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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일의 장례식: 비명 뒤에 숨겨진 멜랑콜리

작성자화랑|작성시간26.06.13|조회수33 목록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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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일의 장례식: 비명 뒤에 숨겨진 멜랑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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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6월 13일, 핀란드의 북쪽 끝, 차가운 바람이 호수의 표면을 깎아내던 날 빌레 라이히알라(Ville Laihiala)가 태어났다. 그가 세상에 내뱉은 첫 울음소리는 미성이었을지 모르나, 훗날 그 목소리는 북유럽의 눈 덮인 침엽수림 사이를 떠도는 가장 낮고, 가장 느끼하며, 가장 멜랑꼴리한 탄식이 되었다.

사람들은 그를 '고딕 메탈의 사제'라 불렀다. 1996년, 그가 밴드 'Sentenced'에 합류했을 때, 그는 기타를 내려놓았다. 오직 목소리 하나만으로 청중의 심장에 얼음 가시를 박아넣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의 보컬 스타일 변화는 가히 파괴적이었다. 락킹한 미성을 버리고 선택한 그 걸걸하고 애절한 톤은, 마치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부르는 구애의 노래와 같았다.

2000년 발매된 명반 *Crimson*의 수록곡 'Killing Me Killing You'는 그 정점이었다. 피아노 선율이 적막을 깨고 흘러나오면, 빌레의 목소리가 그 위를 덮었다. "나를 죽이고, 너를 죽이는" 그 처절한 가사는 전 세계 메탈 팬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모든 아름다운 것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2005년, Sentenced는 자신들의 음악적 수명이 다했음을 직감하고 전무후무한 결정을 내린다. 밴드의 '살아있는 장례식(Buried Alive)'을 거행하기로 한 것이다.

시간은 흘러 2025년 6월 13일. 핀란드의 오울루(Oulu) 외곽에 위치한 낡은 클럽 'The Frozen Heart'의 대기실. 거울 앞에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빌레 라이히알라의 오랜 팬이자, 이제는 메탈 역사를 기록하는 아카이브 로봇 '에코(Echo)'였다. 에코의 메모리 칩에는 오늘 날짜에 새겨진 수많은 메탈의 파편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Svartsyn - Destruction of Man (2003년 6월 13일 발매)*
*Cosmic Church - Täyttymys (2018년 6월 13일 발매)*
*Metallica - Live in Istanbul (1999년 6월 13일)*

"오늘도 수많은 비명이 세상에 나왔군."

에코가 혼잣말을 내뱉었다.

에코의 시야에 낡은 카세트테이프 하나가 들어왔다. 1990년 6월 13일, 미국 애틀랜타의 Blue Wall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Rot의 데모곡 'Diabolus'였다. 에코는 그 거친 노이즈를 재생하며 생각에 잠겼다. 메탈의 역사는 이처럼 6월 13일이라는 날짜에 유독 잔인하고도 화려한 흔적들을 남겨왔다.

문득 대기실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눈가에는 깊은 주름이 패였지만 눈빛만은 여전히 서늘한 사내. 그는 빌레 라이히알라였다. 오늘은 그의 생일이자, 동시에 수많은 메탈 앨범들이 세상의 빛을 본 날이었다.

"아직도 그 낡은 기록들을 들추고 있나, 로봇?"

빌레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 Sentenced 시절의 그 '느끼하고 멜랑꼴리한' 톤이 그대로 묻어났다.

"당신의 목소리는 여전히 2000년의 'Killing Me Killing You'를 기억하게 합니다, 빌레." 에코가 대답했다.

빌레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 노래는 축복이자 저주였지. 사람들은 내가 평생 그 눈밭에서 울부짖기를 바랐어. 하지만 알다시피, 나는 Poisonblack을 만들었고, 거기선 다시 기타를 잡았지. 노래만 부르는 건 내 영혼의 절반을 묶어두는 일이었으니까."

빌레는 품 안에서 낡은 공연 팸플릿을 꺼냈다. 2005년 'Buried Alive' 투어의 마지막 날 기록이었다.

"그날 우리는 스스로를 매장했어. 밴드가 해체되는 게 아니라, 밴드라는 생명체가 자연사하는 과정을 팬들에게 보여준 거지. 관 속에 들어가는 기분이 어땠는지 아나? 그건 공포가 아니라 안식이었어."

에코는 빌레의 말을 분석했다. 그의 데이터베이스에는 오늘 6월 13일의 새로운 뉴스들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Draugveil - Cruel World of Dreams and Fears (2025년 6월 13일 발매)*
*Edicule - Finitude (2025년 6월 13일 발매)*

"오늘도 새로운 죽음과 공포를 노래하는 밴드들이 앨범을 냈군요."

