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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비브라토: 6월 11일의 유산과 니키의 40년 전쟁

작성자화랑|작성시간26.06.11|조회수80 목록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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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비브라토: 6월 11일의 유산과 니키의 40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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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23일. 서울의 낡은 합주실 창가로 쏟아지는 햇살은 여전히 뜨거웠다. 거울 속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1971년생, 돼지띠. 대한민국 나이 계산법이 바뀌어 이제는 공식적으로 55세가 된 현역 락커, ‘니키’였다. 그는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기며 목을 가다듬었다.

“아- 아——.”

짧은 발성 연습만으로도 합주실의 공기가 미세하게 떨렸다. 5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성대는 여전히 80년대 LA 메탈의 전성기 시절처럼 날카롭고 카랑카랑했다. 사람들은 그에게 말하곤 했다. “니키 형님, 목소리가 리지 보든(Lizzy Borden)이랑 판박이예요.” 그럴 때마다 니키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 양반이랑 나랑 생일이 같거든. 6월 23일. 이건 운명이야.”

니키는 습관처럼 낡은 노트북을 켜고 ‘메탈 아카이브’를 뒤적였다. 오늘은 그의 생일이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며칠 전 지나간 6월 11일의 기록들이 맴돌고 있었다. 메탈헤드들에게 날짜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불멸의 리프가 세상에 나온 성스러운 기록이다.

니키는 6월 11일의 기록을 다시 읽어 내려갔다.

1984년 6월 11일, 러시아에서 안드레이 수호프(Andrey Sukhov)가 태어났다. 니키가 한창 메탈의 세계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을 때, 지구 반대편에서는 또 다른 메탈의 씨앗이 싹트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1993년 같은 날, 아이슬란드에서는 오스카 소르(Óskar Þór)가 태어났다.

하지만 기록의 뒷면에는 늘 그림자가 있다. 2020년 6월 11일, 벨기에의 아티스트 슬레페(Sleppe)는 66세의 나이에 자발적 안락사라는 극단적이고도 서글픈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2018년 같은 날에는 불가리아의 이바일로 페트로프(Ivaylo Petrov)가 세상을 떠났다.

“메탈은 죽지 않지만, 메탈러는 죽지.”

니키는 씁쓸하게 읊조렸다. 그는 슬레페의 안락사 소식을 들었을 때 느꼈던 기묘한 감정을 기억한다. 무대 위에서 포효하던 이가 스스로 침묵을 선택한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가장 메탈적인, 혹은 가장 인간적인 마침표였을지도 모른다.

니키의 시선이 6월 11일 생일 명단에 머물렀다. 조 홈즈(Joe Holmes). 1963년 6월 11일생.

“조 홈즈… 랜디의 마지막 제자.”

니키에게 조 홈즈라는 이름은 특별했다. 그것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40년 전의 기억으로 연결되는 열쇠였다. 1986년, 열여섯 살의 소년 니키는 친구의 집에서 낡은 카세트테이프 하나를 빌려 들었다. 오지 오스본의 앨범이었다.

돈 에어리의 장엄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을 때, 니키는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랜디 로즈의 기타 솔로. 그것은 단순한 연주가 아니었다. 천상의 언어였고, 소년의 심장을 관통하는 화살이었다.

“Mr. Crowley….”

그 곡을 듣는 순간 니키는 깨달았다. 자신은 평생 이 소음과 선율의 노예로 살게 될 것임을. 랜디 로즈는 이미 1982년에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였지만, 그의 유산은 조 홈즈라는 제자를 통해, 그리고 한국의 이름 없는 소년 니키의 심장을 통해 이어지고 있었다. 조 홈즈가 오지 오스본의 오디션에서 랜디와 똑같은 스타일로 연주해 오지를 울렸다는 일화는 니키에게 성경 구절만큼이나 소중한 전설이었다.

니키는 합주실 벽에 붙은 낡은 포스터들을 바라보았다. 아이언 메이든의 [Piece of Mind]. 에디가 구속복을 입고 날뛰는 그 앨범 아트를 보며 니키는 ‘The Trooper’의 질주감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브루스 딕킨슨의 오페라틱한 보컬은 니키에게 ‘보컬은 단순히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니라 서사를 전달하는 광대’라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주다스 프리스트의 [Sad Wings of Destiny]. 1976년작인 이 앨범을 뒤늦게 접했을 때, 니키는 핼포드의 ‘Victim of Changes’를 듣고 전율했다. 저음에서 초고음 샤우팅으로 이어지는 그 서늘한 금속성 보컬. 니키는 매일 밤 이불을 뒤집어쓰고 롭의 샤우팅을 흉내 냈다. 목에서 피 냄새가 날 때까지 소리를 질렀다.

