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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黎明)의 끝에서: 마지막 기도의 밤

작성자화랑|작성시간26.06.05|조회수80 목록 댓글 0

여명(黎明)의 끝에서: 마지막 기도의 밤


창밖의 세상은 이미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도시 외곽에서 들려오는 간헐적인 포성은 거대한 짐승의 신음처럼 불길하게 대기를 흔들었다. 하지만 이 작은 방 안만큼은 시간이 멈춘 듯했다. 니키와 아이린은 낡은 침대에 나란히 기대어 앉아,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얼마 남지 않은 새벽을 붙잡고 있었다.

이 밤이 그들에게 허락된 마지막 시간이라는 사실을 두 사람은 잘 알고 있었다. 내일 새벽, 니키는 제국군의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한 자살 특공대의 지휘관으로, 아이린은 그를 엄호하는 저격수로 사지에 뛰어들어야 했다. 생존 확률은 0%에 수렴하는 절망적인 작전이었다.

"니키, 무서워요." 

 

아이린이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작게 중얼거렸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니키는 대답 대신 아이린의 가냘픈 손을 꼭 잡았다. 투박한 그의 손마디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두려움을 잊기 위해, 그리고 이 무거운 침묵을 깨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

"아이린, 그거 알아? 오늘이 6월 5일이야."

아이린이 고개를 들어 니키를 바라보았다. 

 

"6월 5일요? 그게 왜요?"

니키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둘 다 좋아했던 그 음악들 말이야. 

오늘이 메탈 역사에서 정말 대단한 날이거든. 

아이언 메이든의 드러머 니코 멕브레인 형님의 생일이야. 

1952년생이시니까, 이 전쟁만 아니었으면 전 세계 팬들이 축제를 벌이고 있었겠지."

"아, 그 '드럼의 마술사'요?" 

 

아이린의 눈에 잠시 생기가 돌았다. 

 

"그분의 리듬은 정말 독보적이었죠. 특히 'Where Eagles Dare'의 도입부 드럼 라인은 언제 들어도 가슴이 뛰었는데…."

"맞아. 그리고 오늘은 블랙 사바스의 'Forbidden' 앨범이 세상에 나온 날이기도 해." 

 

니키가 천장을 보며 추억에 잠긴 듯 말했다.

 

 "사람들은 그 앨범을 문제작이라고 평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 앨범에 담긴 처절한 분위기가 좋아. 특히 토니 마틴의 보컬은 마치 오늘 우리 상황처럼 절박하게 들리거든."

아이린은 니키의 품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음악 이야기를 하니까 정말 평화로웠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요. 공연장 열기, 땀 냄새, 그리고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크게 울리던 기타 사운드…."

"만약 우리가 저 너머에서 다시 만난다면," 

 

니키가 그녀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그때는 총 대신 악기를 들자. 나는 드럼을 치고, 너는 노래를 부르는 거야. 전쟁 같은 거 없는 곳에서, 지루할 정도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면서 말이야."

"좋아요. 그때는 내가 먼저 당신한테 같이 밴드 하자고 제안할게요." 

 

아이린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들은 실현될 수 없는 미래를 설계하며 마지막 남은 어둠을 붙잡았다. 사랑한다는 속삭임은 죽음을 유예하는 주문이었고, 서로를 꼭 껴안은 몸짓은 간절한 기도였다. 제발, 이 밤이 끝나지 않기를. 우리의 세상이 이 작은 방 안에서 영원하기를.

하지만 무심한 시간은 흘러 창틈으로 보랏빛 여명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희망의 빛이 아니라, 그들에게 부여된 삶의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사형 선고였다.

니키가 먼저 몸을 일으켰다. 차가운 공기가 피부에 닿자 현실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는 바닥에 놓인 군복을 주워 입기 시작했다. 금속 단추가 채워지는 소리, 벨트를 조이는 소리가 적막한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아이린 역시 묵묵히 일어나 장비를 챙겼다. 방금 전까지 음악과 사랑을 이야기하던 연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이제 그 자리에는 결연한 의지를 가진 두 명의 전사만이 남았다.

마지막으로 총기를 점검한 니키가 문고리를 잡았다. 그는 차마 뒤를 돌아보지 못했다. 

"니키." 

 

아이린이 그를 불렀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아이린이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으며 미소 짓고 있었다. 

"사랑해요. 내 생애 가장 큰 영광은 당신의 연인이었던 거예요."

니키의 가슴이 미어졌다. 그는 성큼 다가가 아이린을 마지막으로 강하게 끌어안았다. 

"나도 사랑한다, 아이린. 지옥 끝까지라도 널 찾아갈게. 우리만의 콘서트는 아직 시작도 안 했으니까."

방 문이 열리고, 복도의 차가운 공기가 밀려 들어왔다. 멀리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오며 작전의 시작을 알렸다. 여명은 이제 완전히 밝아와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복도를 걸어 나갔다.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들이 머물렀던 침대 위에는 아직 식지 않은 온기가 남아 있었으나, 창틈으로 들어온 햇살은 그 흔적마저 지워버릴 기세로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니키와 아이린은 눈부신 빛이 쏟아지는 전장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그것은 그들의 마지막 행진이자, 영원한 평화를 향한 첫걸음이었다. 6월 5일의 태양은 잔인할 만큼 아름답게 떠오르고 있었다.

 

https://youtu.be/UdMOwIEKVa8?list=RDUdMOwIEKVa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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