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그외 창고

강남의 유령 : 펜타토닉의 음모 * 6월 16일의 기록 *

작성자화랑|작성시간26.06.16|조회수126 목록 댓글 1

본 작품은 순수한 허구(Fiction)입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기업, 사건 및 설정은 모두 창작된 것이며, 실존하는 인물·기업·기관·단체와는 어떠한 관련도 없습니다.
작품 속에 언급되는 역사적 사건, 음악가, 음반 및 문화적 요소는 시대적 배경과 서사적 연출을 위한 장치로 사용되었으며, 실제 사실관계와는 무관하게 재구성되거나 각색될 수 있습니다.
본 작품은 특정 개인이나 단체를 비방하거나 고발할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강남의 유령 : 펜타토닉의 음모

  •  

     

1997년의 서울, 강남의 밤은 공사장의 소음과 네온사인의 불빛이 뒤섞인 기괴한 교향곡이었다. 주인공 '바하'는 무너져가는 철거촌의 옥상에 서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낡은 카세트 플레이어가 들려 있었고, 이어폰에서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우아한 클래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거대 건설사 '모타운(MOTOWN) 건설'의 용역들이 철거민들을 몰아내기 위해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바하는 이 비정한 도시의 기록자이자, 거대 악에 맞서 펜 대신 칼을 든 복수자였다. 그는 주머니에서 낡은 수첩을 꺼냈다. 그 수첩에는 1941년부터 시작된 피의 연대기가 기록되어 있었다.

모든 비극의 시작은 1941년이었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라몬트 도지어'라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 지구 반대편 한반도에서는 훗날 대한민국을 뒤흔들 '모타운 건설'의 창업주 조필연(가명)이 일본군 군납업자로 세력을 키우고 있었다.

라몬트 도지어가 훗날 '홀랜드 도지어 홀랜드'라는 전설적인 송라이팅 콤비를 이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선율을 만들어낼 때, 조필연은 사람들의 비명소리를 돈으로 바꾸는 법을 배웠다. 모타운 건설의 뿌리는 그렇게 타인의 고혈을 짜내어 세워진 기초 위에 놓였다. 바하는 수첩에 적었다. “누군가는 영혼을 울리는 노래를 만들 때, 누군가는 영혼을 파괴하는 성벽을 쌓았다.”

1967년, 미국 몬트레이에서는 록 페스티벌의 효시가 된 '몬트레이 팝 페스티벌'이 열려 자유와 평화를 노래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한국의 강남 벌판에서는 '몬트레이 프로젝트'라 불리는 대규모 토지 투기 작전이 시작되었다.

정계의 거물들과 결탁한 모타운 건설은 강남의 배밭을 피로 물들였다. 축제의 환호성 대신 철거민들의 통곡 소리가 땅을 채웠다. 조필연은 정치 자금을 대기 위해 용역들을 동원해 땅을 강탈했고, 그 과정에서 바하의 아버지는 건설 현장의 콘크리트 속에 매몰되었다. 바하에게 1967년은 록의 전설이 시작된 해가 아니라, 아버지를 잃고 복수의 화신으로 거듭난 해였다.

1982년, 프리텐더스의 기타리스트 제임스 허니맨 스콧이 25세의 나이로 약물 중독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강남의 한 고급 요정에서는 또 다른 죽음이 은폐되고 있었다.

모타운 건설의 비자금 장부를 관리하던 경리 직원이 '약물 과다 복용'으로 위장된 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그녀의 나이 역시 25세였다. 경찰은 서둘러 수사를 종결했지만, 바하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제임스 허니맨 스콧처럼 화려한 무대 뒤에서 스러진 것이 아니라, 권력의 추악한 비밀을 지키기 위해 살해당했다는 것을. 바하는 그녀의 죽음을 목격한 유일한 증인이었다.

1990년, 록시트의 'It Must Have Been Love'가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에 울려 퍼졌다. "사랑이었던 게 분명해, 하지만 이제 끝났어"라는 가사는 당시 모타운 건설과 정권의 밀월 관계를 상징하는 듯했다.

