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그외 창고

6월 22일의 주파수 (The Frequency of June 22nd)

작성자화랑|작성시간26.06.22|조회수38 목록 댓글 0

#6월22일의주파수
#음악이기억하는날
#레코드가게이야기
#시간의홈
#MusicHistory
#RockHistory
#MetalHistory
#VinylRecords
#JeffBeck
#Queen
#Big4Thrash
#ThreeTenors
#음악소설
#시간과음악
#추억의주파수
#음악은영원하다
#레오의레코드가게
#GroovesInTime
#음악이흐르는시간
#TheFrequencyOfJune22nd

6월 22일의 주파수 (The Frequency of June 22nd)

  •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다. 적어도 레오에게는 그랬다. 그에게 시간은 낡은 라디오 다이얼과 같았다.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돌리면, 지지직거리는 잡음 사이로 흘러나오는 수많은 방송국의 주파수처럼, 과거의 순간들이 제각기 다른 음색과 리듬으로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그 모든 주파수가 가장 선명하게 잡히는 날, 그날이 바로 6월 22일이었다.

레오는 낡은 레코드 가게 '시간의 홈(Grooves in Time)'의 주인이었다. 먼지와 세월의 냄새, 그리고 비닐이 품은 희미한 화학 약품 냄새가 뒤섞인 그곳은 단순한 가게가 아니었다. 그것은 레오의 거대한 라디오 수신기이자, 과거로 통하는 문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6월 22일이 찾아왔다. 레오는 가게 문을 열기 전, 자신만의 의식을 치렀다. 턴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LP 한 장을 올렸다. 허브 앨퍼트의 1968년 앨범이었다. 바늘이 내려앉자, 스피커에서 따스하고 감미로운 트럼펫 소리가 흘러나왔다. 'This Guy's in Love with You'.

"좋은 아침, 할아버지."

레오는 허공에 대고 속삭였다. 그의 할아버지는 1968년 6월 22일, 뉴욕 필모어 이스트에서 열린 제프 벡 그룹의 공연을 본 후,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할머니에게 청혼했다. 그날의 공기, 트럼펫 소리, 젊은 날의 사랑의 설렘이 레코드의 홈을 따라 되살아나 가게 안을 가득 채웠다. 레오에게 6월 22일은 단순한 날짜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가족,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음악의 역사가 응축된 성스러운 날이었다.

가게 문에 달린 작은 종이 딸랑거리며 첫 손님을 알렸다. 덥수룩한 수염에 빛바랜 밴드 티셔츠를 입은 젊은 남자였다. 그는 컨트리 코너를 서성이다 레오에게 물었다.

"사장님, 혹시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초기 앨범 있나요? 'Me and Bobby McGee'의 오리지널 버전이 듣고 싶어서요."

레오는 미소를 지으며 창고로 향했다. 그는 크리스토퍼슨의 데뷔 앨범을 꺼내오며 말했다.

"좋은 선택이에요. 1936년 오늘, 텍사스 브라운스빌에서 위대한 시인이자 가수가 태어났죠. 그의 목소리에는 텍사스의 흙먼지와 고독, 그리고 자유의 바람이 모두 담겨 있어요."

레오는 손님에게 앨범을 건네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오늘 태어난 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1947년 뉴욕에서는 터틀스의 하워드 케일런이, 1953년 브루클린에서는 훗날 세상을 향해 '소녀들은 그저 즐기고 싶을 뿐'이라고 외칠 신디 로퍼가 태어났다. 펜실베이니아의 토드 룬드그렌, 유타의 앨런 오스몬드, 호주의 게리 비어스, 캐나다의 앨런 앤톤과 스티븐 페이지... 국적도, 장르도 다른 그들이 '6월 22일'이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레오에게는 언제나 경이로웠다. 마치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이 저마다 다른 장소에서 태어났지만, 결국 하나의 교향곡을 연주하기 위해 모이는 것처럼.

오후가 되자, 단골손님인 미아가 찾아왔다. 그녀는 파리에서 온 교환학생으로, 오래된 프랑스 영화와 샹송을 사랑하는 소녀였다.

