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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멜로디: 고시원 원장 니키의 특별한 하루

작성자화랑|작성시간26.06.07|조회수142 목록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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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멜로디: 고시원 원장 니키의 특별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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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7일 토요일. 서울 노량진의 공기는 여느 때처럼 묵직한 종이 냄새와 수험생들의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스물여섯, 남들은 취업 준비에 한창일 나이에 ‘희망 고시원’의 원장이 된 니키는 총무실 책상에 앉아 낡은 음악 달력을 넘겼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이 고시원과 함께, 그의 유일한 유산은 낡은 LP판들과 이 달력이었다.

니키는 음악 마니아였다. 그에게 6월 7일은 단순한 주말이 아니었다. 그는 습관처럼 수첩에 오늘의 음악사를 적어 내려갔다.

*‘1917년 딘 마틴 출생, 1940년 톰 존스 출생, 1963년 롤링 스톤즈 데뷔 싱글 발매… 그리고 2012년 오늘, 밥 웰치가 세상을 떠났지.’*

니키는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보았다. 고시원 복도에서는 누군가 조용히 컵라면 물을 붓는 소리가 들렸다. 젊은 나이에 고시원을 운영하며 타인의 꿈을 뒷바라지하는 삶은 때로 고독했다. 그의 청춘은 이 좁은 복도와 수많은 방문들 사이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동갑내기들이 모이는 음악 동호회 ‘비트 90’이었다. 그곳에서만큼은 그는 고시원 원장이 아닌, 그저 음악을 사랑하는 니키일 수 있었다.

“원장님, 오늘 외출하세요?”

총무실 문틈으로 7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고시생 한 명이 수줍게 물었다. 니키는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 써서 빗은 머리를 만지며 웃었다. 오늘은 그가 가장 아끼는, 조금 빛바랜 밴드 티셔츠 위에 얇은 셔츠를 걸쳤다.

“네, 오늘은 친구들 좀 만나러 가려고요. 공부 열심히 하세요! 필요한 거 있으면 문자 남겨놓고요.”

“네, 원장님. 다녀오세요.”

고시생의 목소리에는 부러움이 섞여 있었다. 니키는 그 마음을 알기에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고시원을 나섰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 그의 귓가에는 노량진의 소음 대신 상상 속의 멜로디가 흐르고 있었다. 오늘은 어떤 음악 이야기가 그를 기다리고 있을까.

오후 5시, 홍대 인근의 빈티지 카페 ‘레코드’. 낡은 나무 문을 열자 LP판이 빼곡히 들어찬 벽과 은은한 커피 향이 니키를 맞았다. 그의 절친이자 명 기타리스트 ‘다임백’이 손을 흔들었다.

“오, 니키! 고시원 귀신 면했네? 어서 와!”

다임백의 우렁찬 목소리에 카페 안의 몇몇 손님이 힐끗 쳐다봤지만, 동호회 회원들은 익숙하다는 듯 웃었다. 니키는 멋쩍게 웃으며 다임백의 옆자리에 앉았다.

테이블에는 이미 몇몇 회원이 모여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두 사람이 있었다. 세련된 옷차림의 ‘지수’와 차분한 분위기의 ‘민아’였다. 두 사람은 니키가 자리에 앉자마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겼다.

“니키, 오늘 오면서 음악사 정리한 거 있어? 네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밌단 말이야.”

지수가 턱을 괴며 물었다. 그녀의 짧은 단발머리가 찰랑거렸고, 손목에는 록 페스티벌 팔찌가 여러 개 채워져 있었다. 그녀는 늘 최신 트렌드에 밝았고, 음악을 듣는 방식도 패셔너블했다.

민아도 질세라 따뜻한 라떼 한 잔을 니키 쪽으로 밀어주며 덧붙였다.

“맞아, 니키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꼭 영화 같아. 오늘도 준비해왔지?”

긴 생머리의 민아는 지수와는 정반대의 매력을 가졌다. 그녀는 가사 한 줄, 멜로디 한 소절에 담긴 감성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니키의 깊은 음악적 지식과 감수성을 누구보다 존중해주었다. 니키는 자신을 향한 두 사람의 미묘하게 다른 기대감을 느끼며, 가방에서 낡은 수첩을 꺼냈다.

니키는 쑥스러운 듯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힘이 있었다. 그의 이야기가 시작되자, 시끄럽던 카페의 소음마저 배경음악처럼 느껴졌다.

