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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tired - Sacred Silence

작성자화랑|작성시간26.06.15|조회수69 목록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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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별의 밤 : 열 번째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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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의 붉은 핏빛이 가시고, 메뚜기 떼가 휩쓸고 간 대지는 처참했다. 그러나 애굽의 심장, 타니스 궁전의 대리석 바닥은 여전히 차갑고 견고했다. 그 위를 걷는 모세의 발소리는 낮게 울렸지만, 그 울림은 궁전의 기둥들을 흔드는 듯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었다.

모세는 더 이상 광야의 양치기가 아니었다. 그의 얼굴에는 인간의 노쇠함 대신, 형언할 수 없는 신성한 위엄이 서려 있었다. 바로의 신하들은 그가 지나갈 때마다 숨을 죽였다. 그들에게 모세는 재앙을 부르는 저주받은 자인 동시에, 신(神)의 대리자로서 경외의 대상이 된 지 오래였다.

"이제 한 가지다."

모세의 귓가에 울리는 그 음성은 땅에서 나는 것이 아니었다. 불타는 떨기나무에서 들었던 그 거대한 의지의 목소리였다.

"단 하나의 재앙이 더 남았다. 그 후에야 바로는 너희를 쫓아내듯 보내리라. 이제 백성들에게 일러라. 당당히 요구하라고. 그들이 흘린 피와 땀, 억눌린 세월의 대가를 애굽의 손에서 직접 취하라고."

모세는 고개를 숙여 보이지 않는 주권자에게 순종의 뜻을 표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구걸이 아니었다. 수백 년간 이어진 무임금 노동에 대한 하늘의 정산이자, 전쟁에서 승리한 군대가 취하는 당당한 전리품의 의식이었다.

고센 땅의 이스라엘 거주지. 벽돌을 굽던 거친 손들이 애굽 이웃들의 문을 두드렸다.

"우리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의 은과 금을 우리에게 주십시오."

상식적으로는 매를 맞거나 조롱을 당할 일이었다. 그러나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애굽 사람들의 눈에 서린 공포는 어느덧 기묘한 '호의'로 변해 있었다. 그들은 마치 홀린 사람들처럼 장식장에서 은목걸이를 꺼내고, 손가락에서 금반지를 빼어 히브리 노예들의 손에 쥐여주었다.

"제발, 이것을 가져가고 당신들의 신이 내리는 저주를 거두어 주시오."

애굽 여인들은 눈물을 흘리며 비단 옷감을 내놓았다. 그것은 굴욕적인 상납이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 신적 권위 앞에 굴복한 자들이 바치는 예물이었다. 고센의 흙먼지 날리는 거리에는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보석들이 히브리인들의 자루 속에 쌓여갔다.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이 빈손으로 광야에 나가는 것을 원치 않으셨다. 억울함은 그렇게 공의의 저울 위에서 보상받고 있었다.

모세는 다시 바로 앞에 섰다. 바로는 왕좌에 앉아 있었으나, 그의 눈은 불안으로 충혈되어 있었다. 그는 모세를 죽이고 싶었지만, 모세 뒤에 서 있는 거대한 그림자를 보았기에 감히 칼을 뽑지 못했다.

모세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궁전의 천장을 타고 흐르는 천둥소리와 같았다.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밤중에 내가 애굽 가운데로 들어가리니!'"

바로는 움찔하며 왕좌의 팔걸이를 꽉 쥐었다.

"애굽 땅에 있는 모든 처음 태어난 것들은 죽으리라. 왕위에 앉아 있는 바로의 장자로부터, 맷돌 뒤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몸종의 장자까지. 그리고 네가 신성시하는 가축의 모든 첫 새끼까지 예외는 없을 것이다."

모세의 선언은 잔혹할 만큼 명확했다.

"애굽 전역에 전무후무한 큰 부르짖음이 있으리라. 단 한 집도 곡소리가 나지 않는 곳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세의 눈이 바로의 눈을 꿰뚫듯 응시했다.

"나의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사람에게나 짐승에게나 개 한 마리도 그 혀를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밤의 정적은 그들을 보호할 것이며, 평온함이 그들의 진영을 덮으리라. 이로써 너는 알게 되리라. 여호와가 애굽과 이스라엘을 어떻게 '구별'하는지를!"