"레오 아저씨, 혹시 엠마뉴엘 자이그너 앨범 있어요?"

"물론이지."

레오는 웃으며 음반을 찾아주었다.

"1966년 오늘, 파리에서 태어난 배우이자 가수. 그녀의 목소리는 안개 낀 센 강변을 걷는 듯한 느낌을 주지."

미아는 앨범 재킷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신기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샤를르 아즈나부르의 'She'가 영국 차트 1위에 오른 날도 오늘이라면서요?"

"1974년의 오늘이었지."

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노래 중 하나야. 한 남자가 한 여인을 통해 발견하는 세상의 모든 계절을 담았지. 엠마뉴엘의 탄생과 샤를르의 노래. 파리의 낭만은 오늘을 비껴가지 않는군."

두 사람은 잠시 음악이 흐르는 가게 안에서 각자의 상상에 빠졌다. 6월 22일의 주파수는 시공간을 넘어 파리의 어느 골목길로, 샹송의 선율 속으로 그들을 데려다 놓았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가게 안의 분위기도 조금씩 바뀌었다. 레오는 턴테이블의 음반을 바꿨다. 바닐라 퍼지의 사이키델릭한 오르간 사운드가 묵직하게 깔렸다.

"1967년 오늘, 이들이 뉴욕 빌리지 셔터에서 첫 무대를 가졌지. 모든 것이 폭발하던 시대의 시작이었어."

그때, 가죽 재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가게를 둘러보다가 퀸(Queen)의 코너 앞에서 멈춰 섰다. 그의 손에는 퀸의 첫 라이브 앨범, 'Live Killers'가 들려 있었다.

"이 앨범이 발매된 날도 오늘이었군요."

남자가 나지막이 말했다.

"1979년 6월 22일. 고등학생 때였는데, 이 앨범을 사려고 용돈을 몇 주나 모았는지 모릅니다. 프레디의 목소리는... 정말이지, 신의 목소리였죠."

"그날은 록의 팬들에게 정말 특별한 날이었죠."

레오가 맞장구를 쳤다.

"같은 날, 그래엄 보넷이 리치 블랙모어의 레인보우에 가입했으니까요. 하드록의 가장 위대한 두 보컬리스트의 운명이 교차한 날입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추억에 잠겼다.

"맞아요. 친구들과 퀸이냐, 레인보우냐를 두고 얼마나 싸웠는지... 하지만 결국 우리는 모두 록을 사랑하는 친구들이었죠."

남자는 'Live Killers' 앨범을 계산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런데 이상하죠. 이렇게 심장이 터질 듯한 라이브 앨범을 듣고 있으면, 가끔은 무대 뒤의 공허함이 느껴져요. 모든 걸 쏟아내고 난 뒤의 적막감 같은 거요."

레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1969년 6월 22일을 떠올렸다.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 주디 갈란드가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런던에서 생을 마감한 날.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더 나은 세상이 있다고 노래했던 그녀는, 정작 자신의 삶에서는 그 무지개를 찾지 못했다. 화려한 조명과 환호성이 잦아든 후의 깊은 어둠. 레오는 그 어둠의 무게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가게 안에는 바닐라 퍼지의 음악이 끝나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 속에서 레오와 중년 남자는 무대 위 스타들의 영광과 그 이면에 드리운 비극의 그림자를 함께 느끼고 있었다. 6월 22일의 주파수는 때로는 격정적인 기타 리프를, 때로는 비극적인 발라드를 송출하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자, 레오는 라디오를 켰다. 마침 흘러나오는 곡은 브라이언 아담스의 'Heaven'이었다.

"1985년 오늘, 이 노래가 빌보드 1위에 올랐지."

레오는 혼잣말을 하며 창밖을 보았다. 80년대의 낭만, 젊음, 그리고 사랑의 약속이 담긴 노래. 그 노래를 들으며 얼마나 많은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였을까.

그때, 가게 문이 다시 열리고 앳된 얼굴의 커플이 들어왔다. 그들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혹시... 로빈 시크 앨범 있나요? 'Blurred Lines'요."

레오는 웃으며 2010년대 코너로 그들을 안내했다.

