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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창고

달빛 아래, 우리들의 서사

작성자화랑|작성시간26.06.09|조회수57 목록 댓글 1

#소설
#공연후기
#핀터레스트가_데려온_달빛
#베이스에_입덕함
#아리아나에서_마네스킨까지
#에이브릴을_거쳐서
#결국_베이스를_들었다
#GRRRRRR

달빛 아래, 우리들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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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상은 오랫동안 두 개의 태양 아래 있었다.
하나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눈부신 팝의 광채였고, 다른 하나는 에이브릴 라빈의 펑크 록적인 반항의 열기였다.

스마트폰을 켜고 핀터레스트 앱을 여는 것은 나만의 작은 의식이었다.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익숙한 얼굴들이 나를 반겼다. 포니테일을 한 채 마이크를 든 아리아나, 스케이트보드 위에서 넥타이를 맨 에이브릴. 내 취향의 알고리즘은 견고했고, 그 안에서 나는 안정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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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이 견고한 세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낯선 금발의 여인이 알고리즘의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처음에는 무심코 넘겼다. ‘새로운 인플루언서인가?’ 하지만 그녀는 끈질겼다. 스모키 화장을 짙게 한 채 혀를 내밀고 있거나, 낡은 가죽 재킷을 걸치고 베이스 기타를 맨 모습으로. 사진 속 그녀의 눈빛은 단순한 예쁨을 넘어선, 날것 그대로의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사진 아래에는 늘 같은 태그가 붙어 있었다.

#VictoriaDeAngelis #Månesk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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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스킨? 모네스킨?’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핀터레스트는 집요했다. 아리아나의 사진 두어 개를 넘기면 어김없이 빅토리아가 나타났고, 에이브릴의 라이브 클립 사이에는 베이스를 연주하는 그녀의 영상이 끼어들었다. 나는 저항을 멈추고 그녀의 사진을 하나씩 저장하기 시작했다. 무대 위에서 땀 흘리는 모습, 멤버들과 장난치는 모습, 관객을 향해 포효하는 모습. 그녀의 존재감은 강력했다. 특히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그녀가 베이스를 연주하는 모습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악기 연주가 아니었다. 베이스는 그녀 몸의 일부처럼 보였고, 그녀는 그 육중한 악기를 마치 깃털처럼 다루며 무대를 지배했다. 그 모습에 매료된 나는, 마침내 검색창에 ‘Måneskin’을 입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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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그들의 세계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들의 음악은 내가 알던 팝이나 펑크 록과는 또 다른 결을 가지고 있었다. 이탈리아어로 내지르는 다미아노의 거친 보컬, 날카롭게 파고드는 토마스의 기타 리프, 심장을 때리는 에단의 드럼,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묵직하게 감싸 안는 빅토리아의 베이스 라인. 그들의 음악은 혼돈 속의 질서였고, 뜨거운 용암이 흐르는 화산과도 같았다.

나는 위키피디아와 팬 포럼을 넘나들며 그들의 역사를 파고들었다. 로마의 한 중학교에서 시작된 인연, 팝 보컬이라 거절당했던 다미아노가 록 보컬로 다시 태어난 이야기, 덴마크 혼혈인 빅토리아가 던진 ‘달빛(Måneskin)’이라는 단어가 밴드의 이름이 된 순간. 그들의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 같았다. 특히 내 마음을 울린 것은 그들이 로마의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며 꿈을 키웠다는 대목이었다. 공연할 무대가 없어 길거리로 나섰던 십 대 밴드. 나는 콜로세움 앞 광장에서, 판테온의 그림자 아래에서 연주하는 그들의 모습을 상상했다. 관광객들의 소음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들의 음악을 연주했을 그들의 열정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https://youtu.be/yOb9Xaug35M?list=RDyOb9Xaug35M

Måneskin - I WANNA BE YOUR SLAVE (Official Video)RUSH! (Are U Coming?) new album edition by Måneskin Listen & Downlo...www.youtube.com


그들의 음악을 들을수록, 그들의 이야기를 알아갈수록, 나는 단순한 팬심을 넘어선 깊은 유대감을 느꼈다. 특히 2026년, 그들이 무기한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는 대목을 읽었을 때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시점이었다. 나는 너무 늦게 그들을 발견한 걸까? 하지만 이어지는 문장은 나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었다. ‘2026년 현재 밴드 멤버들은 솔로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그들은 멈춘 것이 아니었다. 각자의 길에서 새로운 서사를 써 내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들의 솔로 앨범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다미아노는 글램 록의 영향을 받은 화려하고 관능적인 앨범을, 토마스는 블루스와 하드 록을 넘나드는 기타 연주 앨범을, 에단은 실험적인 리듬과 전자음악을 결합한 앨범을 발표했다. 그리고 빅토리아. 그녀는 펑크와 포스트 펑크의 정신을 담은, 날카롭고 직설적인 베이스가 중심이 된 앨범을 냈다. 그녀의 음악은 밴드 시절보다 더욱 공격적이고 독립적이었다. 나는 그녀의 솔로 앨범을 들으며, 핀터레스트에서 보았던 그녀의 강렬한 눈빛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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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기적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모네스킨의 재결합. 활동 중단 5년 만의 일이었다. 그들은 로마 콜로세움에서의 단독 공연을 시작으로 월드 투어를 발표했다. 나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은 흥분을 느끼며 서울 공연 티켓 예매 버튼을 눌렀다. 내 인생 첫 스탠딩 콘서트였다.

