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아래의 두 마하트마
늦가을의 공기가 창가를 스친다.
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있으면, 먼 시간의 이름들이 조용히 마음을 두드린다.
간디.
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
교과서 안에서는 영웅이었지만, 그의 삶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한 사람의 서늘한 고백들이 먼저 다가온다.
유혹 앞에서 흔들렸던 소년,
잘못을 인정하고 돌아선 청년,
회한을 등을 떠밀어 한 걸음씩 단단해진 어른.
그는 완벽해서 존경받은 사람이 아니라,
결함을 마주하는 방식을 통해 신뢰를 얻은 사람이었다.
남아프리카의 칼바람 속에서 그는 스스로의 약함을 배웠다.
모욕과 추방의 순간마다 그 약함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기준이 되었다.
분노보다 품위를 먼저 고르고, 폭력보다 절제를 택하는 일.
그가 물레를 돌리며 천천히 보여준 것은, 속도를 늦출수록 멀리 도달할 수 있다는 오래된 진실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이름은 ‘마하트마’,
위대한 영혼이라는 뜻으로 남았다.
사람의 몸은 모래처럼 흩어지지만, 한 사람의 결심은 공동체의 어법을 바꾼다는 것을 그는 증명했다.
그의 마지막 날을 떠올리면 마음이 잠시 멈춘다.
쇠약한 몸으로 군중 사이를 지나며 두 손을 모으던 노인,
총성과 함께 바닥에 낮게 내려앉은 호흡,
그리고 짧은 기도.
삶의 끝에서조차 그는 타인을 탓하는 말 대신, 자신을 붙들어 온 신의 이름을 불렀다.
어떤 생애들은 성취보다 태도로 기억된다.
간디의 생애가 그렇다.
이쯤에서 내 일상의 장면으로 돌아온다.
책을 덮고, 스피커의 전원을 켠다.
그리고 전혀 다른 결을 지닌 또 하나의 ‘마하트마’가 방 안으로 들어온다.
국내 메탈 밴드 마하트마
처음 그들의 공연을 와스프에서 보았을 때, 나는 심장이 터져버렸다.
격렬한 기타와 묵직한 드럼, 목청을 찢는 보컬 사이로 낯선 균형감이 들렸다.
소리의 폭발 속에서 이상할 만큼 단정한 의지가 서 있었다.
상처를 외면하지 않되 그 상처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태도.
https://youtu.be/slHAv89AMjg?list=RDslHAv89AMjg
[온스테이지] 324. 마하트마 - Indelible Scars[아티스트 정보]ARTIST: 마하트마TITLE: Indelible Scars[ONSTAGE] 스래쉬 메탈의 현재, 마하트마http://music.naver.com/onStage/onStageReview.nhn?articleId=7322&menu=onStageReview[제작]NA...www.youtube.com
그 점에서 두 ‘마하트마’는 멀지 않았다.
역사의 마하트마가 비폭력으로 전진했다면,
음악의 마하트마는 강렬함으로 정면을 돌파한다.
방법은 다르지만,
둘 다 감정의 무게를 책임지는 방식을 알고 있다.
간디가 말 대신 침묵을 길게 끌어올리던 순간들처럼,
마하트마의 곡들에도 기묘한 정적이 있다.
모든 악기가 한꺼번에 외치다가도,
문득 호흡을 고르는 그 짧은 공백.
그 사이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분노는 어디서 왔는가? 이 분노를 어디로 보낼 것인가?”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소리를 가려 듣게 된다.
시끄러움과 진심을 구분하는 감각이 생긴다.
그래서인지 중년의 귀로 듣는 메탈은 청년의 그것과 다르다.
지금의 나는,
거친 리프 끝에 매달린 섬세한 절제를 듣는다.
불꽃처럼 솟구치는 드럼 뒤에 숨은 정확한 호흡을 본다.
어쩌면 나이가 준 선물은 단단함이 아니라,
단단함을 만들어내는 설득과 기다림을 알아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간디의 걸음이 그랬고, 마하트마의 음악도 그러하다.
두 이름을 억지로 이어 붙일 필요는 없다.
다만,
같은 단어가 서로 다른 시대를 건너와 나란히 서 있을 때 생기는 울림이 있다.
위대한 영혼은 특정한 형식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침묵과 단식의 언어로,
누군가에게는 증폭된 기타와 타격의 언어로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그 형식을 지탱하는 마음의 방향이다.
세상을 밀어붙이려 하지 않고,
먼저 자기 자신을 밀어붙이는 마음.
이 결을 우리는 ‘품위’라고 부른다.
찬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재생 버튼을 누른다.
https://youtu.be/nGMGkJ48s_E?list=RDnGMGkJ48s_E
Mahatma MV - Falling to Hell [Eng/Kor sub]Korea Thrash metal band 'Mahatma' PV (music video)www.youtube.com
방 안이 어둑해질수록 소리는 더 또렷해진다.
간디의 물레 소리와 마하트마의 리프가 겹쳐진다.
하나는 속도를 늦추는 소리, 다른 하나는 심장을 땡기는 소리.
그러나 둘 다 우리를 깨어 있게 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살아 있는 날마다,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소리를 낮출 것인가, 집중을 높일 것인가.
오늘의 나는 후자를 택한다.
그리고 조용히 마음속에서 두 이름을 불러 본다.
마하트마, 마하트마.
서로 다른 길로 걸어온 두 ‘위대한 영혼’이 나의 저녁을 단정하게 묶어 준다.
https://youtu.be/_18I3C85TZ8?list=RD_18I3C85TZ8
[MV] MAHATMA(마하트마) - CHAOTIC LIFEArtist : 마하트마 (MAHATMA)Album Title : REASON FOR SILENCERelease Date : 2023-10-19Genre : Rock#락 #rock #인디 ■ Mirrorball Musichttp://mirrorballmusic.co.kr/https...www.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