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
1월 19일, 리프(Riff)가 시간을 관통하는 날
2026년 1월 19일, 서울의 어느 낡은 레코드 샵
차가운 겨울 공기가 히터의 미지근한 바람과 뒤섞여 묘한 냄새를 풍기는 공간.
먼지 쌓인 LP판과 빛바랜 밴드 포스터들이 벽을 가득 메운 이곳, ‘메탈 아카이브’의 주인인 우는 카운터에 앉아 낡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디스트럭션(Destruction)의 ‘Thrash Anthems’ 앨범을 듣고 있었다.
2007년의 오늘 발매된 이 앨범은, 80년대의 날것 그대로의 분노를 21세기의 세련된 사운드로 재탄생시킨, 마치 시간 여행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역시 슈미어의 목소리는 늙지를 않는군.”
우는 혼잣말을 하며 오늘 날짜가 찍힌 달력을 쳐다봤다.
1월 19일.
그에게 이 날은 메탈의 역사가 중첩되고, 과거와 현재, 심지어 미래의 메탈 사운드가 공명하는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가게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고, 앳된 얼굴의 청년이 들어섰다.
스무 살이나 되었을까. 어깨까지 내려오는 장발에 밴드 ‘섀도우매스(Shadowmass)’의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사장님, 오늘 나온 앨범 들어왔나요?”
우는 미소를 지었다.
“섀도우매스의 ‘Wastelands’ 말인가? 자네 같은 친구가 올 줄 알고 미리 준비해뒀지.”
현우가 카운터 밑에서 갓 비닐을 뜯은 CD를 꺼내자 청년의 눈이 반짝였다.
블랙/스래쉬 메탈의 사악한 기운이 앨범 커버의 황무지 그림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혹시 ‘새드 위스퍼링스(Sad Whisperings)’의 신보도…?”
“‘The Hermit’도 여기 있네.
오늘은 데스/둠의 축복까지 함께 내리는 날이지.”
청년은 두 장의 앨범을 소중하게 받아 들고는 잠시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은 벽에 걸린 거대한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의 포스터에 멈췄다.
2001년 ‘Rock in Rio’ 페스티벌 당시, 수십만 관중 앞에서 포효하는 브루스 딕킨슨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사장님, 저 공연이 오늘이었다면서요?”
“맞아.
2001년 1월 19일.
25만 명.
상상이 가나?
브루스랑 에이드리언이 돌아오고 나서, 밴드가 다시 한번 전설이 된 날이지.
저 함성 소리는 시간을 뚫고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아.”
우의 말에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포스터를 경외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때, 가게 안 스피커에서 디스트럭션의 마지막 곡이 끝나고, 우는 다음 앨범을 골랐다.
메가데스(Megadeth)의 1988년 작, ‘So Far, So Good... So What!’.
Set the World Afire의 사이렌 소리가 스피커를 찢을 듯 울려 퍼지자, 청년의 표정이 다시 한번 바뀌었다.
“이 앨범도 오늘…?”
“1988년 1월 19일.
자그마치 38년 전 오늘이지.
데이브 머스테인의 분노와 천재성이 가장 날카롭게 폭발하던 시절이야.”
우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1988년의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LA의 선셋 스트립을 가득 메운 화려한 헤어메탈 밴드들, 그리고 그 이면에서 마약과 돈, 배신이 뒤엉키던 혼란의 시대.
바로 그날, 머틀리 크루와 본 조비의 매니저였던 닥 맥기가 마약 밀매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거대한 성공 뒤에 가려진 추악한 진실이 드러난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그 시절 메탈 씬은 정말 대단했죠?
성공과 타락이 종이 한 장 차이였던…”
청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렇지.
하지만 그 혼돈 속에서 이런 명반이 태어났다는 게 아이러니하지 않나?
머스테인은 자신의 가장 어두운 시간 속에서 ‘In My Darkest Hour’ 같은 곡을 썼으니까.”
https://youtu.be/mW0Ao9r2zkY?list=RDmW0Ao9r2zkY
Megadeth - In My Darkest Hour (Official Music Video)Official video of Megadeth performing "In My Darkest Hour," from the album Warchest. Megadeth's new album The Sick, The Dying… And The Dead! is now available...www.youtube.com
두 사람은 잠시 말없이 음악을 들었다.
복잡하게 얽히는 기타 리프와 분노에 찬 보컬이 2026년의 레코드 샵을 1988년의 어느 차가운 녹음실로 데려갔다.
음악이 흐르는 동안, 우의 시선은 가게 한편에 마련된 작은 추모 공간으로 향했다.
전설적인 드러머 테드 맥케나(Ted McKenna)의 흑백 사진이 놓여 있었다.
