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그외 창고

6월 21일: 선율의 윤회와 푸른 새벽의 노래

작성자화랑|작성시간26.06.21|조회수43 목록 댓글 1

#6월21일의교향곡
#선율의윤회
#푸른새벽의노래
#VinylHouse
#레코드숍의기적
#음악은사라지지않는다
#VivaLaVida
#빅토르최
#GruppaKrovi
#브랜든플라워스
#TheKillers
#존리후커
#리치블랙모어
#MrTambourineMan
#LoveWillKeepUsTogether
#Coldplay
#음악사산책
#LP감성
#새벽의턴테이블
#록앤롤의윤회
#세대를잇는음악
#한장의음반한사람의인생
#레코드콜렉터
#음악은시간을이긴다
#인생은만세
#그리고여전히인생은만세
#VivaLaVidaForever

6월 21일: 선율의 윤회와 푸른 새벽의 노래

  •  

     

1936년, 루이지애나주 앤스필드의 습한 공기를 가르며 소울 재즈의 서막을 알릴 OC 스미스가 첫 울음을 터뜨렸을 때, 세상은 아직 알지 못했다. 이 날이 음악사라는 거대한 악보 위에서 얼마나 빈번하고 강렬하게 변주될 '운명의 마디'가 될지를 말이다.

194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데오다토, 1944년 런던의 레이 데이비스, 1948년 리버풀의 조이 몰란드, 1950년 뉴욕의 조이 크레이머, 1951년 시카고의 닐스 로프그렌, 1961년 덴버의 킵 윙어, 그리고 1962년 레닌그라드의 차가운 바람 속에서 태어난 한인 3세 빅토르 최까지. 6월 21일은 마치 신이 작정하고 지상에 음악의 씨앗을 뿌린 날과 같았다.

1965년 버즈의 'Mr. Tambourine Man'이 세상에 울려 퍼지며 포크 록의 시대를 열었고, 1975년 리치 블랙모어는 무지개를 쫓아 딥 퍼플이라는 거대한 성을 떠났다. 같은 해 캡틴 앤 테닐의 'Love Will Keep Us Together'가 차트 정상에서 사랑을 노래할 때, 시간은 쉼 없이 흘러 1980년 거장 버트 캠퍼트의 마지막 숨을 거두어갔다.

1981년 스틸리 댄의 해산이라는 상실 뒤에 브랜든 플라워스라는 새로운 목소리가 태어났고, 1985년 크리스 알렌과 1986년 라나 델 레이가 그 뒤를 이었다. 1994년 조지 마이클의 고독한 법정 투쟁과 2000년 서울을 뒤흔든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포효, 그리고 스콜피언스와 베를린 필의 웅장한 협연까지. 2001년 블루스의 전설 존 리 후커가 기타를 내려놓고 떠난 뒤에도, 2008년 콜드플레이는 'Viva la Vida'를 통해 인생 만세를 외치며 차트의 정점에 머물렀다.

이 모든 사건이 교차하는 6월 21일, 어느 이름 없는 레코드 숍에서 한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서울의 변두리, 낡은 상가 지하에 위치한 '비닐 하우스(Vinyl House)'는 이름 그대로 LP판으로 가득 찬 작은 레코드 숍이었다. 주인장 '진우'는 2000년 6월 21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터져 나오던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TM)의 분노 섞인 그루브를 잊지 못한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그는 그 공연장에서 인생의 경로를 틀었다. 잭 드 라 로차의 포효는 그에게 '시스템에 저항하라'는 메시지보다 '네가 사랑하는 것을 지키라'는 울림으로 다가왔다.

2024년 6월 21일 새벽, 진우는 턴테이블 위에 낡은 음반 한 장을 올렸다. 빅토르 최의 '혈액형(Gruppa Krovi)'. 1962년 오늘 태어난 그 러시아 록의 영웅은 이제 세상에 없지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운 레닌그라드의 밤공기를 머금은 채 진우의 가게 안을 채웠다.

"빅토르, 당신이 살았던 세상보다 지금이 더 나은지는 모르겠어."

진우는 혼잣말을 내뱉으며 먼지를 털어냈다. 그때, 딸랑거리는 종소리와 함께 한 여자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짙은 화장과 고혹적인 분위기, 마치 1986년 오늘 태어난 라나 델 레이가 가사 속에서 걸어 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여자의 이름은 '미수'였다. 그녀는 진열대를 훑더니 스틸리 댄의 'Aja' 앨범을 집어 들었다.

"1981년 오늘이었죠? 도널드 페이건과 월터 베커가 끝을 선언한 날."

미수의 목소리는 낮고 허스키했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주의자들이었죠. 더 이상 완벽할 수 없어서 찢어진 걸지도 모릅니다. 조지 마이클이 소니와 싸우다 패배했던 1994년의 오늘처럼, 음악가들에게 6월 21일은 영광만큼이나 상처가 깊은 날이에요."