“그때 성대가 단련된 덕분에 지금도 리지 보든 소리를 듣는 거겠지.”

1988년, 남들이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댄스 음악에 열광하기 시작할 무렵, 니키는 뒤늦게 머틀리 크루의 [Shout at the Devil]을 만났다. 빈스 닐의 앙칼진 목소리와 니키 식스의 악마적인 퍼포먼스는 니키에게 ‘락커는 무대 위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여야 한다’는 철학을 심어주었다.

다시 노트북 화면으로 돌아온 니키의 눈에 1991년 6월 11일의 기록이 들어왔다. 스키드 로우(Skid Row)의 [Slave to the Grind] 발매일.

“세바스찬 바하… 그 형도 참 대단했지.”

빌보드 1위를 차지했던 그 앨범은 헤비메탈이 대중음악의 정점에서 마지막으로 포효하던 순간이었다. 니키는 그 시절을 그리워했다. 가죽 바지를 입고 긴 머리를 휘날리며 무대를 누비던 동료들. 이제는 대부분 머리가 빠지거나 배가 나온 아저씨가 되어버렸지만, 니키는 여전히 현역이었다.

화면 아래쪽에는 타르야 투루넨(Tarja)의 신보 소식도 있었다. 2026년 6월 12일 발매 예정인 [Frisson Noir]. 6월 11일에는 글로벌 리스닝 파티가 열렸다는 소식이다. 나이트위시 시절부터 지켜봐 온 그녀는 여전히 건재했다.

“다들 열심히 살고 있구만. 나만 빼고.”

니키는 마이크 앞에 섰다. 오늘은 그의 생일이지만, 축하 파티 같은 건 없다. 대신 그는 자신만의 의식을 치르기로 했다.

그는 반주 음악을 틀었다. 리지 보든의 ‘Me Against the World’.
조 홈즈의 날카로운 리프를 닮은 기타 소리가 터져 나왔다. 니키는 눈을 감았다. 40년 전 랜디 로즈를 처음 만났던 소년의 마음으로 돌아갔다.

“I'm a victim of the system! It's me against the world!”

니키의 목소리가 합주실 벽을 뚫고 나갈 듯 터져 나왔다. 54세의 나이가 무색한, 리지 보든 특유의 그 찢어지는 듯한 하이톤 샤우팅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었다. 6월 11일에 태어나고 죽어간 수많은 메탈러들에 대한 헌사였고, 40년 동안 한길을 걸어온 자신에 대한 위로였다.

노래를 마친 니키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땀방울이 턱 끝에서 떨어졌다.
그는 다시 노트북을 열어 6월 11일의 기록을 마지막으로 훑었다.

러시(Rush)가 1976년 6월 11일 토론토 매시 홀에서 전설적인 라이브 앨범 [All the World's a Stage]를 녹음하기 시작했다는 기록. 메탈리카가 2003년 파리의 무더위 속에서 하루 세 번의 공연을 강행했다는 기록.

이 모든 기록은 니키에게 말하고 있었다. 음악은 멈추지 않는다고.

“생일 축하한다, 니키. 그리고 생일 축하해, 리지 보든.”

니키는 합주실 불을 끄고 밖으로 나왔다. 2026년의 서울은 여전히 시끄럽고 복잡했지만, 그의 귀에는 여전히 랜디 로즈의 ‘Mr. Crowley’ 솔로가 환청처럼 들리고 있었다.

6월 11일의 유산은 6월 23일의 니키에게 이어졌고, 니키의 목소리는 또 누군가에게 메탈의 불꽃을 전달할 것이다. 55세의 현역 락커 니키. 그의 6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https://youtu.be/DnueGxT8XUk?list=RDDnueGxT8XUk

Mr. CrowleyOzzy OsbourneBlizzard Of Ozz (1980)Track 06: Mr. CrowleyPlaylis...www.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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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Alissa | 작성시간 26.06.11 꿈을 잃지 않고 자기 길을 꿋꿋이 가는 니키 아저씨, 정말 존경스럽고 응원하게 되네요~~~^^;;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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