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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현을 조율하는 남자

작성자화랑|작성시간26.06.14|조회수139 목록 댓글 1

https://youtu.be/t2kdBtSVCig?list=RDt2kdBtSVCig

e.s.t.: From Gagarin's Point Of View (Official Video) / Album: From Gagarin's Point Of ViewEsbjörn Svensson Trio"From Gagarin's Point Of View"ACT 9005-2(p)...www.youtube.com


시간의 현을 조율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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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허트포드셔의 안개 낀 새벽, 1945년의 공기는 전쟁의 끝과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 그해 태어난 로드 아전트의 첫 울음소리는 훗날 '좀비스'의 건반 위에서 화려한 사이키델릭의 선율로 피어날 운명이었다. 하지만 그 시절, 그 마을의 작은 악기 수리점을 운영하던 노인 에드워드는 그 울음소리에서 기묘한 진동을 느꼈다.

"이 아이는 세상을 흔들 소리를 가졌구나."

그로부터 4년 뒤인 1949년, 바다 건너 어딘가에서 앨런 화이트가 태어났을 때, 에드워드는 자신의 수리점 선반에 놓인 메트로놈이 갑자기 정교한 엇박자로 움직이는 것을 목격했다. 그것은 '예스(Yes)'의 복잡한 프로그레시브 리듬을 예견하는 우주의 박동이었다. 에드워드는 깨달았다. 음악은 단순히 연주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공간에 태어난 영혼들이 세상에 던지는 질문이라는 것을.

시간은 흘러 1959년, 뉴욕 브루클린의 한 허름한 아파트. 갓 태어난 마커스 밀러의 손가락은 이미 공기 중의 저음을 붙잡으려는 듯 꿈틀거리고 있었다. 같은 시각, 영국 켄트주에서는 보이 조지라는 이름의 아이가 세상에 나와 첫 숨을 들이켰다.

이들은 서로 다른 대륙에서 태어났지만, 에드워드의 후계자이자 소리를 수집하는 주인공 '준'은 이들의 탄생이 하나의 거대한 화음임을 알고 있었다. 마커스의 베이스가 세상의 바닥을 지탱하는 단단한 뿌리라면, 보이 조지의 화려한 외모와 목소리는 그 뿌리 위에서 피어날 파격적인 꽃이었다. 준은 1963년 크리스 드 가모가 태어나며 날카로운 기타 리프의 금속성 음을 더할 때, 비로소 이 오케스트라의 구성원이 갖춰졌음을 직감했다.

1970년 6월 14일, 런던의 밤은 뜨거웠다. 데릭 앤 더 도미노스가 무대 위에 올랐을 때, 준은 관객석 구석에서 낡은 녹음기를 들고 있었다. 에릭 클랩튼의 기타가 울부짖을 때마다 공기 중에는 푸른색 불꽃이 튀었다. 그것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었다. 사랑과 고통이 음악이라는 육체를 입고 현현하는 의식이었다.

"음악은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타오르는 것이다."

준은 수첩에 그렇게 적었다. 그 불꽃은 5년 뒤인 1975년, 아메리카(America)의 'Sister Golden Hair'가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며 부드러운 황금빛으로 변모했다. 세상은 이제 거친 절규보다는 매끄럽고 서정적인 위로를 원하고 있었다.

시간의 화살은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으로 향했다. 1980년, 서울 남산의 숭의음악당. 당대 최고의 아이돌 레이프 가렛이 무대에 등장하자 남산 전체가 여학생들의 비명으로 진동했다. 준은 그 현장에서 한국의 대중음악사가 요동치는 것을 보았다.

레이프 가렛의 금발이 조명을 받아 빛날 때, 그것은 단순한 팝 스타의 내한공연을 넘어선 문화적 충격이었다. 꽉 막혀 있던 시대의 공기에 균열이 생기고, 그 틈으로 서구의 화려한 팝 문화가 폭포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준은 그 비명 속에서 미래의 K-POP이 잉태되는 소리를 들었다.

1997년, 음악계는 거대한 슬픔에 잠겼다. 노토리어스 B.I.G를 잃은 퍼프 대디가 'I'll Be Missing You'를 발표했을 때, 전 세계는 함께 울었다. 빌보드 차트 정상에서 11주간 머문 그 노래는 단순한 히트곡이 아니라 죽은 자를 향한 산 자들의 긴 통곡이었다.

준은 뉴욕의 거리에서 이 노래를 들으며 생각했다. 음악은 때로 산 자와 죽은 자를 잇는 유일한 다리가 된다고. 샘플링된 스팅의 선율 위로 흐르는 랩은 상실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가장 현대적인 주문이었다.

그리고 2008년, 비극은 차가운 바다에서 찾아왔다. 유럽 재즈의 자존심, 에스뵈욘 스벤숀이 스쿠버 다이빙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44세. 그의 피아노는 북유럽의 서늘한 서정과 현대적인 비트를 결합한 혁명이었다.

준은 스웨덴의 해안가에 서서 그가 마지막으로 보았을 바다를 바라보았다. 수심 깊은 곳,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 고요의 공간에서 에스뵈욘은 어떤 마지막 선율을 떠올렸을까. 그의 죽음으로 인해 세상의 재즈는 가장 아름다운 건반 하나를 잃어버렸다.

이제 노년이 된 준은 자신의 수리점에 앉아 1945년부터 이어져 온 소리의 궤적을 정리한다. 로드 아전트의 탄생부터 에스뵈욘 스벤숀의 죽음까지, 이 모든 사건은 하나의 거대한 곡이었다.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무대 위에서 빛나며, 누군가는 차가운 물속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진동은 사라지지 않는다. 앨런 화이트의 드럼 비트는 여전히 누군가의 심장을 뛰게 하고, 보이 조지의 색채는 누군가의 개성이 되며, 마커스 밀러의 베이스는 대지의 울림으로 남는다.

준은 낡은 라디오의 다이얼을 돌린다. 지지직거리는 노이즈 사이로 1975년의 황금빛 머릿결 여인이 노래하고, 1997년의 그리움이 흐른다.

"음악은 멈추지 않는다. 다만 조율될 뿐이다."

준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창밖에는 1945년 허트포드셔에서 시작된 그 안개가 여전히 세상을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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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Bastard | 작성시간 26.06.14 음악은 멈추지 않고 조율될 뿐이라는 마지막 문구, 완전 명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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