신도시 건설 붐이 일면서 모타운 건설은 정권의 비호 아래 천문학적인 이익을 챙겼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그들의 '사랑'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비자금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폭발했고, 조필연은 자신을 배신하려는 정치인들의 목줄을 죄기 위해 살인 청부업자를 고용했다. 바하는 그 혼란을 틈타 모타운의 내부 전산망에 침투하기 시작했다.

1994년, 더 홀의 베이시스트 크리스텐 파프가 헤로인 중독으로 사망했다. 같은 해 대한민국은 성수대교 붕괴라는 참혹한 비극을 맞이했다. 부실 공사의 주범은 역시 모타운 건설이었다.

크리스텐 파프의 죽음이 록 씬의 상실이었다면, 성수대교의 붕괴는 대한민국 근대화의 민낯이 드러난 사건이었다. 바하는 무너진 다리 앞에서 맹세했다. 이 부실한 제국을 반드시 무너뜨리겠노라고. 그는 모타운 건설이 자재비를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증거를 하나둘씩 수집해 나갔다.

1995년, 록 밴드 펄 잼은 거대 티켓 예매 업체인 티켓 마스터의 독점에 저항하며 우편 주문 방식의 투어를 강행했다. 이는 거대 자본의 횡포에 맞선 예술가들의 처절한 투쟁이었다.

바하 역시 펄 잼의 방식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기존의 언론과 검찰이 모타운 건설의 손아귀에 놀아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독자적인 루트를 통해 비리를 폭로하기 시작했다. 그는 PC통신과 사설 정보지를 통해 모타운 건설의 용역 동원 실태와 정계 뇌물 리스트를 유포했다. 거대 공룡 모타운에 대항하는 '바하의 투어'가 시작된 것이다.

1997년, 라디오헤드는 현대 사회의 소외와 기술의 공포를 담은 명반 'OK Computer'를 발매했다. 그리고 그해 말, 대한민국은 IMF 외환위기라는 전대미문의 파국을 맞이했다.

모타운 건설의 바벨탑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과도한 차입 경영과 비리로 얼룩진 재무 구조는 외풍을 견디지 못했다. 조필연은 마지막 수단으로 용역들을 동원해 반대 세력을 숙청하려 했지만, 이미 민심은 돌아선 뒤였다.

바하는 모타운 건설 본사 옥상 전광판을 해킹했다. 'OK Computer'의 차가운 비트가 강남대로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전광판에는 조필연의 비자금 장부와 살인 교사 증거들이 낱낱이 공개되었다.

"컴퓨터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 너희가 저지른 피의 역사까지도."

바하는 옥상에서 내려다보았다.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고, 평생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조필연이 수갑을 찬 채 끌려나오고 있었다.

바하는 카세트 플레이어의 정지 버튼을 눌렀다. 음악이 멈추자 비로소 도시의 진짜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파괴된 것들이 다시 세워지는 희망의 소음이었다.

바하는 수첩의 마지막 장에 이렇게 적었다.

“1941년에 태어난 악연은 1997년에 끝났다. 이제 새로운 노래를 쓸 시간이다.”

그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강남의 하늘 위로 1997년의 차가운 새벽달이 떠올랐다.

https://youtu.be/LCJblaUkkfc?list=RDLCJblaUkkfc

Radiohead - Street Spirit (Fade Out)‘Street Spirit (Fade Out)’ is taken from ‘The Bends’ out on XL Reco...www.youtube.com


[작가의 말]

이 이야기는 허구다.
등장하는 인물과 기업, 사건은 모두 상상 속에서 태어났다.
다만 어느 시대에나 탐욕은 존재했고,
어느 시대에나 그것에 맞서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작품은 그런 오래된 싸움을 음악의 연대기 위에 그려본 하나의 판타지일 뿐이다.

#강남의유령
#펜타토닉의음모
#누아르소설
#팩션
#강남개발사
#복수극
#도시의그림자
#록음악연대기
#1990년대서울
#IMF직전의밤
#사이버누아르
#음악과역사
#도시전설
#강남대로
#바하의기록
#자이언트감성
#메탈러의소설
#록앤롤
#도시와권력
#새로운노래를쓸시간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하루방 | 작성시간 26.06.17
    댓글 이모티콘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