2019년 1월 19일, 그는 수술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파워풀하면서도 유려한 드러밍은 마이클 쉥커 그룹의 음악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저분은 누구세요?”
청년이 물었다.
“테드 맥케나.
위대한 드러머였지.
오늘이 기일이야.
이봐, 젊은 친구.
1월 19일은 탄생과 죽음, 영광과 추락,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 모두 뒤섞인 날이라네.
저기 저 사진 속 드러머는 오늘 우리 곁을 떠났고, 저기 저 스피커에서 울부짖는 디스빌리프(Disbelief)의 보컬 카르스텐 야거는 1970년 오늘 태어났지.”
우는 CD 플레이어를 바꿔 베모드(Vemod)의 ‘The Deepening’을 틀었다.
2024년 바로 오늘 발매되어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앨범이었다.
차갑고 깊은 북유럽의 겨울 숲을 거니는 듯한 애트모스페릭 블랙 메탈 사운드가 가게 안을 채웠다.
“이 음악은… 다르네요.”
“12년 만에 나온 앨범이야.
사람들은 밴드가 사라진 줄 알았지.
하지만 그들은 12년 동안 이 깊이를 만들어내고 있었던 거야.
2024년의 1월 19일은 이 앨범으로 기억될 걸세.”
음악이 바뀌자 가게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스래쉬 메탈의 뜨거운 분노는 가라앉고, 그 자리를 우주적인 고독과 서늘한 아름다움이 채웠다.
청년은 마치 다른 차원에 온 듯 멍하니 스피커를 바라보았다.
그때, 우의 낡은 스마트폰에서 알림이 울렸다.
메탈리카(Metallica)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올린 영상이었다.
제목은 ‘On This Day: Live in Lima, Peru - January 19, 2010’.
우는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로 영상을 틀었다.
화면 속에는 2010년 페루 리마의 거대한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모습과 함께 ‘Creeping Death’의 인트로가 터져 나왔다.
수만 명의 팬들이 한목소리로 “Die! Die! Die!”를 외치는 함성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 국경과 언어를 넘어 메탈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가 된 영혼들의 울부짖음이었다.
“2010년의 오늘, 메탈리카는 저곳에 있었지.
저 함성도, 2001년 리우의 아이언 메이든 팬들이 지른 함성도, 1988년 메가데스의 앨범을 처음 듣고 열광했던 팬들의 환호도, 그리고 오늘 자네가 이 신보를 듣고 느낄 전율도… 전부 이어져 있는 걸세.”
우는 말을 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시간 여행 가이드처럼 낮고 차분했다.
“1월 19일은 그냥 날짜가 아니야.
시간을 관통하는 거대한 리프(Riff) 같은 거지.
1988년의 분노, 2001년의 영광, 2010년의 열기, 2019년의 슬픔, 2024년의 깊이, 그리고 2026년 오늘, 자네 손에 들린 새로운 사운드까지.
이 모든 게 ‘1월 19일’이라는 하나의 코드 안에서 울리고 있는 거야.
우리는 그저 이 레코드 가게 안에서 그 화음의 일부를 듣고 있을 뿐이지.”
청년은 손에 든 두 장의 CD를 내려다보았다.
섀도우매스의 황무지와 새드 위스퍼링스의 은둔자.
그것은 수많은 시간과 역사, 감정이 겹겹이 쌓인 거대한 지층의 가장 최신 암석처럼 느껴졌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그냥 앨범 사러 온 거였는데…
뭔가 엄청난 걸 받은 기분이에요.”
청년은 계산을 마치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가 가게를 나설 때, 스피커에서는 베모드의 음악이 끝나고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우는 다시 카운터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회색빛 도시 위로 차가운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는 눈을 감고 1월 19일이라는 거대한 리프를 다시 한번 들어보았다.
슈미어의 절규, 머스테인의 기타 솔로, 브루스 딕킨슨의 함성, 테드 맥케나의 심벌 소리, 그리고 오늘 막 세상에 나온 섀도우매스의 날카로운 리프까지.
그 모든 소리가 그의 낡은 레코드 샵 안에서 하나의 장엄한 교향곡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우는 알고 있었다.
내년의 1월 19일에도, 또 다른 누군가가 새로운 리프를 이 교향곡에 더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메탈은 그렇게 시간을 관통하며 영원히 살아 숨 쉴 터였다.
https://youtu.be/epYKVcHrVr0?list=RDepYKVcHrVr0
Iron Maiden - Fear Of The Dark (Live At Rock In Rio) - LegendadoVídeo do IRON MAIDEN no Rock In Rio, tocando a música "Fear Of The Dark", legendado por mim em PT-BR. espero que gostem...PS: Legenda Separadawww.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