미수는 앨범 재킷을 손끝으로 쓸어내렸다.

"제 아버지는 리치 블랙모어의 광팬이었어요. 1975년 오늘, 아버지는 딥 퍼플을 떠나는 리치를 보며 울었다고 해요. 레인보우를 결성하러 떠나는 그 뒷모습이 마치 집을 나가는 자신의 모습 같았대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가게 구석에 놓인 낡은 기타를 바라보았다.

"결국 아버지는 기타 한 대만 남기고 떠나셨죠. 존 리 후커가 세상을 떠난 2001년의 그날에요. 블루스처럼 살다가 블루스처럼 가셨어요."

진우는 그녀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건넸다. 두 사람 사이로 1965년 오늘 발매된 버즈의 'Mr. Tambourine Man'이 흐르기 시작했다. 탬버린 소리는 경쾌했지만, 가사 속의 방랑자는 어딘지 모르게 쓸쓸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진우가 물었다.

"음악가들이 많이 태어나고, 죽고, 밴드가 깨지고, 공연이 열린 날이죠."

"맞아요. 하지만 동시에 '인생 만세'를 외친 날이기도 합니다."

진우는 2008년 차트를 휩쓸었던 콜드플레이의 앨범을 꺼냈다.

"왕관을 잃고 거리를 쓸어내리는 왕의 노래지만, 제목은 역설적으로 '인생 만세'죠. 1980년 오늘 세상을 떠난 버트 캠퍼트도, 1936년 태어난 OC 스미스도 결국은 각자의 방식으로 인생을 찬양했을 겁니다."

미수는 창밖을 보았다. 어느덧 새벽이 지나고 푸른 빛이 감도는 아침이 오고 있었다.

"2000년 하노버 엑스포에서 스콜피언스가 베를린 필과 협연했을 때, 사람들은 불가능할 것 같던 록과 클래식의 조화에 전율했대요. 어쩌면 우리 삶도 그런 게 아닐까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슬픔과 기쁨이 6월 21일이라는 악보 위에서 협연을 하는 거죠."

가게 문이 다시 열리고, 이번에는 앳된 얼굴의 소년이 들어왔다.
소년은 브랜든 플라워스의 더 킬러스(The Killers)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사장님, 혹시 더 킬러스 데뷔 앨범 있어요? 오늘이 브랜든 플라워스 생일이라 꼭 사고 싶어서요."

진우는 웃으며 앨범을 찾아주었다. 1981년 스틸리 댄이 해산하던 날 태어난 아이가 자라나 밴드를 만들고, 다시 그 음악을 듣고 자란 소년이 가게를 찾아온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음악이 가진 거대한 순환이었다.

1940년대의 데오다토와 레이 데이비스가 뿌린 씨앗이 1970년대의 캡틴 앤 테닐을 거쳐, 1980년대의 크리스 알렌과 라나 델 레이에게 이어지고, 다시 21세기의 콜드플레이로 번져가는 과정. 6월 21일은 그 모든 시간이 압축된 타임캡슐이었다.

미수는 앨범 몇 장을 품에 안고 가게를 나섰다.

"내년 6월 21일에도 여기 있을 건가요?"

"아마도요. 누군가는 또 태어날 것이고, 누군가는 은퇴를 선언하겠죠. 저는 그저 그 기록들을 닦고 있을 겁니다."

진우는 다시 혼자가 된 가게에서 닐스 로프그렌의 기타 연주를 틀었다. 1951년 오늘 태어난 그 기타리스트의 섬세한 현의 울림이 지하 공간을 가득 채웠다.

루이지애나의 재즈, 리우의 보사노바, 런던의 모드 록, 리버풀의 파워 팝, 뉴욕의 하드 록, 시카고의 블루스, 덴버의 헤비메탈, 레닌그라드의 저항 록... 이 모든 소리가 6월 21일이라는 단 하루의 시간 속에 녹아들어 있었다.

진우는 다이어리에 짧게 적었다.

*2024년 6월 21일. 존 리 후커의 블루스를 추모하며, 브랜든 플라워스의 생일을 축하함. 그리고 여전히 인생은 만세(Viva la Vida)다.*

가게 밖으로 나오자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뜨거운 햇살이 쏟아졌다. 1975년 빌보드 1위에 올랐던 캡틴 앤 테닐의 노래처럼, 사랑과 음악은 우리를 결속시킬 것이고(Love will keep us together), 이 거대한 음악적 윤회는 내일도, 내년에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지하 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희미한 음악 소리가 서울의 소음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긴, 88년째 이어지는 6월 21일의 교향곡이었다.

https://youtu.be/dvgZkm1xWPE?list=RDdvgZkm1xWPE

Coldplay - Viva La Vida (Official Video)Coldplay's tenth studio album Moon Music available to listen/ buy n...www.youtube.com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무명 | 작성시간 26.06.22 훌륭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