"2013년 오늘, 그 노래가 빌보드 차트를 정복하기 시작했지. 무려 12주 동안이나."

여자가 남자친구의 팔을 툭 치며 말했다.

"이 노래 때문에 우리 처음 만났잖아. 클럽에서 이 노래 나올 때 네가 나한테 춤추자고 했지."

남자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그들의 모습에서 레오는 1985년의 'Heaven'을 듣던 젊은 연인들을, 1968년의 'This Guy's in Love with You'를 흥얼거리던 자신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았다. 시대는 변하고 음악의 스타일도 바뀌었지만, 사랑을 노래하고 사랑을 이끌어내는 음악의 힘은 변하지 않았다.

레코드를 계산하고 나가는 커플의 뒷모습을 보며, 레오는 다른 기억의 주파수를 맞췄다. 2001년 잠실 주경기장을 가득 채웠던 '3대 테너'의 목소리. 파바로티, 도밍고, 카레라스. 클래식과 오페라에 문외한이었던 사람들마저 그들의 목소리 앞에서는 경건해졌다. 음악이 가진 장엄함, 인간의 목소리가 낼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울림이 서울의 밤하늘에 울려 퍼졌던 그날.

그리고 2010년, 불가리아 소피아의 밤. 스래쉬 메탈의 네 거인, '빅 4'가 한 무대에 섰다. 메탈리카, 슬레이어, 메가데스, 앤스랙스. 수십 년간 경쟁하고 때로는 반목했던 그들이 하나의 이름 아래 모여 연주하던 그 밤의 열기는 위성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레오는 그날의 DVD를 틀었다. 화면 속에서 수만 명의 관중이 하나 되어 '헤드뱅잉'을 하고 있었다. 분노와 저항의 언어였던 메탈은 그 순간, 세대를 뛰어넘는 거대한 연대와 화합의 축제가 되어 있었다.

클래식과 메탈, 팝과 록. 6월 22일의 주파수는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있었다. 그것은 단지 다른 종류의 음악이 아니었다. 시대의 정신을 담아낸 각기 다른 시대의 목소리였다.

가게 문을 닫을 시간. 레오는 마지막으로 턴테이블에 음반 하나를 더 올렸다. 제프 벡 그룹의 'Truth'. 1968년 6월 22일, 그들이 필모어 이스트 무대에서 연주했던 곡들이 담긴 앨범이었다. 로드 스튜어트의 거칠고 젊은 목소리와 제프 벡의 날카롭고 창의적인 기타 연주가 가게 안을 채웠다.

레오는 눈을 감았다.

텍사스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뉴욕의 어느 클럽, 데뷔 무대를 앞둔 밴드의 긴장된 숨소리가 느껴졌다. 빌보드 차트 1위 소식을 듣고 환호하는 가수의 기쁨과, 약물에 취해 홀로 죽어간 가수의 마지막 외로움이 교차했다. 사랑을 고백하는 감미로운 트럼펫과 세상을 향해 포효하는 육중한 기타 리프가 하나의 화음처럼 얽혔다.

레오의 레코드 가게 '시간의 홈' 안에서, 6월 22일이라는 주파수에 맞춰진 수많은 시간과 공간, 수많은 사람의 희로애락이 거대한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레오는 조용히 읊조렸다.

"시간은 흐르는 게 아니야. 그저 쌓이는 거지. 이 레코드들처럼."

그는 불을 끄고 가게를 나섰다. 거리에는 새로운 밤이 내리고 있었지만, 레오의 귓가에는 여전히 6월 22일의 음악이, 그날 태어나고 죽고 노래하고 연주했던 모든 영혼의 목소리가 맴돌고 있었다. 그 주파수는 내일도, 그리고 또 다른 6월 22일에도 어김없이 그를 찾아올 터였다. 음악이 멈추지 않는 한, 시간의 홈에 새겨진 이야기들은 영원히 반복될 것이므로.

https://youtu.be/jhdFe3evXpk?list=RDjhdFe3evXpk

Dire Straits - Brothers In Arms (Official Music Video)The Official Music Video for Brothers In Arms. Taken from Dire Stra...www.youtube.com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