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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22일, 불가리아 소피아의 바실 레프스키 국립 경기장(Vasil Levski National Stadium). 하늘은 낮게 내려앉은 구름 사이로 금방이라도 폭우를 쏟아낼 듯 무거웠지만, 경기장을 에워싼 공기는 수만 명의 관객이 내뿜는 열기로 인해 이미 발화점에 도달해 있었다. 이곳은 오늘, 단순한 공연장을 넘어 메탈 역사의 성지가 될 운명이었다.
앤스렉스(Anthrax), 메가데스(Megadeth), 슬레이어(Slayer), 그리고 메탈리카(Metallica). ‘빅 포(The Big Four)’라 불리는 스래시 메탈의 네 기둥이 한 무대에 서는 것은 80년대 베이 에어리어에서 시작된 이 장르의 역사상 유례없는 사건이었다. 전 세계 800여 개의 영화관으로 생중계되는 카메라 렌즈 너머로 수백만 명의 눈동자가 이곳 소피아를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화려한 조명 뒤편, 백스테이지의 긴장감은 극에 달해 있었다. 각 밴드의 대기실 사이 복도는 마치 보이지 않는 철조망이 쳐진 비무장지대 같았다. 특히 메탈리카의 제임스 헷필드와 메가데스의 데이브 머스테인 사이의 기류는 30년 묵은 앙금만큼이나 무거웠다. 1983년, 알코올과 갈등 문제로 메탈리카에서 쫓겨나듯 떠나야 했던 머스테인에게 메탈리카는 평생을 극복해야 할 거대한 벽이자 증오의 대상이었다.
머스테인은 대기실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기타를 매만졌다. 그의 손가락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분노 때문인지, 아니면 마침내 찾아온 화해의 기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때, 육중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앤스렉스의 스콧 이언이었다.
“데이브, 준비됐나? 오늘 밤은 우리 모두에게 특별한 날이야. 과거는 저 경기장 밖으로 던져버리자고.”
머스테인은 대답 대신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오늘 밤 소피아의 하늘 아래서 벌어질 일은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찢겨 나갔던 형제애의 조각을 다시 맞추는 의식이었다.
공연의 포문은 앤스렉스가 열었다. 조이 벨라도나의 날카로운 보컬과 스콧 이언의 리드미컬한 리프가 경기장을 흔들자, 관객들은 거대한 파도처럼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메가데스의 무대. 머스테인은 마치 복수라도 하듯 신들린 듯한 솔로 연주를 쏟아냈다. 그의 기타는 울부짖었고, 관객들은 그 처절한 선율에 압도당했다.
세 번째 순서인 슬레이어의 무대가 시작되자 경기장은 지옥의 불길에 휩싸인 듯했다. 톰 아라야의 포효와 케리 킹의 파괴적인 리프는 스래시 메탈의 정수가 무엇인지 증명했다. 비록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제프 한네만이었지만, 그가 뿜어내는 아우라는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네 밴드가 온전한 모습으로 모인 마지막 순간이 될 줄은 누구도 알지 못했다.)
마침내 밤이 깊어지고, 메탈리카가 무대에 올랐다. ‘Ecstasy of Gold’의 웅장한 선율이 울려 퍼지자 경기장은 광란의 도가니로 변했다. 제임스 헷필드의 포효는 소피아의 밤하늘을 찢어발겼다. 공연이 막바지로 치닫고 앙코르 무대가 준비될 무렵, 무대 뒤편에서는 역사적인 장면이 준비되고 있었다.
메탈리카의 앙코르 곡, 다이아몬드 헤드의 커버곡인 ‘Am I Evil?’의 묵직한 전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무대 옆 어둠 속에서 앤스렉스, 메가데스, 그리고 슬레이어의 멤버들이 하나둘씩 걸어 나왔다. (슬레이어의 멤버 중 데이브 롬바르도만이 참여했지만, 그 존재감은 충분했다.)
전 세계 500여 개 극장으로 생중계되던 화면 속에서, 제임스 헷필드와 데이브 머스테인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30년 전, 샌프란시스코의 좁은 연습실에서 함께 꿈을 꾸던 소년들은 이제 백발이 성성한 거장이 되어 있었다. 찰나의 정적이 흐른 뒤, 제임스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머스테인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제임스의 손을 맞잡았고, 두 사람은 뜨겁게 포옹했다. 그 순간, 머스테인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수십 년간 그를 괴롭혔던 열등감, 분노, 그리고 상처가 그 짧은 포옹 한 번에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우리는 결국 같은 피를 나눈 형제들이야.”
제임스가 머스테인의 귓가에 속삭였다.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오지 않은 그 말은, 오직 두 사람만이 공유할 수 있는 영혼의 울림이었다. 무대 위에는 십여 명의 메탈 거장들이 모여 하나의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네 밴드의 기타리스트들이 내뿜는 강철의 공명은 바실 레프스키 경기장을 넘어 불가리아 전체를 뒤흔드는 것 같았다.
관객들은 눈물을 흘리며 환호했다. 그것은 단순히 음악에 대한 열광이 아니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다시 하나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경외감이었다. 슬레이어의 제프 한네만이 살아있던 시절, 그들은 가장 완벽한 연합군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밤하늘에는 폭죽이 터져 올랐다. 하지만 그날 소피아의 밤하늘을 진정으로 수놓은 것은 화약의 불꽃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증오와 반목을 녹여버린, 뜨겁고도 묵직한 강철의 화음이었다.
백스테이지로 돌아온 멤버들은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데이브 머스테인은 자신의 기타 케이스를 닫으며 창밖의 소피아 시내를 바라보았다. 이제 더 이상 메탈리카는 그에게 극복해야 할 벽이 아니었다. 그들은 함께 시대를 만들어온 동료이자,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고향 같은 존재였다.
이후 2010년 11월, 이 역사적인 순간은 DVD와 블루레이로 발매되어 전 세계 차트를 석권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지에서 1위를 기록했고, 슬레이어에게는 생애 첫 플래티넘 인증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날 밤 느꼈던 ‘연대’의 감각이었다.
2016년, 데이브 머스테인은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빅 포’ 공연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비록 제프 한네만은 더 이상 우리 곁에 없지만, 2010년 6월 22일 소피아의 밤이 남긴 유산은 여전히 메탈 팬들의 가슴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강철은 두드릴수록 단단해진다고 했던가. 30년의 세월 동안 서로를 두드리고 깎아냈던 그들은, 마침내 소피아라는 거대한 용광로 속에서 가장 단단하고 아름다운 하나의 합금으로 거듭났다. 그것이 바로 스래시 메탈의 정신이자, 우리가 그들을 ‘빅 포’라고 부르는 이유였다.
소피아의 밤은 저물었지만, 그들이 함께 부른 ‘Am I Evil?’의 잔향은 지금도 전 세계 메탈 헤드들의 귓가에 쟁쟁하게 울리고 있다. "우리는 결국 하나다"라는 그 짧고도 강렬한 진실과 함께.
https://youtu.be/__j5Z_WcVgE?list=RD__j5Z_WcVgE
Metallica: Am I Evil? (Live w/ The Big 4) [The Big 4: Live in Sofia, Bulgaria]Recorded live on June 22, 2010 at Levski Stadium in Sofia, Bulgaria...www.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