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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6월 11일, 세상은 여전히 화려한 네온사인과 80년대의 잔향에 취해 있었다. 하지만 뉴저지의 거친 거리에서 태어난 다섯 남자, 스키드 로우(Skid Row)는 자신들의 두 번째 선언문인 **[Slave to the Grind]**를 세상에 내던지며 그 안일한 공기를 단숨에 찢어버렸다.
이것은 단순한 앨범의 발매가 아니었다. 그것은 예쁘장한 얼굴로 'I Remember You'를 노래하던 소년들이, 가죽 재킷 아래 숨겨두었던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며 진정한 하드로커로 거듭나는 성인식이었다. 1집의 글램 메탈풍 아이돌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한 그들은, 더욱 성숙하고 헤비한 면모를 통해 90년대라는 새로운 시대의 문을 발로 차고 들어갔다.
소설의 시작은 언제나 강렬해야 한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Monkey Business'는 당시 유행하던 복고풍 블루스 분위기로 나른하게 인트로를 장식한다. 마치 폭풍 전야의 고요함처럼, 세바스찬 바하의 목소리는 낮게 깔리며 청자의 귓가를 간지럽힌다. 그러나 그 평화는 오래가지 않는다.
이내 강렬한 하드 록이 폭발한다.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1집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트리키하고 헤비한 기타 리프가 고막을 때려눕혔다. 레이첼 볼란과 롭 아푸소의 탄탄한 리듬 섹션은 마치 거대한 증기기관차처럼 멈추지 않고 질주했다. 그들은 높은 산 위에서 힘차게 바위를 굴려 청자의 뇌수를 확실하게 짓이겨버렸다.
세바스찬 바하의 목소리는 더 이상 '예쁜 소년'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록의 본질을 꿰뚫는 하드로커의 생명석이었다. 그 어떤 메탈 보컬보다 파워풀하고 다이내믹한, 그야말로 폭풍 같은 목소리였다.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셀프 타이틀곡 'Slave to the Grind'는 심장을 벌렁거리게 만든다. 당시 주류였던 스래쉬 메탈의 리프를 차용한 이 곡은 훌륭한 기타 솔로와 함께 절로 헤드뱅잉을 유발한다. 바하는 여기서 증명한다. 그는 단지 록 발라드를 잘 부르는 보컬이 아니라, 심오한 가사를 뇌리에 박아넣는 진정성 있는 아티스트라는 것을.
이어지는 'The Threat'는 이 앨범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곡이자, 내가 가장 사랑하는 트랙이다. 매력적인 리프와 거칠면서도 세련된 멜로디 라인은 중독적이다. 특히 중간에 연주가 멈추고, 바하가 스스로 만들어낸 격렬한 리듬을 타고 미친 듯이 절규하는 부분은 단연 압권이다. 데뷔작에서는 결코 꿈도 꾸지 못할 작법이자 창법이었다.
분위기는 급반전된다. 'Quicksand Jesus'는 발라드지만, 1집의 '18 & Life'나 'I Remember You'처럼 달콤하거나 철딱서니 없는 분위기가 아니다. 매우 심후하게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묵직한 감정의 난사다.
가사부터가 다르다. "사랑하는 그대여, 떠나지 말아요" 같은 뻔한 사랑 노래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운명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우리 자신을 위해 바보처럼 행동한다"는 심원한 메시지를 던진다. 바하의 보컬은 블루지한 분위기를 머금은 거대 암석 같았다. 검은 철문 저편, 어두운 곳에서 신음하는 자들의 비통한 흐느낌이 서려 있는 이 곡은 결코 싸구려 슬로우 록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오지 오스본의 'Crazy Train'과 'Over the Mountain'의 차이만큼이나 거대한 진보였다.
앨범의 중반부를 지나며 'Psycho Love', 'Living on a Chain Gang' 같은 곡들이 훌륭하게 배치되어 있지만, 앞선 곡들의 강렬함에 잠시 숨을 고르게 된다. 그러다 다시금 영웅이 강림한다.
'In a Darkened Room'은 블루지한 기타 연주로 문을 연다. 2집의 킬링 발라드인 이 곡은 침울한 남자의 고뇌와 투명한 성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바하가 힘을 실어 노래하는 순간, 스피커에서는 무언가 폭발하는 듯한 역동성이 느껴진다. 발라드와 블루스, 헤비메탈이 한 곡 안에서 공존하는 기적 같은 순간이다.
곧바로 터져 나오는 'Riot Act'에서 바하는 미친 단말마의 비명을 지른다. 발정난 암캐처럼 고함을 지르며, 노래를 하늘보다 더 높이 끌어올린다. 스물한 살의 나는 이 곡을 들으며 대기권 밖으로 날아가 우주를 보았다. 판을 뒤집어 죄다 불태워버리는 파괴적인 에너지가 그곳에 있었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Wasted Time'은 단순한 노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1집의 소년이 세월이 흘러 감옥에서 자신의 인생을 술회하는 듯한 이 곡은, 보다 처절하고 깊숙한 성정을 담고 있다.
청춘이란 무엇인가.
영롱한 환희와 찬란한 슬픔이 시소처럼 오르락내리던 그 순간들.
돌이켜보면 후회와 부끄러움으로 가득할지 모르나, 세바스찬 바하는 외친다.
그것은 절대 허송세월(Wasted Time)이 아니었다고.
누군가를 사랑하며 아파하고 눈물 흘렸던 그 모든 나날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말이다.
1991년의 그 뜨거웠던 여름, 스키드 로우가 던진 이 앨범은 단순한 레코드판 그 이상이었다. 음악을 사랑하고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소중히 여겼던 다섯 남자의 영혼이 담긴 결정체였다.
[Slave to the Grind]는 청춘의 편린이 집약된 소중한 증거다. 3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 앨범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존재하며, 우리 가슴 속에서 뜨겁게 박동하고 있다. 이것은 영원한 가치로 남아있을, 우리 시대의 불멸의 명반이다.
https://youtu.be/lYAbzJNXiJY?list=RDlYAbzJNXiJY
Skid Row - Wasted Time (Official Music Video)You're watching the official music video for Skid Row - 'Wasted Tim...www.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