공연 당일, 나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며 공연장으로 향했다. 수많은 팬들이 모여 있었고, 그들의 얼굴에는 나와 같은 설렘과 기대가 가득했다. 마침내 조명이 꺼지고, 거대한 스크린에 ‘MÅNESKIN’이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그리고 폭발적인 기타 리프와 함께 그들이 무대 위로 뛰어 올라왔다.

다미아노의 목소리는 스피커를 찢을 듯했고, 토마스의 기타는 불을 뿜었다. 에단의 드럼은 땅을 울렸고, 마침내 내 시선은 한곳에 고정되었다. 빅토리아. 그녀는 핀터레스트 사진 속 모습 그대로, 아니 그보다 훨씬 더 강렬한 아우라를 뿜어내며 베이스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현을 튕길 때마다 묵직한 저음이 내 심장을 강타했다. 그녀는 무대 위를 자유롭게 오가며 관객들을 향해 소리쳤고, 때로는 멤버들과 눈을 맞추며 웃었다.

https://youtu.be/QN1odfjtMoo?list=RDQN1odfjtMoo

Måneskin - ZITTI E BUONI (Official Video – Sanremo & EUROVISION 2021 Winners)RUSH! (Are U Coming?) new album edition by Måneskin Listen & Downlo...www.youtube.com

나는 땀으로 흠뻑 젖은 채 그들의 음악에 몸을 맡겼다. ‘ZITTI E BUONI’의 반항적인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꼈고, ‘CORALINE’의 서정적인 멜로디에 눈시울을 붉혔다. ‘I WANNA BE YOUR SLAVE’의 도발적인 가사를 목청껏 따라 불렀다.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방구석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던 관찰자가 아니었다. 나는 그들의 음악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에너지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공연의 클라이맥스, 다미아노가 마이크를 잡고 외쳤다.

“로마의 작은 연습실에서, 아무도 우리를 알아주지 않던 길거리에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단 한 번도 우리 자신을 의심하지 않았어요.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여러분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세요! 사랑은 절대 잘못된 게 아닙니다!”

 

그의 외침이 끝나자, 다미아노와 토마스가 뜨겁게 키스를 나누었다. 팬들의 함성은 극에 달했다. 그것은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그들이 음악을 통해, 무대를 통해 끊임없이 외쳐온 메시지, 즉 ‘자유’와 ‘사랑’의 선언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다. 그들은 단순히 음악을 하는 밴드가 아니었다. 그들은 낡은 고정관념에 맞서 싸우는 전사들이었고, 세상의 모든 소수자를 향해 지지를 보내는 연대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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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곡이 끝나고, 멤버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5년의 공백이 무색하게, 그들은 여전히 하나의 팀이었고, 끈끈한 가족이었다. 무대 위에서 땀 흘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깨달았다. 핀터레스트 알고리즘이 나에게 빅토리아를, 그리고 모네스킨을 데려온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 안의 어딘가에 잠재되어 있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나답게 살고 싶다는 열망이 그들을 불러온 것일지도.

공연장을 빠져나오며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서울의 하늘에는 달빛이 희미했지만, 내 마음속에는 그 어느 때보다 밝은 ‘Måneskin(달빛)’이 떠 있었다. 아리아나 그란데와 에이브릴 라빈은 여전히 나의 소중한 아티스트지만, 이제 내 세상에는 새로운 별이, 아니, 세상을 밝히는 달이 하나 더 떠올랐다. 그 달빛은 나에게 속삭이는 듯했다. 두려워하지 마, 너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따라가. 너만의 무대 위에서 가장 너다운 모습으로 연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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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으로 돌아와 낡은 베이스 기타를 꺼내 들었다. 먼지를 닦아내고 앰프에 연결했다. 그리고 모네스킨의 노래를 플레이했다. 빅토리아의 베이스 라인을 따라, 서툴지만 힘껏 현을 튕겼다. 쿵, 쿵, 쿵. 내 방을 가득 채우는 묵직한 저음은 이제 막 시작된, 나 자신의 서사를 위한 사운드트랙이었다.

https://youtu.be/Xg72z08aTXY?list=RDXg72z08aTXY

Måneskin - Beggin’ (Official Video)#Maneskin #BegginPut your loving hand out, baby'Cause I'm beggi...www.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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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Bastard | 작성시간 26.06.11 핀터레스트 알고리즘이 큰일 했네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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