바로는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가라! 내 눈앞에서 사라져라!"

모세 역시 분노했다. 그것은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었다. 수많은 기적을 보고도, 자신의 아들이 죽을 위기에 처했음을 듣고도 여전히 마음을 굳게 닫고 있는 인간의 완악함에 대한 거룩한 분노였다. 모세는 옷자락을 휘날리며 심히 노하여 궁전을 빠져나왔다. 그것이 바로와의 마지막 대면이었다.

그날 밤, 애굽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습하고 끈적한 어둠이 도시를 짓눌렀다.

애굽의 장자들은 불안함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바로의 궁전에서도, 귀족의 저택에서도, 그리고 비천한 종의 움막에서도 사람들은 촛불을 밝히고 다가올 '밤중'을 두려워했다. 그들에게 밤은 죽음의 사자가 활보하는 공포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고센 땅은 달랐다.

그곳의 공기는 서늘하고 맑았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의 지시에 따라 문설주에 피를 바르고, 허리띠를 띠고 신을 신은 채 급히 먹을 음식을 준비했다. 신기한 일이었다. 평소라면 낯선 기척에 짖어댔을 마을의 개들이 그날 밤엔 단 한 번도 짖지 않았다. 마치 온 우주가 숨을 죽이고 하나님의 행차를 기다리는 듯했다.

이 구별은 이스라엘이 더 착해서도, 그들이 더 위대해서도 아니었다. 그것은 오직 '선택'의 신비였다. 하나님은 어둠 속에 선을 그으셨다. 한쪽은 심판의 통곡이, 다른 한쪽은 구원의 정적이 흐르는 선이었다.

바로는 홀로 침소에 앉아 있었다. 그는 모세의 경고를 무시하려 애썼다. '나의 신들이 나를 지킬 것이다. 태양신 라가, 나일의 수호신들이 나를 지킬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미 균열이 가고 있었다. 하나님은 바로의 마음을 완악하게 내버려 두셨다. 그것은 바로가 스스로 선택한 고집의 결과이자, 애굽 땅에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영원히 각인시키기 위한 섭리였다. 기적은 믿는 자에게는 통로가 되지만, 거부하는 자에게는 심판의 근거가 될 뿐이었다.

궁전 밖, 멀리서 첫 번째 비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모세는 고센의 가장 높은 언덕에 서서 애굽의 도성을 바라보았다. 화려했던 제국의 불빛들이 하나둘 꺼지고, 그 자리를 거대한 통곡의 파도가 채우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백성들이 가져온 금과 은이 가득한 자루들이 들려 있었다. 이것은 탐욕의 산물이 아니었다. 억눌린 자들의 눈물을 닦아주시는 하나님의 공의였다. 채찍질 아래서 흘렸던 땀방울이 보석이 되어 돌아왔고, 무시당했던 생명들이 존귀한 자들로 거듭나고 있었다.

"보라, 하나님이 우리를 구별하셨다."

모세는 나직이 읊조렸다.

밤은 깊었지만, 이스라엘의 눈동자는 새벽별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다. 심판의 밤은 동시에 해방의 밤이었다. 하나님은 죽음의 사자를 통해 애굽의 교만을 꺾으셨고, 침묵하는 개들의 혀를 통해 당신의 백성을 향한 세밀한 사랑을 증명하셨다.

이제 곧 아침이 올 것이다. 수백 년간 닫혀 있던 노예의 문이 열리고, 거대한 민족의 행렬이 광야를 향해 첫발을 내딛는 역사적인 아침이.

애굽의 통곡 소리가 하늘을 찌를 때, 이스라엘은 고요히 짐을 꾸렸다. 구별된 자들의 발걸음은 무거웠으나 희망찼다. 그들은 이제 안다. 자신들을 지키는 분은 바로의 군대보다 강하며, 밤의 어둠보다 깊은 사랑으로 자신들을 구별해 내셨음을.

출애굽의 서막, 그 마지막 재앙의 밤은 그렇게 공의와 은혜의 교차점에서 저물어가고 있었다.

https://youtu.be/yKzKpT9hX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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