“오늘은 정말 대단한 날이야. 1917년에는 스탠다드 팝의 황제 딘 마틴이 태어났고, 1940년에는 ‘Delilah’로 유명한 톰 존스가 태어났지. 팝의 역사가 시작된 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친구들은 마치 라디오 심야 방송을 듣는 청취자처럼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1963년 오늘, 롤링 스톤즈가 척 베리의 곡을 리메이크한 ‘Come on’이라는 싱글로 세상에 나왔어. 비틀즈와는 다른, 거칠고 반항적인 매력으로 무장한 전설의 시작이었지. 하지만 슬픈 일도 있었어. 1966년에는 로이 오비슨의 아내 클로뎃이 남편이 보는 앞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2년 전인 2012년 오늘엔 플리트우드 맥의 초기 멤버였던 밥 웰치가 우리 곁을 떠났지. 향년 66세였어.”

니키의 이야기는 시간의 강을 따라 흘렀다. 1969년 하이드 파크에서 열린 슈퍼그룹 블라인드 페이스의 데뷔 공연, 1970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울려 퍼진 더 후(The Who)의 록 오페라 ‘Tommy’에 다다랐을 때, 다임백이 흥분해서 끼어들었다.

“크, ‘Tommy’! 록 오페라의 바이블이지! 역시 니키, 넌 뭘 좀 안다니까.”

니키는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었다.

“그리고 1986년 오늘, 마돈나의 ‘Live to Tell’이 빌보드 1위에 올랐어. 영화 ‘At Close Range’의 OST였는데, 비밀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고독을 노래한 곡이지. ‘A man can tell a thousand lies, I've learned my lesson well(남자는 수천 가지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걸, 난 잘 배웠어)’. 이 가사가 왠지 우리 고시원 친구들 마음 같아서 내가 참 좋아하는 노래야. 모두들 마음속에 자신만의 비밀과 싸움을 간직하고 있잖아.”

그의 말에 카페 안에는 잠시 감상적인 침묵이 흘렀다.

이야기가 현대에 이르자 지수가 눈을 반짝이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니키, 그럼 오늘 빌보드 차트 소식도 알아? 지금 이기 아잘레아의 ‘Fancy’가 난리잖아! 나 요즘 그 노래만 들어.”

니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해. 2014년 바로 지금, 이기 아잘레아의 ‘Fancy’가 7주 연속 1위를 달리고 있지. 호주 출신 백인 여성 래퍼가 미국 시장을 완전히 점령한 거야. 대단한 사건이지. 게다가 영국에서는 샘 스미스의 데뷔 앨범 ‘In the Lonely Hour’가 차트 1위로 데뷔했어. 정말 대단한 신인들이 쏟아지는 해야.”

그러자 민아가 조용히 반박했다.

“난 이기 아잘레아보다는 샘 스미스가 더 좋아. 목소리에 담긴 그 애절함이 진정한 예술 아닐까? ‘Fancy’는 너무 상업적인 느낌이야. 니키도 감성적인 곡을 더 좋아하잖아, 그치?”

민아의 질문은 단순한 의견 제시가 아니었다. ‘너는 나와 취향이 같지?’라는 은근한 확인이었다.

지수가 지지 않고 응수했다.

“에이, 요즘은 트렌드가 중요하지! 이기 아잘레아의 그 당당한 랩이 얼마나 멋진데. ‘First thing's first, I'm the realest!’ 이 가사처럼 자신감 넘치는 태도가 지금 시대정신이라고. 니키, 너도 아까 마돈나 이야기했잖아. 마돈나처럼 당당한 여성 아티스트가 대세라고!”

지수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그녀는 니키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할 근거를 찾아냈다.

민아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당함도 좋지만, 음악의 본질은 위로라고 생각해. 니키가 고시원 원장으로서 지친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도 아마 샘 스미스 같은 따뜻한 노래일걸? ‘Stay With Me’ 같은 노래 말이야.”

민아는 니키의 직업과 그의 내면을 연결 지으며 자신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했다. 두 사람의 논쟁은 단순한 음악 취향의 차이를 넘어, 니키라는 사람을 누가 더 잘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한 자존심 싸움처럼 번져갔다.

두 여자의 시선이 니키에게 꽂혔다. 니키는 당황해서 차갑게 식어버린 라떼만 홀짝였다. 지수와 민아는 서로를 쳐다보며 은근한 신경전을 벌였다.

“민아 넌 너무 고전적이야. 니키는 새로운 시도를 좋아한다고. 롤링 스톤즈의 파격도 좋아하잖아.”

“지수야, 넌 너무 겉모습만 보는 거 아냐? 니키의 깊은 내면을 이해한다면 샘 스미스를 택할 텐데. 로이 오비슨의 슬픔을 이야기하는 사람이잖아.”

분위기가 묘하게 달아오르자, 옆에서 조용히 콜라를 마시며 상황을 지켜보던 다임백이 결국 참지 못하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의자를 뒤로 젖히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야, 뭐야? 둘이 지금 라이벌이야? ㅋㅋㅋ”

다임백의 돌직구에 지수와 민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무, 무슨 소리야! 그냥 음악적 견해를 나누는 거지!” 지수가 손사래를 쳤다.

