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GjMizl3qQGE
아버님,
나는 당신의 아들을 죽였고, 내 친구를 죽였고, 양심을 버린 잔인한 여자예요.
지옥에서 만신창이로 찢겨 꼬챙이에 끼워진 뒤
나를 한탄하는 망자들의 원한을 한 몸에 받으며 서서히 불타오를 거예요.
부디 나를 저주해주세요.
나를 동정하지 말아요.
아버님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미워하세요.
그것은 내 죽은 남편을 ,
남아 있는 아이들을 ,
그리고 아버님 당신을 위함입니다.
이젠 나를 놓아주세요.
가슴 깊이 간직하신 행복한 안식처에 남아있는 기억들은 모두 지워주세요.
제발 그런 동정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지 말아요.
마치 이해할 수 있다는 듯 나를 용서하지 말아요.
그것은 나를 두 번 죽이는 거예요.
마음 깊이 남겨진 내 사념들은 지금 흐르는 이 음악으로 새하얗게 소거하고,
나 스스로 지옥의 강을 건널 거예요.
당신에게 남겨진 내 기억들은 지금 흐르는 이 빗물에 모두 지워버리세요.
마지막으로,
간청하건대
당신의 흔적이 남겨진 나의 영혼을 지옥의 불구덩이에 던져버리옵소서.
난 이미 사공에게 삯을 지불했어요.
당신이 나를 좋은 아이라 생각하는 한,
절대 행복하지 못할 겁니다.
그러니,
제발 나를 보내주시어요.
나는 당신의 기억조차 되지 못한 먼지 조각으로 산산조각 나 사라져야만 해요.
이제 저의 손을 놓아주세요.
실은 다 거짓말이에요.
까칠하게 말라 옴폭 파인 나의 볼을 어루만지는
길고 흰 손가락 사이사이로 뜨거운 액체가 하나, 둘 흘러내리고 있어요.
아아,
아아
아버님.
제가 왜 죽어야 합니까?
제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저는 죽고 싶지 않아요.
제가 저지른 죄가 하나 있다면,
짐승만도 못한 벌레 두 마리를 죽인 것 밖에 없어요.
아아, 아버님.
당신은 어찌 이리도 아둔하셔서,
아니 이리도 무지하셔서.
마지막 남은,
죽어도 마땅할 그들의 흔적에 이리 관대하십니까.
저는,
도대체 어찌해야 하는 건가요.
그들은 당연히 죽었어야만 했어요.
사지가 갈가리 찢겨 피눈물을 흘리던 당신의 아들에겐 전 하나도 미안하지 않아요.
하지만 아버님,
당신은 성스러운 분이시기에,
저는 영원토록 헤아릴 수 없을 것 같아요.
아버님, 이렇게 외롭게 죽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치욕적으로 살고 싶진 않아요.
아아, 아버님.
제가 어떡해야 하나요.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제 혼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요.
언제인가 보았던,
높이 솟아오른 절벽 너머로,
황혼이 깃들어 아련하게 펼쳐진 노을이 살랑거리는 바다의 거친 쇳소리와 어우러져
저 너머 사라지는 빛이 조용히 저를 부르고 있어요.
아버님,
더 이상 내가 부서뜨린 가족과 옛 친구의 환영을 나에게 보여주지 말아요.
당신은,
또 같은 시간을 살며
또 같은 공간에서
또 같은 아이를 괴롭히실 거잖아요.
나는 이 광경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 불편합니다.
비록 내가 초라하게 조각이 나 사라질지언정,
내가 지켜내지 못했던 아이들의 불행을 지켜보는 것은 엄청난 고통입니다.
아버님.
이 여인을 마음껏 저주하세요.
이 죄인을.
제 마지막 남은 영혼까지 당신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고 싶지 않아요.
그 흔적마저도 당신의 안식처에서 조용히 흩어 사라지기를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