를 형상화했고, 벽에는 신들과 파라오들의 위업이 상형문자로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공기는 향유와 권력의 냄새로 무거웠다. 황금 옥좌에 앉은 바로는 지루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두 늙은 히브리인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그 어떤 인간적인 감정도 비치지 않았다. 마치 잘 깎아놓은 흑요석 조각상 같았다.

"네놈들이 감히 나의 휴식을 방해하는가?"

바로의 목소리는 낮고 위압적이었다.

"히브리 노예들의 신이 보냈다고? 그 신의 이름이 무엇이며,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모세는 아론을 보았다.
아론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의 목소리는 모세와 달리 낭랑하고 힘이 있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말씀하십니다.
'내 백성을 보내라. 그들이 광야에서 나를 섬길 것이다.'"

알현실에 싸늘한 침묵이 흘렀다.
바로의 입가에 경멸적인 미소가 번졌다.

"여호와?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군. 이집트의 신들 외에 누가 감히 내게 명령한단 말인가. 나는 너희의 신을 알지 못하며, 이스라엘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

바로가 손짓하자, 곁에 있던 신하가 비웃으며 말했다.

"파라오시여, 저들은 아마도 자신들의 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고 싶어 할 겁니다. 그들의 재주를 한번 보시지요."

바로가 턱을 까딱이며 말했다.

"그래, 좋다. 너희 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아라. 이적을 보이라."

그것은 모세와 아론이 기다리던 말이었다. 모세는 아론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론은 자신이 짚고 있던, 오랜 세월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해진 아카시아 나무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었다.

"보십시오, 위대한 파라오시여. 이것이 저희 하나님의 권능입니다."

아론은 지팡이를 매끄러운 대리석 바닥에 던졌다.

'탁!'

나무 지팡이가 바닥에 부딪히는 순간,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딱딱한 나무가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나무껍질은 비늘로 변하고, 옹이는 사악하게 빛나는 눈이 되었다. 순식간에 지팡이는 거대한 코브라로 변해, 머리를 쳐들고 '쉭쉭' 소리를 내며 혀를 날름거렸다. 알현실의 신하들 사이에서 나지막한 경악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바로의 얼굴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는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흥미로운 마술이로군."

그는 곁에 선 신관장 얀네스와 얌브레스를 향해 손짓했다.

"너희도 저 히브리인들의 재주에 답례를 보여주어라. 이집트의 지혜가 저들의 하찮은 속임수보다 위대함을 증명해 보이라."

두 명의 마술사가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화려한 아마포 옷을 입고 있었고, 눈에는 교활한 지혜가 번뜩였다. 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을 나직이 읊조리며, 각자 자신의 지팡이를 바닥에 던졌다.

놀랍게도, 그들의 지팡이 역시 꿈틀거리며 뱀으로 변했다. 두 마리의 독사가 아론의 뱀을 향해 위협적으로 머리를 세웠다. 신하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박수를 쳤다. 바로의 얼굴에 승리의 미소가 떠올랐다.

"보아라. 너희의 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나의 마술사들도 할 수 있다. 너희의 신은 특별할 것이 없구나."

하지만 바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황은 다시 한번 역전되었다.

아론의 지팡이에서 변한 거대한 코브라가 번개처럼 움직였다. 그것은 마술사들의 두 뱀에게 달려들어, 거대한 입을 벌려 차례로 삼켜버렸다. 마치 거대한 뱀장어가 작은 물고기를 삼키듯, 저항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두 마리의 뱀은 아론의 뱀 뱃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아론의 뱀은 다시 스르르 원래의 모습, 평범한 나무 지팡이로 돌아왔다. 바닥에는 아무 흔적도 남지 않았다.

알현실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신하들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사라졌고, 당혹감과 미미한 공포가 어렸다. 얀네스와 얌브레스는 창백해진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바로는 달랐다.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진 자리에, 차가운 분노와 완고한 오기가 들어찼다. 그는 이것을 신의 권능이 아닌, 더 교묘한 마술, 혹은 자신의 권위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물러가라!"

그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울렸다.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라. 나는 너희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모세와 아론은 묵묵히 돌아섰다. 바로의 마음은 여호와의 말씀처럼 단단한 바위와 같았다. 하지만 그들은 알았다. 이것은 끝이 아니라, 장엄하고도 끔찍한 서막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음 날 새벽, 동쪽 하늘이 옅은 장밋빛으로 물들기 시작할 무렵, 모세는 다시 아론과 함께 나일강 가에 섰다. 강물은 밤새 쌓인 안개를 부드럽게 밀어내며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강변의 파피루스 숲에서는 새들이 지저귀었고, 물고기들이 수면 위로 뛰어오르며 은빛 비늘을 반짝였다. 이 강은 이집트의 젖줄이자 심장이었다. 풍요의 신 하피(Hapi)가 다스리고, 창조의 신 크눔(Khnum)이 인간을 빚어낸 생명의 원천이었다.

이른 아침, 바로는 신성한 나일강에서 정결 의식을 치르기 위해 화려한 행렬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모세와 아론을 발견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도 이 땅에 있었느냐? 내 말이 들리지 않았더냐?"