“맞아, 다임백. 넌 메틀만 들어서 이 섬세한 차이를 모르는 거야.” 민아도 고개를 돌리며 덧붙였다.

다임백은 니키의 어깨를 툭 치며 윙크를 보냈다.

“니키, 너 인기 많아서 피곤하겠다? 1997년 오늘 프린스가 이름을 버리고 상징으로 불리겠다고 선언했다며? 너도 오늘부터 ‘니키’ 말고 ‘노량진 카사노바’로 이름 바꿔야 하는 거 아냐?”

다임백의 짓궂은 농담에 결국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어색했던 공기가 한순간에 유쾌함으로 바뀌었다. 니키는 곤란한 상황을 해결해준 친구가 고마웠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입을 열었다.

“둘 다 맞는 말이야. 지수 말대로 이기 아잘레아의 당당함은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에너지지. 고시생들에게 ‘너희가 최고야!’라고 외쳐주는 응원가 같아. 그리고 민아 말처럼 샘 스미스의 노래는 혼자라고 느끼는 밤에 조용히 어깨를 다독여주는 위로가 되지. 둘 중 하나만 고를 수는 없어. 음악은 원래 그런 거니까.”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수첩의 마지막 페이지를 가리켰다.

“사실 오늘, 1975년 6월 7일은 퀸의 ‘Killer Queen’이 아이버 노벨로 어워드에서 ‘최우수 작곡상’을 받은 날이기도 해. 이 노래는 화려하고 도발적이면서도, 그 안에 섬세한 멜로디와 복잡한 화성을 담고 있거든. 마치 지수와 민아, 너희 둘의 이야기를 합쳐놓은 것 같지 않아?”

니키의 재치 있는 비유에 지수와 민아는 서로를 쳐다보며 멋쩍게 웃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더 이상 경쟁심 대신, 같은 것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동질감이 감돌았다.

카페 안은 친구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니키는 쑥스러웠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둘러싼 이 따뜻한 관심이, 노량진의 삭막한 일상에 지쳐있던 그의 마음에 작은 온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이름 바꾸는 건 좀 더 생각해볼게. 하지만 오늘이 가기 전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게 하나 더 있어. 음악은 결국 우리를 하나로 묶어준다는 거야. 딘 마틴부터 샘 스미스까지, 시대를 달라도 그들이 남긴 선율이 지금 우리를 이 자리에 모이게 했잖아.”

카페 스피커에서는 마침 이기 아잘레아의 ‘Fancy’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니키는 리듬에 맞춰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고시원의 좁은 방, 무거운 책장, 반복되는 일상… 하지만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1917년부터 2014년까지의 모든 역사가 그의 곁에 흐르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동호회 모임이 파하고, 니키는 다시 고시원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그의 이어폰에서는 샘 스미스의 ‘Stay With Me’가 흘러나왔다. 지수와 민아의 얼굴, 다임백의 농담, 그리고 함께 나눈 음악 이야기들이 뒤섞여 마음을 가득 채웠다.

고시원에 도착하자 복도는 여전히 조용했다. 방문 틈으로 새어 나오는 희미한 스탠드 불빛들이 저마다의 고독한 싸움을 증명하고 있었다. 니키는 총무실로 돌아와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작은 포스트잇에 무언가를 적어 휴게실 게시판으로 향했다.

<오늘의 추천곡>
* 지쳐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 Sam Smith - Stay With Me
* 세상에 나를 증명하고 싶을 때: Iggy Azalea - Fancy (feat. Charli XCX)

https://youtu.be/pB-5XG-DbAA?list=RDpB-5XG-DbAA

Sam Smith - Stay With Me (Official Music Video)Stay With Me (Official Music Video)The official 'Stay With Me' mu...www.youtube.com

https://youtu.be/O-zpOMYRi0w?list=RDO-zpOMYRi0w

Iggy Azalea - Fancy ft. Charli XCXFancy is out on iTunes here: http://po.st/FancyiT My album 'The Ne...www.youtube.com


‘그래, 내일은 고시생들에게 이 노래들을 들려줘야지. 6월 7일은 이렇게나 뜨겁고 아름다운 날이었다고. 그리고 너희들의 하루하루도 그렇다고.’

니키는 창밖으로 보이는 노량진의 밤 풍경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불빛 아래서 청춘들은 저마다의 멜로디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들의 조용한 지휘자이자, 가장 가까운 관객이었다. 청춘의 한 페이지가 음악과 함께 그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https://youtu.be/Wdpw7UDK0-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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