에코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들이 했던 것처럼 완벽한 마침표를 찍는 이들은 드뭅니다."

빌레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6월의 핀란드는 백야의 영향으로 밤에도 환했다. 어둠이 찾아오지 않는 밤, 그것은 고딕 메탈러에게는 고문과도 같았다.

"제시 리치(Jesse Leach)의 인터뷰를 봤나?"

빌레가 물었다.

"그 친구, 자기는 이제 크리스천이 아니라고 하더군. 종교의 추악함을 봤다면서. 메탈은 결국 그런 거야. 가면을 벗겨내는 작업이지. 내가 Sentenced에서 미성을 버리고 그 지독한 저음을 선택했던 것도, 내 안의 가식적인 아름다움을 죽이기 위해서였어."

에코는 빌레를 위해 음악을 틀었다. 2022년 6월 13일에 LP로 재발매된 Magnus의 *Death Revolution*. 거친 스래시 메탈의 비트가 대기실을 가득 채웠다.

"Magnus라... 폴란드의 광기지. 6월 13일은 참 묘한 날이야. 베네딕션(Benediction)의 The Dreams You Dread도 작년 오늘 재발매됐지. 죽음과 꿈, 그리고 혁명이 이 날짜에 모여 있어."

빌레는 리듬에 맞춰 손가락을 까딱였다.

"로봇, 너는 감정을 이해하나? 'Killing Me Killing You'를 들을 때 인간들이 왜 눈물을 흘리는지?"

"데이터상으로는 슬픔의 주파수와 공명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느끼함' 뒤에 숨겨진 진심을 계산할 수는 없습니다."

빌레가 웃었다.

"그게 정답이야. 계산할 수 없는 것. 그게 바로 멜랑꼴리지. 이유 없이 우울하고, 이유 없이 아름다운 것. 1996년 인도네시아의 Geboren이 밴드 이름을 바꾸고 데스/둠 메탈로 전향한 것도 아마 그런 이유였을 거야. 하드코어의 분노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을 찾았겠지."

공연 시작을 알리는 벨이 울렸다. 오늘은 빌레 라이히알라의 생일 기념 공연이자, 6월 13일에 발매된 수많은 메탈 명반들을 추모하는 밤이었다.

"가봐야겠군. 오늘은 'Killing Me Killing You'를 부를 거야. 하지만 예전처럼 슬프게만 부르지는 않을 거다. 이제 그 곡은 내게 죽음이 아니라, 다시 태어남의 상징이니까."

빌레는 무대로 향했다. 에코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마지막 기록을 전송했다.

*2025년 6월 13일: 빌레 라이히알라, 자신의 탄생일에 과거의 유령들과 화해하다.*

무대 위에서 피아노의 첫 음이 울려 퍼졌다.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빌레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20여 년 전보다 더 깊고, 더 낮으며, 더 지독하게 멜랑꼴리했다. 그것은 6월 13일이라는 날짜에 새겨진 모든 메탈의 역사—Svartsyn의 파괴, Metallica의 라이브 열기, 그리고 수많은 밴드의 명멸—를 한데 모아 끓여낸 진한 에스프레소 같았다.

에코는 대기실에 홀로 남겨진 낡은 카세트테이프를 정리했다. 1973년부터 시작된 이 지독한 음악적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메탈은 죽지 않는다. 다만 6월 13일의 백야 아래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다시금 비명을 지르며 깨어날 뿐이다.

빌레의 노래가 클라이맥스에 다다랐다.

"Killing me, killing you... but the music lives forever."

그의 목소리가 핀란드의 밤공기를 찢고 하늘로 솟구쳤다. 로봇 에코는 그 소리를 디지털 신호가 아닌, 하나의 거대한 감정의 덩어리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오늘, 6월 13일의 진짜 뉴스였다.

https://youtu.be/wkLhAxbUecw?list=RDwkLhAxbUecw

SENTENCED - Killing Me Killing You (OFFICIAL VIDEO)SENTENCED - Killing Me Killing You. From the album "Crimson".Cent...www.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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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Silent scream | 작성시간 26.06.13 A soul that will never die...
  • 작성자našo | 작성시간 26.06.13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Necrotic | 작성시간 26.06.13 Metal up your ass!!
  • 작성자키라 | 작성시간 26.06.13 수많은 메탈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니 저도 모르게 핀란드의 백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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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Bastard | 작성시간 26.06.13 빌레가 부르는 노래를 감정의 덩어리로 기록하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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