모세가 지팡이를 쥔 손에 힘을 주며 앞으로 나섰다. 이번에는 아론이 아닌, 그의 입에서 직접 하나님의 말씀이 흘러나왔다.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광야의 바람처럼 단호하고, 바위처럼 흔들림이 없었다.

"히브리 사람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다시 나를 보내셨소. '내 백성을 보내라. 그들이 광야에서 나를 섬길 것이다.' 당신은 지금까지 듣지 않았소."

모세는 지팡이를 바로의 눈앞까지 들어 올렸다.

"이제 당신은 이 일을 통해, 나를 보내신 이가 누구인지 알게 될 것이오. 그분이 바로 여호와인 줄 알게 될 것이란 말이오!"

그는 바로와 신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론에게 말했다.

"형님, 지팡이로 저 강물을 치십시오!"

아론은 지팡이를 높이 쳐들었다. 햇살이 지팡이 끝에 부딪혀 날카롭게 빛났다. 그리고 그는 온 힘을 다해 유유히 흐르는 나일강의 수면을 내리쳤다.

'첨벙!'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물보라가 일었다. 그리고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팡이가 닿은 곳을 중심으로, 맑고 푸르던 강물이 순식간에 짙은 핏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상처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듯, 붉은 물감은 걷잡을 수 없이 강 전체로 퍼져나갔다. 강변의 진흙까지 검붉게 물들였다. 유유히 흐르던 생명의 강은 이제 끈적하고 역겨운 피의 강이 되어 흐르고 있었다.

"으악!"

비명은 강가에서 물을 긷던 여인에게서 터져 나왔다. 그녀가 동이줄을 던졌을 때 올라온 것은 맑은 물이 아니라,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붉은 액체였다.

곧이어 강 전체가 아우성으로 가득 찼다. 수면 위로 수천, 수만 마리의 물고기들이 하얀 배를 뒤집고 떠올랐다. 은빛 비늘 대신 죽음의 창백함이 강을 뒤덮었다. 썩어가는 물고기와 피가 뒤섞이면서 지독한 악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생명의 냄새는 온데간데없고, 죽음과 부패의 냄새가 강풍처럼 온 땅을 휩쓸었다.

바로의 얼굴은 경악으로 굳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였다. 그는 다시 한번 신관장 얀네스와 얌브레스를 불렀다.

"이것도 너희의 요술로 행할 수 있느냐?"

마술사들은 떨리는 손으로 작은 항아리에 담아온 맑은 물을 가져왔다. 그들은 비밀스러운 주문을 외우고 신비한 가루를 뿌렸다. 잠시 후, 항아리의 물이 희미하게 붉은빛으로 변했다. 그들은 창백한 얼굴로 바로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십시오, 파라오시여. 저희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것은 흉내에 불과했다. 거대한 나일강 전체를 죽음의 강으로 만든 권능과, 항아리 물의 색을 바꾼 속임수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바로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았다. 그는 이 끔찍한 재앙을 또 다른 마술 대결의 연장선으로 치부해버렸다.

"저들 역시 너희와 같은 마술사에 불과하구나."

그는 코를 막으며 혐오스럽다는 듯 몸을 돌렸다. 신하들에게 아무런 명령도 내리지 않고, 그는 백성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궁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끔찍한 광경에 대해 더 이상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은 핏빛으로 변한 나일강보다 더 완악하게 굳어 있었다.

하지만 이집트 백성들의 고통은 이제 시작이었다. 재앙은 나일강에만 머물지 않았다. 모세의 선포대로, 이집트 땅의 모든 물이 피로 변했다. 농사를 위해 파놓은 운하도, 연못도, 심지어 집 안의 나무 그릇과 돌 그릇에 담아놓은 물까지도 피로 변해 있었다.

사람들은 갈증으로 울부짖었다. 생명의 원천이던 물이 이제는 마실 수 없는 죽음의 액체가 되었다. 아이들은 목이 타들어 가는 고통에 자지러지게 울었고, 어른들은 절망에 빠져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그들이 섬기던 강의 신, 풍요의 신들은 침묵했다.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나일강 가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강에서 조금 떨어진 땅을 파면, 흙이 걸러준 맑은 지하수를 겨우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은 흙탕물이 섞인 물이라도 감지덕지하며 마셨다. 한때 신의 선물이라 찬양했던 나일강은 이제 저주와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게 끔찍한 이레가 흘렀다.

이집트 온 땅이 피비린내와 썩는 냄새, 그리고 사람들의 신음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바로의 궁정은 굳게 닫혀 있었다. 바로는 여전히 자신의 옥좌에 앉아, 자신의 신들이, 자신의 마술사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믿고 있었다. 혹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될 사소한 문제라고 여기고 있었다.

이레가 지나고, 모세는 알았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바로의 교만과 이집트의 우상들이 완전히 무너질 때까지, 하늘의 심판은 멈추지 않을 것임을. 그리고 온 이집트가, 온 세상이 알게 될 것임을. 나일의 신도, 태양의 신도 아닌, 히브리 노예들의 하나님이야말로 진정한 창조주이며 심판자, 여호와이심을 말이다. 다음 재앙의 그림자가 이미 이집트 땅 위에 짙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https://youtu.be/_8hpIzq89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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